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성할 때까진 남 돕고 살아야지"
"내 몸 성할 때까진 남 돕고 살아야지"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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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일흔이 넘었지만 난 이렇게 건강하니 다른 사람을 도와야제"
조복님(71)씨와 강영자(64)씨는 매일 오전 10시 40분이면 30여개의 도시락을 들고 남구노인복지회관 문을 나선다. 그들이 찾아가는 곳은 홀로 외롭게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노인들. "밥 지어줄 자식 하나 없는 사람들인데 우리라도 친구가 되어줘야제" 조씨와 강씨는 남구노인복지회관에서 운영하는 취미 프로그램도 제쳐두고 벌써 1년째 이곳에서 도시락 배달 봉사를 하고 있다.

칠순 나이에 독거노인 도시락배달 봉사
밀린 빨래며 병간호…친구·보호자 역할까지


"내 늙었지만 사람 구실까지 못하는 것 아녀. 우리가 해야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누군가의 손·발이 된다는 것은 정말 기쁜 것이여" 나이는 들었지만 젊은이 못지 않게 건강하다는 것은 그만큼 할 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두 노인. 이들은 30여명의 노인들 도시락 배달 뿐만 아니라 아프면 간호하고, 거동이 불편하면 빨래도 대신 하고, 겨울엔 연탄도 나르며 그들의 보호자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30여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사람이 없어 빈도시락만 놓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 하지만 두 노인의 마음은 훨씬 홀가분하단다. "움직일 수 있어 외출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건강하다는 증거잖어" 그래서 거동이 불편해 누워있는 사람들에게 '도시락 고맙다'는 인사를 듣는 것보다 더 기분 좋은 일이라고.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생기있는 노년

이처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행복한 노후를 보내도록 돕는 곳이 바로 광주시 남구노인복지회관(관장 조옥자·사회복지법인 '연꽃마을')이다. 이곳에서는 조씨와 강씨처럼 '인생은 육십부터'라는 말을 실감나게 하고 있다.
"늙으면 빨리 죽어야 한다는 것은 이제 옛말이예요. 이곳은 외로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함께 모여 알차고 재미나게 노후를 보낼 방법을 서로 가르쳐 주는 곳이거든요"라고 복지관 자랑에 여념없는 조옥자 관장의 설명이 결코 틀리지 않은 모양이다.
젊은이의 손을 빌리지 않고 여든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도 담양, 보성 등을 직접 다니며 나무를 베어와 대나무 원두막 모형 만들기에 여념없는 할아버지들, 공동작업장에 둘러앉아 소일거리로 용돈을 직접 버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모습에 '생기'가 묻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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