발행인 인사말
창간 100호 기념시
젊은 신문 시민의 소리

젊은 신문 시민의소리는
큰 귀와 밝은 눈을 가진
천하에 가장 멋진 젊은이이다

아직 팔은 그다지 길지 않지만
애인을 안으면 긴 키스도 나누는
뜨거운 심장과 눈물을 가진
그는 바쁠 때 돌아서 가는 여유도 있다.

오전 열시, 전남 도청 앞
5·18광장 한 바퀴 돌아
우다방 앞에 서성거리며
씽- 씽- 휘파람이라도 날리다가
내 청춘은 하나의 오류였다 탄식한
옛 시인을 만나면 같이 울고
실직 고개를 다독이며 함께 넘는 우정이 있다.

막힌 데 뚫을 때는 날카론 송곳처럼
아픈 데 만질 때는 연인의 손길처럼
시민의 소리는 시민의 신음 소릴 듣는다
광주 25시의 시계, 그 둔탁한 시침을
아침 일곱시의 노고지리에 맞추고
산소가 모자란 심해의 잠수함
그 위험 수위를 알리는 측량기이다.

기자는 記者만 있는게 아니라
起者도 있고 棄者도 있다는데
끝끝내 포기하지 않는 眞實과 正義
쭉정이는 쭉정이로 가려내고
알맹이는 알맹이로 추려내고
묵정밭에서 풀꽃으로 피어나는 신문
작아도 조선 고추같이 매운 신문
누워서 읽다가 벌떡 일어나 앉고
일어나 읽다가 밖으로 걸어나오는 신문

잡초 속에 엉겅퀴로 자라나서
그 온 몸에 가시를 지니고
頂門一針, 배꼽 밑에 서느렇게 스미는
꼿꼿한 혀를 가진 신문
그의 현주소는 시민의 눈과 입이다!

보라, 오늘의 금남로와 충장로
그날의 핏자국 지우고 페인트 칠한
헛된 장식과 길 잃은 오후의 치매
그 배떼기에 포만한 주름이 지고
겉늙은 권위만 처진 개꼬리 신세!

다시 일어나 당당히 걷고
그날에 흘린 피값은 오직 투쟁뿐
개구멍 넘나드는 흥정꾼들
저 낡은 매음녀의 하품을 씻어내자
그대 젊은 시민의 소리
오전 열시의 금남로 위에서
오늘의 멋진 데이트
5·18 그날의 함성 되찾아
무등의 아들 딸들 세기의 산정에 기를 꽂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