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관행 공무원 일기..공직사회 신선한 파문
명절 관행 공무원 일기..공직사회 신선한 파문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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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서구청 직장협의회 홈페이지에 명절 때 직원들이 돈을 모아 상납하는 잘못된 명절관행을 지적하는 글이 오른 뒤 서구청이 곧바로 이번 추석 때부터 재발방지를 다짐하고 직장협의회가 자정운동에 돌입하는 등 공직사회의 변화를 실감케 하고있다.
또 이번 파장은 서구청에 국한되지 않고 각 구청에까지 번지며 직장협의회를 중심으로 잘못된 명절관행을 없애기 위한 여러 가지 실천방안들이 대두되는 등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명절이면 직원 돈 모아 상납관행 "이젠 바꿉시다"
공직사회 신선한 파문



최근 서구청 한 직원이 직장협의회 인터넷 홈페이지에 '명절이 명절답지 못하고, 돈때문에 썩는다면 당연히 개선해야지요'라고 시작되는 글을 올리면서 이번 파동이 일기 시작했다.

이 글에서 올린 이는 '주무계 차석이 국장, 과장, 시장비서, 기자실, 정보과형사, 청소부 아줌마, 시보편집실, 시장, 부시장 부속실 아가씨, 국장부속실 아가씨 등 해서 국장은 50만원, 과장은 30만원, 기자는 10만원, 정보과 형사는 20만원 등 총 얼마라고 산출계산서를 내놓는다. 그러면 각 계별로 두당 얼마 계산 나오고 이달 여비에서 공제하거나 계 차석이 어떻게든 만들어내야 한다'며 명절 떡값 유통과정을 밝혔다.
또 '청소부 아저씨나 수위 아저씨는 인간적으로 이해가 가기에 주머니를 털어서라도 선물하고 싶지만 기자와 형사가 명절 때 어려운 이웃인가'라고 묻고 잘못된 관행을 중단할 것을 주장했다.

서구청 홈페이지에 잘못된 관행 지적 글
구청 재발방지 다짐, 직장협 자정운동 돌입


그동안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구청 내 차석의 애로사항'과 명절 떡값조성 경로가 밝혀지자 인터넷을 통해 다른 관공서로 급속하게 번져가며 파장이 커져갔고 반응들도 즉각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선 이 문제가 처음 제기됐던 서구청은 곧바로 간부회의를 열고 이번 추석부터 이 관행을 철저히 없앨 것을 지시했다.
서구청 직장협의회는 이를 계기로 부정부패 및 불합리한 관행의 사례를 접수하는 한편 홈페이지에 비리고발함을 설치하는 등 적극적으로 자정운동에 돌입했다.
최종수 서구청 직장협의회장은 "기왕에 이 문제가 불거져 나온 마당에 잘못된 관행을 뿌리뽑을 계획이다"며 "이 때문에 이번 추석이 다소 냉랭한 분위기가 되겠지만 공무원들 스스로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자정운동을 강력하게 전개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북구청 직장협의회도 이에 발맞추어 수십년동안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온 변태경리의 사례들을 수집해 고쳐나가는 등 '작지만 구체적인 실천'에 중점을 둘 방침을 밝혔다.
설남순 북구청 직장협의회장은 "50년 세월동안 굳어져온 관행들이 하루 아침에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본다"며 "선언적 의미의 운동보다는 실천가능한 방법들을 끊임없이 찾아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남구청 직장협의회는 각 구청 직장협의회의 활동에 적극적인 동조를 보내며 이를 계기로 올바른 직장협의회 문화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관행의 이름으로 보호됐던 금기사항들이 하나둘씩 깨져나가고 있다.

