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맑은 눈, 고사리 손으로 '세상읽기'
초등학생 맑은 눈, 고사리 손으로 '세상읽기'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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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레시오 초등생 '우리 주변에 대한 탐구'>

초등학생들이 통일, 정치, 역사, 문화, 사회현상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을 알아보는 설문조사를 하고 그 결과보고서를 냈다.

광주 살레시오초등학교 4학년 어린이 7명이 '주변 현상에 관한 탐구'라는 주제의 방학과제를 자신들이 스스로 정한 주제에 대해 부모님과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설문지를 만들어 거리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 것이다.

이들은 40여장 되는 설문지를 들고 땡볕에서 낯설은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받은 한 장 한 장의 설문지가 더없이 소중했고 격려를 아끼지 않은 어른들의 모습을 보고 자신감과 고마움을 느끼며 살아있는 세상 경험을 하기에 충분했다.

다소 어설픈 면도 없지 않지만 맑은 눈과 고사리 손으로 직접 세상을 들여다본 이야기를 소개한다.

맨위부터 문다현.천재령.임수경
다현이의 '남북통일'
"어른들 92%가 통일될거래요"


다현이는 우리 국민들이 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몹시 궁금했다. 마침 설악산, 통일전망대 등 북한과 가까운 곳으로 여행할 기회도 있어 각 지역에서 올라온 사람들의 생각을 알아보았다.

설문분석 결과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92%가 통일이 될 거라고 답한 내용이었다.(39명 중 36명) 통일 시기를 묻는 물음에는 10년 후가 53%로 가장 많았다.

통일이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42%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해야한다고 답했다. 다음으로 체육행사와 같은 정치성이 적은 행사에 남북 단일팀으로 참가(32%), 할 수 있는 분야부터 자주 방문하고 협력한다가 21%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답방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34%가 내년이라고 가장 많은 답을 해주었다. 그밖에 내후년(29%), 올해 안에(26%), 못올 것 같다(11%)고 답하고 있다.

재령이의 '광주 시민들이 보는 김대중대통령'
"대통령 할아버지 인기 별로 없어요"


어른들의 도움을 받으며 설문을 만들었는데 좀 어렵기는 했지만 뉴스나 신문에 나오는 말을 조금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얘기하는 천재령 양.

설문분석 결과 김대중 대통령이 지금까지 하고 있는 정치에 대해 긍정적이다고 답한 사람은 5%에 그쳤다. 최근 정부의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한 생각은 47%가 바람직하다고 답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통령의 업적중 가장 잘한 것은 29%가 남북관계 개선을 꼽았다. 앞으로 김대중 정부의 주요 국가운영 과제로는 남북문제, 경제안정(각각 29%)을 들었다. 다음으로 빈부격차 해소(25%), 정치안정(17%)순이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김대중 후보의 공약이 제대로 실행되냐는 질문에는 46%가 그렇다에 27%가 그렇지 않다, 모르겠다에 27%가 응답하고 있다.


수경이의 '일본 역사왜곡'
"일본의 역사왜곡 어른들 분노해요"


일본 역사 왜곡 문제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던 임수경 양.
지난 신문을 찾아 뒤적이며 아빠와 설문을 만들고 거리에서 시민들을 만난 수경이는 "처음에는 어렵고 힘들었는데 아주머니들이 격려해 주셔서 힘이 났다"며 밝게 웃는다.


설문분석 결과 일본 교과서 왜곡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은 100%였다. 일본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도 주변국에 상관없이 자국 중심의 국가 이기주의다(38%), 과거에 대한 반성이 없는 뻔뻔한 짓이다(36%), 군국주의 부활 염려(26%)로 많은 우려를 나타냈다.


일제로부터 36년간 식민지 지배를 받았던 우리 민족이 취해야할 일본에 대한 생각과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40%가 관심을 갖고 역사를 바로 알아야 한다고 가장 많은 답을 해주고 있다. 다음으로 33%가 중국, 북한 등 주변국과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어 우리나라 국력을 키워야 한다고 25%가 답하고 있다.

윤정이 '도시와 농촌 어린이 어떤 캐릭터 좋아할까'
도시 친구들 '체리 포켓몬' 농촌은 '짱구'


커서 만화 작가가 꿈인 홍윤정 양. 그래서 윤정이는 만화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아빠의 도움을 얻어 고흥과 광주를 오가며 농촌과 도시 아이들의 성향을 분석했다.


