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부를 돌려주세요
내신부를 돌려주세요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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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정 기자
결혼을 앞둔 신부가 신랑을 애타게 기다린다는 신문 기사를 접하며, 문득 7년 전 나의 일이 떠올랐다.
당시 내 나이 30대 중반에 우연히 곁을 스치듯 지나가는 사람을 보았고 그도 나도 만혼의 나이였으므로 결혼을 서둘렀고, 양가간 인사와 허락에 따라 결혼준비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결혼 한달 앞두고 신부 연행
국가보안법이 행복한 삶의 출발 걸림돌


결혼방식은 전통혼례식으로 추진하였다. 95년 9월 전남대 대동제 기간동안 행사인 전통혼례식으로 하기로 하고 날짜와 장소를 가까운 친지와 이웃들에게 알렸다.
비록 신부될 이가 대학시절 학생운동과 사회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주목을 받고 있긴 했으나 우리가 결혼을 통하여 새 삶을 살아가고자 한다는 것을 보여주면 되겠거니 하고 생각하였다. 더구나 그 신부가 예정된 결혼식 일주일후에는 지방고시를 보게 되었던 터라 신상에 무슨일이 생기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공안기관에서는 결혼을 정말 한달도 안남긴 8월말 나의 신부를 연행 후 구속시키고 말았다. 구속적부심, 보석신청, 각계인사들의 탄원서 제출 등 갖은 방법과 노력으로 신부를 구하고 싶었지만 허사였다. 이미 주위에 청첩장을 돌렸던 가족들은 망연자실하였고 결혼준비는 모두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결국 신부는 3개월 후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되었으나 후과는 컸다. 무엇보다도 가족들 속에서 신부된 이는 '여자가 교도소를..'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로 시작하게 되었고, 준비하던 지방고시는 물건너 가버림으로 인하여 이후 다시금 또 다른 인생의 출발기회를 상실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참으로 불행 중에서도 의미있었던 것은 우리는 짧은 만남의 과정에서 남들처럼 연애하며 새록새록 정감을 쌓지 못한 상황에서 조금은 색다른 방법이긴 했으나 편지와 면회를 통해 쌓아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정은 더욱 깊어갔으며 결혼 전 추억 한번 없을뻔한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다.

이번 결혼 일주일을 앞두고 구속된 경희대 졸업생 김건주씨의 사건을 보며 부디 예비신랑이 결혼식전에 석방되어 신랑없는 결혼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비껴가길 바란다.
결혼이 사람의 일생 중 가장 아름다운 행사일진데 곧 숨이 넘어가는 국가보안법이 행복한 삶의 시작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은 안될 말이다.

두사람이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강기정 기자는 21세기 새정치연구소 소장으로 활동중인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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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신랑 없는 결혼식으로 되나.."

김건수씨 7일 구속집행정지 신청 반려돼


지난 7일 김건수(경희대 졸업생, 98~99년 경인총련 간부 활동혐의로 결혼을 일주일 앞둔 9월 2일 구속) 씨의 변호인이 구속집행정지 신청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음으로써 김건수씨의 9일 결혼식 참석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이 소식을 접한 대책위 회원들은 김씨가 결혼식에 참석할 수 있으리라는 마지막 기대가 무너진데 대해 허탈해 하면서 "최소한 사법부에서 김씨의 결혼식 참석은 보장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김건수 씨의 구속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판사측은 "아직 송치되기 전이라 소관이 아니다"는 이유를 들어 반려했으며, 검찰측은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건수 씨는 당초 10일(월)에 송치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날 저녁 7시경 수원구치소로 이송되었으며, 이 소식을 접한 '김건수 석방을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김건수 대책위)' 소속 학생 30여명은 수원구치소로 향하는 호송차량을 아주대학병원 앞길에서 가로막고 20여분간 김씨의 석방과 결혼식 보장을 요구하며 연와시위를 벌였다.

호송차량이 학생들에 의해 가로막혀 움직이지 못하는 동안 김 씨와 결혼할 예정인 홍은주 씨는 차창을 사이에 두고 김 씨와 대화를 나누다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김 씨에 대한 구속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김건수 대책위'는 결혼식 대책을 논의하고, "결혼식은 예정대로 9일 치르며, 신랑이 참석 못할 가능성이 확정적임에 따라 결혼식 장소를 경희대에서 수원구치소로 바꿔 '옥중결혼식'을 치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지난 5일 수원지검 청사 본관 창문에 쇠사슬을 묶고 김씨의 석방과 결혼식 보장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다 연행된 경기동부총련 소속 11명의 학생들 중 8명은 6일 저녁 8시경 불구속으로 풀려났으나, 3명은 7일 구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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