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시도통합 논란과 지방의 위기
[세상보기]시도통합 논란과 지방의 위기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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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 광주경실련 사무처장

광주시와 전남도는 소모적 논쟁을 넘어 21세기 지방화시대를 맞아 지역 정체성을 보다 분명히 하고 '분권을 확대하고 자치를 내실화'하는데 후일을 기약하지 말라.

도청이전과 시도통합을 둘러싼 갈등과 논란이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갈등과 논란이 결코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정치적 계산이 밝은 사람들이야 이리저리 딴 궁리를 하겠지만 도청이전과 시도통합문제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광주·전남이 커다란 위기와 시련을 겪고 있고 또 이 위기를 극복할 마땅한 대안도 없기 때문이다.

'수가 보이지 않은 때는 손을 빼라'는 바둑격언이 있다. 잠시 호흡을 다듬고 우리 주위를 한번 둘러보자. 우리지역의 위기는 진정으로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도청이전이 광주위기의 본질인가? 도청이 이전하면 목포권은 발전이 이뤄지고 미래가 보장되는가? 어찌어찌 해서 이 논란이 풀리면 이 위기도 극복되는가?

아니다. 광주·전남지역이 겪고 있는 위기는 이것만으로는 결단코 충분하지 않다. 위기의 본질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이 위기의 본질은 수도권집중에 따른 지방의 위기이다. 온나라의 거의 모든 주요기능과 구조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엄청나게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필연적 닥치는 우리나라 지방도시의 위기가 곧 광주·전남지역 위기의 본질이다.

이 위기는 지방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결국 국가 경쟁력 위기로 이어져 다시 지방의 위기를 불러오는 악순환이다. 수도권집중 억제와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그동안의 국가정책과 4차 국토개발계획이 지역이익에 매몰된 수도권지역의 정치인들과 자치단체들 때문에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고 큰 틀이 뒤틀릴 우려가 매우 큰 이때 광주·전남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광주·전남지역의 위기를 고착시킬 이런 정치적 흐름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는가?

위기를 부르는 뿌리를 제거할 생각은 없이 중앙지원만으로 지역발전이 이뤄질 것으로 믿는 그 똥배짱이 부럽다. 수도권집중문제를 돌파하지 않으면 설사 도청이전이 되거나 아니면 시도통합이 이뤄지더라도 지역발전은 요원하다.

위기의 본질에 대한 성찰없이 우물안 개구리식 논쟁만 거듭한다면 광주·전남의 미래는 없다. 시도통합과 도청이전논란에 대해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득실이나 입지를 먼저 따지는 정략적 태도들이 우리의 위기를 더욱 확대하고 있다. 이제는 시민들의 단호한 응징이 필요할 때다. 앝은 꾀로 시민들을 속이고 여론의 눈치나 살피는 구태청산을 위해 시민의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

지역발전을 위한 에너지를 통합하고 이 위기를 관리할 지역리더쉽을 기르는 한편 위기의 본질을 정면으로 돌파하는데 모두 나서자. 광주지역 국회의원을 비롯한 지역정치인들은 수도권 집중을 확대하고 지역균형발전을 가로막는 일련의 정치적 흐름에 단호히 대응하라.

광주시와 전남도는 소모적 논쟁을 넘어 21세기 지방화시대를 맞아 지역 정체성을 보다 분명히 하고 '분권을 확대하고 자치를 내실화'하는데 후일을 기약하지 말라.

/김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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