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국감반대' 뭉쳤다
공무원 '국감반대' 뭉쳤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9.1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넘치는 국감자료 언제 다 읽어보나'.

11일 국정감사를 위해 전남도청을 방문한 국회행자위소속 감사위원들은 이날 도청정문앞에서 수백명의 공무원들로부터 '화려한 영접'을 받았다.

일부 공무원들은 이들 의원들이 탄 버스가 들어서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이들에게 웃음을 짓던 일부 국회의원들은 그러나 양쪽에 도열한 공무원들이 들고 있는 플래카드를 본 순간 표정이 굳었다.

'전남도 국정감사 3회로 전국 최다 수감', '아빠! 얼굴 보고 싶어요' 등과 심지어 '국회는 공무원노조도입을 해태하는 행자부를 감사하라'는 등 자신들을 질타하는 내용이었던 것.

의원들이 요구한 자료와 수감준비로 한달이상 야근과 휴일근무에 진땀을 흘려야했던 공무원들이 의원일행에게 항의표시의 침묵 시위에 나선 것이다.

"지나 친 자료요구.지방업무 침범 행정낭비"
'위법.부당'항의 전남도청 직원 침묵시위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국회 국감이 또다시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현재의 국감이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은 법률적 근거가 희박하다는 점이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 7조 감사의 대상에는 지방자치단체 중 특별시.광역시.도가 포함돼있지만 단서조항으로서 '그 고유사무에 관하여는 지방의회가 구성되어 자치적으로 감사업무를 시행할때까지에 한한다'고 명시돼있다

지난 95년 지방의회 구성이후 실시된 국정감사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국감이 지방화시대에 역행하고 중앙과 지방간 수직적 권력분립원칙에 위배됨은 물론 중복감사로 인한 행정.예산낭비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국회의원들이 국가발전을 위한 감사자체보다는 정치선전장으로 활용, 지역구관리를 위한 청탁성 해결차원의 감사라는 비판마저 제기돼온 실정이다.

공무원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지금의 국정감사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국회의 국정감사가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는 지방고유사무를 위법.부당하게 감사하는 것이라고 보기때문이다.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발전연구회(전공연)은 10일 국회국감과 관련, 각 협회에 보낸 '표준행동지침'에서 현행 지방자체단체에 대한 국정감사의 문제점으로 ▷중복감사 ▷지방고유사무는 국정감사 불가 ▷지방의회의 발전 저해 ▷지역구관리차원의 감사▷무분별한 자료 요구 등을 지적했다.

전남도청 한동희 직협회장은 "지방의회가 구성되기전 시행되온 국감이 현재도 법이 바꿔지지 않은 채 그대로 실시되고 있다"면서"선진국에선 지자체에 대한 국정감사를 벌이은 예를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무분별한 자료요구로 의원들간 중복된 자료가 많고 요구자료에 대한 분석 또는 활용 실적이 별로 없다"고 밝혔다.

의원들이 국감을 통해 국가발전에 기여한 변변한 실적이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에대해 당사자인 국회의원들은 심한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송석찬의원(민주당)은 이날 질의에서 "감사위원들을 환영하기 위해선지 반대를 위한 것인지 납득키어렵다"면서"감사를 통해 지방을 홍보하고 애로사항을 의원들에 요청, 잘못된 제도나 법을 개정하도록 활용할 수 있는데 감사준비에 불편함이 있다고 반발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원창의원(한나라당)도 "국감은 전남도가 어떤 일을 했으며 어떤 수고를 했느냐에 대해 국민에 대한 보고이지 헛수고가 아니다"며"유독 전남도에서 지난 해에 이어 시위비슷한 일이 발생했는데 지사가 묵과한 것은 아닌 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일회성 문제제기.공무원 집단행동에도 비판


의원들은 그러나 국가위임사무가 아닌, 지방고유사무에 대한 감사가 타당한 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공무원들의 집단 행동방식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매 국감마다 일회성 문제제기에 그치고 있는 것이 아니냐 것이다.

행자위 민봉기위원장(한나라당)은 이날 국감직전 전남도 직협회장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지방고유사무에 대한 감사는 지난 해에도 문제가 된 적이 있지만 단발적인 문제제기에 그쳤으며 올해도 국감이 닥쳐서야 반발이 나오고 있다"면서"진작부터 전국 공무원직협이 단일안을 마련해 국회에 청원하던지 했어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국감 논란의 이면에는 지방의회(시도의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시도의회 자체의 행정감사감사에서 지적된 지자체 행정의 문제점이 현실적으로 국감의 그 것과는 적지 않은 내용상 수준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전공연은 "해당 지방의회는 자신의 고유권한을 침범당하는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이나 지나치게 무능하다"고 꼬집은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나온 비아냥이다.

또 다른 공무원조직인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총연합)도 8일 국감에 대한 성명에서 불필요한 기관장 출석요구, 과다한 자료요구, 중복감사, 감사대상 국가사무 및 국가위임사무 범위에 대한 작위적 해석 등은 행정력의 낭비와 지방자치에 대한 지나친 통제로 국가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는 등 전 공무원직협이 국감반대에 대한 행동통일에 나서고 있어 조만간 국회차원의 논의가 뒤따르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편 참여자치 21은 11일 '2001 정기국회 광주시 국정감사 모니터 결과'를 발표하고 '광주시의 현안을 7시간30분 동안에 제대로 감사한다는 것은 애초에 무리'라며''이번 국감은 심도있고 대안을 마련하는 장이 아니라 매년 형식적으로 거쳐가는 이벤트성 행사였다'고 총평했다.

이들은 또 '국감 취지와 달리 정당별 이해관계에 따른 질의가 주를 이루고 민생현안에 대한 점검은 미비했다'며 '자치단체에 대한 이런 식의 국감은 무용론이 제기될 수 밖에 없으며 그 필요성마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이밖에 ▲의원간 중복질의 ▲방대한 요구자료에 비해 제한된 질문시간 ▲일괄 질의.답변 등이 우선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