설문 결과 도시 어린이들은 좋아하는 캐릭터를 체리, 포겟몬스터로 꼽았고 농촌 어린이들은 짱구라고 답했다. 요즈음 인기 있는 엽기토끼 '마시마로'에 대해 묻는 질문에 도시 어린이들은 귀엽고 깜찍하고 인터넷에 뜨는 이야기가 재미있다고 답했고, 농촌 어린이들은 우리나라 캐릭터인데 왜 이름을 일본말처럼 붙였는지 궁금하다에 가장 많은 답을 하고 있어 대조를 보인다.


외국 캐릭터가 그려진 상품을 사면 상품 값의 일부가 그 나라로 간다는 사실을 아느냐는 질문에 도시 45%, 농촌 65%가 모른다고 응답했다. 도시와 농촌을 합해도 절반 이상이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일본 역사 왜곡 문제가 커져서 문제가 되고 있는 지금 일본 캐릭터 상품 불매운동이 벌어지면 참여하겠느냐는 질문에 나랑 상관없으니 사겠다고 도시(35%), 농촌(30%) 어린이들이 답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맨위부터 홍윤정.양지원.문정서.백수현
지원이의 '청소년 인터넷 문화'
"인터넷 용어 문제가 많아요"


인터넷에서 자주 쓰는 용어에 대해 나름대로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진 양지원 양.
아파트, 학원을 돌며 55명에게 설문을 돌렸는데 그 중 9명이 인터넷을 사용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해서 나머지 46명을 대상으로 그밖의 질문을 던졌다.
설문 분석 결과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인터넷을 활용하는 장소는 집이었다.( 46명 중 41명)
인터넷이 주는 영향으로는 정보의 바다(20명), 편리함을 준다(18명)로 많은 청소년들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채팅이나 메일에서 사용하는 줄임말이나 표준어가 아닌 언어사용에 대해서 16명(46명 중)이 한글을 바로 알고 쓰지 못하게 해서 우리 고유 언어 생활에 큰 문제가 된다고 가장 많을 답을 했다. 다음으로 바르고 고운 말을 사용해야 하는데 욕이나 좋지 않은 말이 남발해 걱정이 된다에도 14명이 답하고 있어 사용하면서도 문제의식은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인터넷을 바르고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묻는 질문에는 23명이 가족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에 놓고 함께 사용한다는 의견을 우선으로 꼽고 있다.


정서의 초등학생 의식조사
"패스트푸드보다 김치나 밥 좋아해요"


먹는 것을 좋아하며 천진난만한 문정서 양.
정서는 또래 친구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나 놀이 문화 등을 알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학년별로 고르게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결과 초등학생이 좋아하는 음식은 예상과는 다르게 김치나 밥, 김치찌개 종류의 한식이 39%로 가장 많았다.
외국에서 들어온 패스트푸드점에서 음식을 사먹는데 대해서 31.4%가 우리나라 제품을 사먹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방학 중에 보통 생활을 어떻게 하냐는 물음에 44%의 어린이가 짜여진 학원일정으로 몹시 바쁘다고 답해 요즈음 아이들의 바쁜 생활을 짐작해 볼 수 있게 한다.


수현이의 '가족관계 들여다보기'
"가족중 주로 엄마하고 대화해요"


형제가 많은 백수현 양.
가족의 사랑을 소중히 여기는 수현이는 이혼율이 급증하고 가족이 무너지는 현 세태를 걱정하면서 가족관계를 묻는 설문을 선택했다.
분석 결과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가를 묻는 질문에 74%가 그렇지 않다고 답해 현대 핵가족 구조를 짐작케 한다.
가족들중 속마음이나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으로 40%가 엄마를 꼽고 있고 누구를 가장 존경하냐는 질문 역시 29%로 엄마라고 응답한 어린이가 많은 것으로 미루어 자녀 교육이나 대화를 주도적으로 하는 사람은 어머니쪽임을 짐작케한다.
함께 사는 가족끼리 서로를 이해하는 대화를 자주 갖느냐는 질문에는 중요한 일이 있을 때 가끔 갖는다가 38%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자주 갖는다 27%, 다들 시간이 안맞아서 거의 대화 시간이 없다 20%, 원래 대화가 없다 15%순이었다.
나의 엄마,아빠가 효녀,효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94%의 어린이들이 그렇다고 답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경미 기자는 광주시 학동 창의력 교실에서 글쓰기 논술 교사로 활동하는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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