서구청 직장협의회 홈페이지에 오른 글

명절이 명절답지 못하고, 돈때문에 썩는다면 당연히 개선해야지요. 우리 역시 똑 같은 고민중입니다.
주무계 차석이 국장, 과장, 시장비서, 기자실, 정보과형사, 청소부아줌마, 시보편집실, 시장,부시장 부속실 아가씨, 국장부속실 아가씨등 해서 국장은 50만원, 과장은 30만원, 기자는 10만원, 정보과 형사는 20만원등등 해서 총 얼마라고 산출계산서를 내 놓는다.
그러면 각 계별로 두당 얼마 계산나오고 이달 여비에서 공제하거나 계 차석이 어떻게든 만들어 내야 한다.
이것은 일반 주무과의 풍경이며 사업별로 도청이나 행자부, 건설부등등 상납하지 않을 수 없는 먹이 사슬이 있다.
절대로 추석이 명절이 반갑지 않은 것이다. 이 일을 제대로 못 하면 무능한 차석이며 그래서 여직원에게는 주무과 차석일을 맡기지 않는다.
기자와 형사, 국장, 과장은 명절날 어려운 이웃인가?
청소부 아저씨나 수위아저씨, 동료가 없는 부속실 아가씨등은 그래도 인간적으로 이해가 가기에 우리 주머니돈을 내어서라도 선물을 하고 싶다.
하지만 평소에도 이런 저런 명목으로 몇만원씩 떼이는 내용속에는 국장, 과장의 씀씀이가 있고 그 씀씀이의 대상이 기자, 형사등이 도사리고 있다.
하급직 우리들은 효도휴가비 받아서 부모님, 처가집, 조카들, 제사비용등 통장에 마이너스가 푹푹 내려간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 하위직 공무원만 그런건 아니다. 시청에 출입하는 준공무원(관급공사업자, 출판업자, 간판쟁이등등)도 시청주변의 식당주인, 공장하는 사람, 사업하는 사람등, 유흥업소등등 역시 하위직들과 비슷하게 자기 사업과 관련 국과장, 계장등에게 선물하느라 바쁘고 시에 보조금 받는 민간단체에서도 시장 이하 공무원에게 자그마한 성의라도 보이느라 너무 바쁘다.
우리는 이 풍경이 과연 보기에 좋은가?
이번 추석은 하나 제안하자.
시민(업자, 민간단체등)들로부터 받은 선물은 사회복지 시설로 보내고 국,과장님들은 기자, 형사들에게 작은 성의나마 국,과장님들 주머니돈 5만원권 상품권 선물함이 인간적이지 않습니까?
혹 눈먼 돈이 있거들랑 과내에 고생해온 부하 직원에게 마누라 선물하라고 팬티, 양말이라도 하나 선물함이 자연스럽지 않은가요?
한국사회의 이러한 '인정문화'는 비단 공무원 사회만 그러한 게 아닌줄 알지만 우리의 내부 형편은 이렇게나 비참한 걸 어찌하누....
그러니 하루 빨리 노조만들어 합법적인 방법으로 정당한 보상을 받도록 노력해야 겠지요?
우리의 상사들에게도 역시 개인회사 이사급 이상의 판공비가 제공되는... 음성적인 돈은 그 10배 이상의 부작용을 낳고 우리의 정신을 갉아 먹기에 정신없는 공무원이 되는 것입니다.
이 정신 없는 공무원이 나라를 말아 먹는 주역이기도 했습니다.
이제 더는 여기서 이 짓을 중단합시다....


서구청 직장협의회 성명서

공직사회 자정운동에 돌입하며

'깨끗한 공직사회 우리가 주체되어'란 기치아래 활동하고 있는 광주광역시서구청공무원직장협의회(광/서/직/협)는 명절과 관련된 불합리한 관행에 대하여 직협홈페이지에 시의적절하게 지적해주신 회원님의 의견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공감하며, 개인적인 곤경을 감수하고 불합리한 관행을 지적해주신 회원님의 용기에 찬사를 보냅니다.

아울러 우리 광서직협은 일부에서 이야기하는 게시자 추적 운운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거부하고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내부 비리 고발자에 대하여도 우리의 모든 역량을 다해 보호할 것임을 밝혀 두는 바입니다.

지금 우리 공직사회는 실로 50여년 만에 굴종과 오욕의 삶으로부터 벗어나려는 큰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습니다. 그 동안 우리 공무원은 노동기본권을 빼앗긴 채 정권의 나팔수, 정당성 없는 권력의 하수인이 되어 박봉과 격무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불합리한 공직사회의 모순을 견디며 생활해 왔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국민에게 군림하며 착취하는 오만한 권력집단으로, 또한 부정과 비리의 온상으로 매도되어 사회적 비난과 냉대를 고스란히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오랜 세월 우리의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우리의 이야기들이 거침없이 나오고 있으며, 노동자로서의 우리 존재를 확인하여 공무원 노동자의 조직인 '공무원 노동조합' 도입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중차대한 시기에, 우리 광서직협은 공직사회 내에 잔존 하고 있는 부조리와 불합리한 관행을 타파함으로서 깨끗하고 투명한 공직사회를 건설하여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행정 환경 조성에 앞장서고자 합니다.

이를 위하여 우리 광서직협에서는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부터 부정부패 및 불합리한 관행의 사례들을 접수받고자 합니다. 광서직협 홈페이지 '비리고발함'을 통하여, 여러분이 직접 경험하였거나 들어서 알고 있는 직장 내 상하관계는 물론이고 지방 의회, 언론기관, 그리고 상급기관 등과 관계에 있어서 척결되고 시정되어야 할 사례들을 고발하여 주십시오.

이를 통하여 우리 내부의 잘못된 과거 관행에 대해서는 겸허하고 진실된 반성의 기회를 가져 깨끗하고 투명한 공직사회 건설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또한 현재의 불합리한 관행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방법을 통하여 개선하고 시정해 나가겠습니다.

따라서 이번 '일기 파동'을 통하여 우리 광서직협은 무한한 공직사회 자정운동에 돌입하며 다음과 같이 결의합니다.

1. 우리 공직사회에 존재하는 온갖 형태의 부조리와 불합리한 관행에 대한 고발을 주저하지 않겠습니다.

1. 깨끗하고 투명한 공직사회를 건설하고자 공무원 노동조합 도입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1. 금년 추석 명절부터는 상하 존경과 애정의 범위를 벗어나는 선물을 주고받지 않는 풍토를 조성해 나가겠습니다.

2001. 9. 6

광주광역시서구청공무원직장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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