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도록에 '값' 매겨야 하나
공모전 도록에 '값' 매겨야 하나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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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공모전 수상작품을 담은 도록을 판매해야 되는가.
광주시가 주최한 제14회 광주시미술대전 수상작품이 전시되고 있는 5일 현재 광주비엔날레관 전시장에서 광주시전 도록을 1만원에 판매하면서 공모전에 참여한 출품자들의 불만이 크다.

또 이들은 정가도 표기되지 않은 책(도록)을 공공 전시장에서 돈을 받고 판매해도 되는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 같은 현상은 광주시전 뿐만 아니라 전남도가 주최하는 전남도전도 마찬가지라며 공공기관이 실시하는 미술공모전 도록 판매는 재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광주시전 출품료 내고, 도록 산다…출품자 반발

광주시전 수상작이 전시되고 있는 동안 도록 판매를 놓고 전시장을 찾은 시민과 전시장 관계자 사이엔 계속 실랑이가 오고 갔다. 이들은 대부분 광주시전 공모에 참여했던 출품자들. 수상자든 아니든 출품자들은 모두 도록 판매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광주시전 출품료는 점당 40.000원. 출품자들은 "공모전 참여란 자신의 작품에 대한 평가를 받기 위해서지만 평가받은, 그리고 평가된 다른 출품작을 같이 보는 기회를 갖는 것도 포함된다"며 "출품료라는 대가는 바로 그런 것 아니냐. 출품료 40,000원은 결코 적지 않은 돈인데 출품자에게 도록까지 판매해서 이중으로 비용 챙기느냐"는 이의를 제기한다.


공공기관 공모전 도록 판매 이중 비용 챙기나

이에 대해 주최측의 입장은 다르다. 광주시전은 광주시가 주최하지만 실제로는 광주시가 광주미술협회에 위탁해 운영하는 사업의 하나. 따라서 주최측과 주관자가 다른 것도 문제로 드러난다.

광주시는 광주미협에 이번 시전 위탁사업비로 8,015만원을 지원했다. 광주미협은 이 지원금과 출품료로 시전을 운영, 관리한다. 광주미협에 따르면 올해 시전 출품자는 985명. 이들로부터 받은 출품료는 총3,940만원이다. 이를 더한, 대략 1억2,000만원이 시전 운영 예산이다.

이 가운데 지출비용은 우선 대상 등 입상작 상금으로 7,000만원이 나간다. 여기에 심사료, 아르바이트생 등의 인건비, 식사대, 도록제작비 등을 감안하면 적자라는 계산이다.

또 광주미협 관계자는 올해의 경우 도록을 800부 제작했는데 판매 부수는 150부 정도로 추산한다. 나머지는 공공기관 등에 사업보고용 또는 보관용으로 기증된다. 따라서 도록 판매로 수익을 챙기는 것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박철교 광주미협회장은 "출품자 의견도 틀리지 않지만 실무 처리하는 입장에서는 운영상 어려움이 많다. 도록 제작은 운영 예산에 넣어 관례적으로 판매하고 있다"며 "도록의 성격상 일반 팜플렛과는 달라 무료로 배포할 책은 아니고, 판매가 또한 원가에 지나지 않게 책정했음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주최측인 광주시는 위탁사업임을 들어, 위탁금 지원 외에 다른 권한 및 책임 또한 없다고 애써 강조한다. 양회주 광주시 문화예술과장은 "그렇다고 도록에 이윤을 남기면서 판매하는 게 아니다. 실비만 받는데다 불특정 다수에게 판매를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필요한 사람이 자발적으로 구입하므로 문제될 게 없다"고 답변했다.


출품자엔 판매, 초대작가 등엔 무상 배포…타 공모전과 형평성도 문제

그러나 출품자들은 일부 사단법인이나 예술단체들이 주최하는 공모전의 경우 출품자에게 당연히 도록을 배포한다며 공공기관의 형평성을 거론한다.

또 이들은 출품료로 운영되는 공모전에서 출품자는 외면하고 시전의 초대작가 추천작가에게 도록을 무료 배포하는 것도 시정되어야 한다고 거듭 요구한다. 실제로 주최측은 초대작가 추천작가들에게도 무료 배포를 거부했다가 뒤늦게 배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출품자의 불만은 증폭되고 있다.

이는 현재 광주·전남권에서 운영하는 공모전의 경우 전남도의 전남도전, 광주전남21세기발전협의회가 주최하는 무등미술대전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공모전 개최 때마다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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