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P 갈라선 진짜 이유는?
DJP 갈라선 진짜 이유는?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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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이라도 지키자' 지방선거용
한나라당 북한에 보내는 메시지


'내일 살기 위해 오늘 죽지 않는다'
정치권에 회자되는 불문율중의 하나다. 생물학적으로 당연한 말일지 모르지만 정치는 '하루벌어 하루산다'는 말과도 통하는 치열한 생존게임임을 반증하는 명제다.

실제로 이인제 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 97년 대선을 앞두고 '경선불복'에 대한 비난을 감수하면서 대선에 출마했던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가 이른바 DJP공조를 파기한 것도 마찬가지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어 흥미롭다. '정치10단' DJ와 JP가 오늘은 물론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길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정치에서 죽고 사는 것은 선거와 직결된다. 그렇다면 DJP에게 생사갈림길은 내년 지방선거라는 것이다. 대선은 그 다음이다. 실제로 내년 지방선거는 대선 승리의 교두보라는 점에서 결코 놓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DJP 연합으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겠는가.

이대로 가다가는 승리는 커녕 현상유지도 힘들다는 것이 정가의 분석이었다. 실제로 민심이반, 정당 지지도 등을 놓고 볼 때 DJP연합이라는 애매한 색깔로 내년 선거를 치를 경우 고정표마저 떨어져 나가 현재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서울시장과 경기지사는 물론 호남에서, 자민련은 충청에서 각각 한나라당과 무소속의 거센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는 예측이 일반적이었다.

따라서 DJP공조파기는 시간문제였다는 것이다. 이번 파동의 와중에 민주당이나 자민련이 마치 준비된 것처럼 일사천리로 갈라선 점이나 그 과정에서 각각 한결같이 '당 정체성 확보'를 강조한 것도 이같은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 국회에서의 수적열세도 돈세탁방지법 등 개혁법안이 거의 처리됐다는 점과 다수당이 된 한나라당도 무조건 반대만 할 수 없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분석이 작용, 공조파기가 결코 손해보는 장사만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로써 민주당은 내년선거에서 수도권에서는 25%가 넘는 호남표 결집을 토대로 개혁성을, 호남권에서는 정권재창출을 위해 '미워도 다시한번'을 내세울 수 있게 됐고 자민련은 충청권에서 '지역등권론'이나 'JP대망론'을 통해 표몰이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물론 DJ입장에서는 임동원 장관 해임건의안은 그 자체만으로도 JP와 갈라서더라도 수용할 수 없을 정도의 절박성도 있었다는 분석이다. 바로 DJ의 정면돌파는 한나라당과 북한에 보내는 메시지라는 것이다.

사실 한나라당은 이번 임동원 장관 해임건의안을 밀어부치면 김대중정권을 근본적으로 무력화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해임안을 통해 현정권의 최대 치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대북정책을 무너뜨리면 차기 정권장악의 걸림돌이 거의 없어진다는 것을 한나라당 당직자들이 서슴없이 했던 것.

김 대통령이 이같은 상황에서 JP와 갈라섰으면 섰지 물러설 수 없었을 것이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 방문 등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풀어가야할 대북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야당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일 수 없다는 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결국 김 대통령은 소수정권이 되더라도 이번 파동을 통해 한나라당과 북한에 기존의 대북정책을 일관되게 밀고 나갈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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