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자유로의 갈망이여
여성, 자유로의 갈망이여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9.1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자란 성당 안에서 신부님 밖엔 봐서는 안돼. 그것두 신부가 치마를 입고 있기 때문이야. 한눈을 파는 건 골뗑 바지의 남자체온을 그리워하는 꼴밖엔 안되는 거지"

'여자'란 말 한마디가 모든 것을 정지시킨다.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움직이는 것에 대해 용납할 수가 없다. 그러나 틀을 조여 맬수록 인간 본능은 더욱 자유를 향해 갈망하게 된다.

출구없는 한 여성 베르나르다 알바의 욕망. 남성과의 단절로 '여성'을 지키려는 베르나르다 몸짓에서 페미니즘의 승리를 확인할 수 있는 연극이 광주 무대에 올려진다.

여성동우회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도덕 강요하는 엄마와 다섯딸 이야기


광주연극협회 여성동우회(회장 최보엽, 이하 여우회)가 14일부터 공연할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이 작품은 매우 권위적인 도덕관을 앞세우는 베르나르다 알바와 그녀에게서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그러나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는 다섯 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베르나르다는 무조건 명령으로 '여성의 도덕'을 지키려 한다.
"3년 동안 상복을 입고 있는 동안에 우리집 창과 문은 모두 벽돌로 막아놓은 듯 살 테니깐 바람 한점 들어오지 못하게 말이다" 라며 남편의 죽음 이후 딸들에게 명령으로 '여성의 도덕'을 지키기를 강요한다.

이같은 억눌림과 답답함 속에서 오직 결혼만이 자유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 다섯 딸은 한 청년을 두고 갈등을 빚는다. 그리고 결국 청년의 사랑을 받아 임신까지 하게 된 막내 딸은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안타까워 하며 죽음을 선택한다.

이 같은 비극이 일어남에도 베르나르다는 "내 딸은 숫처녀로 죽었어. 다른 방으로 데려가서 처녀처럼 옷을 입혀 놔. 그리고 아무도 울면 안돼"라며 딸의 죽음보다 '여성'의 체면을 중요시 한다.

이 작품은 여성의 출구없는 욕망을 그렸지만 동시에 한 남성으로 인해 한순간 여성이 무너질 수 있음을 몸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14일부터 열흘간 문예정터 소극장

그러나 여우회는 다르다. 남성의 도움 없이도 작품이 완성되는 진정한 페미니즘을 연출하고 있다. "여성들만으로도 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조명, 세트 등 모든 연극에 관한 작업도 여우회 회원들이 직접 맡았다.

지난 95년 친목 도모를 위해 뭉친 여우회는 매년 1회 '여자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다. 다섯 번째를 맞이한 이번 공연은 14일부터 23일까지 문예정터 소극장에서 볼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