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마동 쬐끔썩 달분갑네요이'
'동네마동 쬐끔썩 달분갑네요이'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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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으로 인한 폐해가 많다고 떠들지만, 내 생각에는 인터넷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것들도 많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인터넷을 정보의 바다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은 많은 정보를 제공해 주지만, 그 깊이에 있어서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전문 분야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 할 때, 인터넷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 되지 못한다.

그것은 방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찾지 못한 어떤 사이트에 방대하고 깊이 있는 방언에 대한 자료가 있을지는 몰라도, 방언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천상 종이책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인터넷을 처음 시작하였을 때, 나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인터넷을 이용하면 일일이 걸어서 채취할 수 있는 것보다는 빠르게 사투리를 모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인터넷 속에서 사투리 관련 홈페이지들을 부지런히 찾아 다녔다.

하지만 나는 금새 실망하고 말았다. 정보를 얻기는커녕 잘못 사용되는 사투리들을 교정해주기 바빴기 때문이다.

물론 일정 지역 내에서 사용되는 언어의 총체를 뜻하는 방언이 아니라, 특정 지역에서만 사용되는 사투리의 경우에는 같은 전라도라고 하더라도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그 변용에 대해 탓하는 것은 아니다.

사투리를 사용한답시고 얼토당토않게 말을 바꾸어 놓는데는 당할 재간이 없었다. 잘못되었노라고 바꾸어 글을 붙이는 것에도 지쳐 버렸다. 지금은 포기 상태다. 그러나 아직도 나는 인터넷이 주는 유용성을 믿는다.

사투리에 대해 관심이 많다보니, 여기저기에서 많은 질문을 받게 된다. 어떨 때는 내가 감당하기 힘든 질문을 받기도 하는데, 어원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면 난감할 때가 많다. 공부가 부족한 탓도 있지만, 어원에 대해서는 학자들간에도 이견이 있는 것들이 많다. 그럴때면 나는 내가 아는 만큼만 대답을 한다.

또 한가지 자주 받는 질문은 단순한 것이다. 가령 개구리를 뜻하는 전라도 사투리는 무엇이 있는가? 하는 식이다. 그런 질문을 받으면 나는 내가 어려서 사용했던 말로 답을 한다. 나는 고향이 전남 장흥인데, 장흥에서는 개구리를 '깨구락지'라고 했다.

그래서 내 대답은 개구리를 전라도에서는 '깨구락지'라고 합니다, 였다. 그런데 바로 반론이 올라왔다. 개구리는 '깨구락지'라고 하지 않고 '옹구락지'라고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맞는 말이다. 그는 화순 사람이었다.

사투리라고 해서 다 같이 쓰이는 것은 아니다. 지방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한 마을에서도 여러 형태로 변형되어 사용되기도 한다.
표준말 '먼저'에 해당하는 전라도 사투리는 '몬자'라는 말이 있는데,

꼭 '몬자'라는 말만 사용한 것은 아니다. 같은 마을에서도 어떤 사람은 '몬자'라는 말을 즐겨 사용하고, 또 어떤 사람은 '몬차' '모냐' '먼첨' 등의 말을 사용한다.

뿐만 아니라 지역에 따라 확연히 다르게 사용되는 말도 있다. 표준어 '부추'를 장흥 지방에서는 '솔'이라고 하는데, 화순 쪽에서는 '정구지'라고 하고, 그리고 광양에서는 '소불'이라고 한다. 그리고 '지렁이'를 장흥에서는 '끄시랑치'라고 하는데, 어떤 곳에서는 '거시랑' 혹은 '꺼시랑', '거시랑치'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가지 묻자. 표준어의 '모래'를 당신의 고향에서는 어떻게 불렀는가. 내 고향에서는 '모새'나 '모사'라고 하였다. 그런데 다른 곳에서는 '목새' '모살'이라고도 하며, 광양에서는 '복새'라고 한다. 이 말들은 모두 소중하고 아름다운 우리의 말이다.

이대흠 시인은 전라도 고향 내음을 더 가까이 전달하기 위해 홈페이지 리장다껌(www.rijang.com)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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