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도 때론 위로받고 싶다
남자도 때론 위로받고 싶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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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이렇게 비참하게 사느니 차라리 죽고 싶다"
최근 3-4년 사이 남성들의 흰머리가 부쩍 늘었다. IMF 이후 실직자들이 늘면서 가정에서 남성들의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지고 있기 때문.
"아내가 술 마시고 들어와 구타를 합니다" "아내가 노래방에 나가 외도하는 것을 봤어요"

남성들 고민들어주기 1년…뒤돌아보니
경제력 상실·부인 탈선에 받은 상처 생생


자신의 무능력함을 이유로 가정 불화가 불거지면서 아내가 이혼까지 요구하는 경우에 다다르고 있으나 남성 대부분은 친한 친구에게도 '자존심' 때문에 말 못하고 혼자서 끙끙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남성의전화'(소장 신인용)가 문을 열었다. "남성들에게도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는 분출구가 필요하다"는 것이 신인용 소장의 의견.

이곳에 전화하는 상담자 대부분은 가족들을 위해 직장생활에만 충실했던 남성들로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다 졸지에 직장을 잃거나 가정의 평화마저 잃게 된 피해자들이다. "겉모습은 보통 사람과 다를 게 없는데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들은 가면 쓴 우울증 환자라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다"는 신소장은 고민 해결보다 고민 들어주기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지난 7일로 개소 1주년을 맞이한 '남성의전화'가 1년 통계를 분석한 결과 남성들의 가장 큰 고민은 '이혼'(129건)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경제력 상실이 권위 상실까지 이어져 가족들에게 외면당하다가 결국 가정파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또, 최근 채팅이나 노래방 접대 등을 통한 탈선도 늘어나고 있어 남성들은 더욱 불안해 하고 있다고 신소장은 전한다.

"결혼할 때는 '어려울 때나 슬플 때나 언제든지 함께 하겠냐'는 주례자의 물음에 모두 '예'라고 대답했을텐데 경제력 때문에 이혼하는 가정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는 신소장. 그는 결혼 초심으로 돌아가 서로를 한발짝 물러서서 이해할 것을 권한다.

'남성다움' 굴레 벗길 '남성학' 필요한데…

하지만 신소장은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여성 복지, 여권 신장, 여성학 등은 당연한 것으로 존재하는데 왜 남성학은 없습니까?" 신소장은 남성들의 자아를 회복시키기 위해선 남성복지 마련 뿐만 아니라 남성학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아무리 여성들이 낡은 '성에 의한 규제'를 바꾸려고 해도 남성들이 오래된 의식에 묶여져 있는 한 상황의 근본적인 변화는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 또, 남성도 여성처럼 '남자다움'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 상처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도 '남성의전화'에서 나타난 특징이다.

따라서 여권신장을 통한 남녀평등이기 보다, 어려운 현실에서도 서로를 믿고 존중해주는 마음에서 남녀평등이 이뤄지길 남성들은 바라고 있다.
남성의 전화(062)673-9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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