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DJ정부, 개혁의 적은 자민련이다
[특별기고]DJ정부, 개혁의 적은 자민련이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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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혁재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바람잘 날 없는 정계에 또 다시 강한 회오리바람이 몰아쳤다. 한나라당이 제출한 임동원 통일부 장관 해임건의안에 공동정부의 한 축인 자민련이 찬성을 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DJP 공조가 깨져 정국의 구도가 여대야소에서 여소야대로 바뀌었다. 의원 꿔주기를 통해 겨우 교섭단체를 구성했던 자민련이 교섭단체의 자격을 상실했다. 정부의 대북포용정책과 개혁추진에도 일정하게 정치적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앞으로 정국 전개가 국민의 정부에게 반드시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정국전개 국민의 정부에 불리한 것 아니다
당정개편 구정쇄신의 하나로 추진해야
불안한 정치적 동거 깨고 정면돌파하라



장관 해임건의안이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민주적 절차와 국회를 존중하는 김대중 대통령은 임동원 통일부 장관을 교체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단순히 통일부 장관의 교체에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장관 제청권을 갖는 이한동 총리가 공조를 깬 자민련 총재이므로 정치도의상 물러날 것이다. 공조를 깬 마당에 총재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이다. 또 김중권 대표 등 민주당 당직자들이 일제히 사표를 제출했다. 이로써 당정개편의 가능성이 커졌다.

당정개편은 그 동안 미뤄져왔던 국정쇄신의 일환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국정쇄신 요구는 개혁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도록 국정운영의 시스템도 바꾸고 인적 개편도 하자는 주장이다. 그 동안 국민의 정부의 국정운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책임은 DJP 공조에도 있다. DJP 공조가 불안한 정치적 동거였기 때문이다. 소수정권의 한계를 안고 출범했던 국민의 정부는 원내 안정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자민련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자민련이 싫어해서 못하고, 자민련의 이탈이 겁나서 못하고, 이래저래 국민의 정부는 자민련의 몽니에 끌려다녔다. 원내 의석 과반수를 확보하고도 자민련을 의식하다 아무 일도 못한 것이다. 자민련은 공동정부의 열매를 자신의 정치적 역량 이상으로 열매를 따먹었다. 다시 말하면 권한은 최대한 누리면서 책임과 의무는 거의 지지 않았다.

그 동안 DJP 공조는 위태롭게 유지되었다. 정당의 이념과 정책, 그리고 지지기반이 서로 다른 민주당(의 전신 옛 국민회의)과 자민련이 지난 97년 대통령 선거에서 손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내각제를 고리로 삼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슬아슬하게 정권교체를 이루었으나, 내각제에 대한 국민의 정서가 부정적이고, 야당이 강력하게 반대하는 데다, 개헌선인 3분의 2는커녕, 원내의석 절반을 겨우 넘긴 상황에서 내각제는 도저히 실현될 수 없었다.

그러나 자민련은 내각제 약속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고, 그때마다 국민의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은 뒷걸음질쳤다. 결국 개혁의 적은 내부에 있었던 셈이다.

자민련이 공조를 깨고 갈라선 이제 민주당은 정면 돌파를 해야 한다. 인위적으로 원내 과반의석을 확보하려 하거나, 자민련과의 공조복원을 꾀하면 민주당의 힘은 더욱 약화될 것이다. 민주당이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는 길은 지금보다 더 강한 개혁 추진밖에는 없다.

민주당은 그 동안 미뤘던 개혁과제를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자민련의 눈치를 보는 대신 민주당은 국민에게 호소하고 야당과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국정운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과반에 가까운 의석을 갖고 있는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도 야대의 상황에서 지금까지처럼 무조건 반대만을 할 수도 없게 되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상대를 타도해야 할 적으로 간주하지 말고 국정운영의 파트너이며 국민의 지지를 다투는 건전한 경쟁자로 인식해야 한다. 전부 아니면 전무 식의 사생결단식 정치는 공멸의 정치로 전락할 뿐임을 깨달아 여야는 새로운 상생의 정치를 펼쳐나가야 한다.

민주당 출신 의원들의 탈당으로 교섭단체의 지위를 상실했지만 한나라당의 협조를 얻어내면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을 완화시켜서 자민련이 다시 교섭단체가 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자민련의 입지는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다. 민주당이 자민련의 지지 확보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도 자민련과의 연대나 공조가 아쉬운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자민련의 정치적 영향력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DJP 공조가 깨진 정국구도는 4.13 총선 직후로 돌아갔다. 집권 민주당과 제일 야당 어느 한 정당에게도 과반수를 주지 않고, 자민련을 교섭단체도 구성하지 못하는 군소정당으로 만든 민의는 여야의 대화와 타협에 의한 대화정치의 요구였다. 대화정치의 첫걸음은 지난 8.15 경축사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제안하고 야당이 수락했으나, 민주당 안동선 의원의 돌출발언으로 흐지부지된 영수회담의 개최이다.

/(오마이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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