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속엔 장애가 없잖아요"
"인터넷 속엔 장애가 없잖아요"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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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홈 만든 청각장애인 문경환 씨>

창을 열지 않아도 만월의 빛이 스며들 수 있는 자연의 이치처럼 인화학교 학생들 역시 굳이 '말'이라는 언어도구를 사용하지 않아도 세상과 대화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인터넷 홈페이지라는 새로운 공간을 통해.

인화학교 학생회장 활동
직접 홈 꾸며 세상과 대화


http://my.netian.com/~mm0821. 메인 화면에서 한 소년이 열심히 손을 움직이며 수화로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라며 인사를 하고 있다. 이 홈페이지 주인은 인화학교 학생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문경환씨. 그는 자신 소개를 멋있게 해보고 싶어서 홈페이지를 만들었다고 한다.

문씨와 함께 올 여름 홈페이지 제작 교육(덕산종합복지관 주관)을 받은 14명의 인화학교 학생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동안 남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고, 내 생각을 말할 수 없다는 장애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큰 벽이 됐지만 홈페이지 안에서 만큼은 달랐다. 정상인과 다름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을 올려놓고, 평소 하고 싶었던 말들을 마음껏 적어놓고, 자신이 자주 들어가는 사이트를 소개하는 등 자신의 색깔로 홈페이지 공간을 채웠다.

수화강좌 사이트 등 소개
"글로 말하고 마음으로 들어요"


"인터넷 안에서는 장애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정상인과 똑같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게 이들에게 큰 기쁨이 되는 것 같아요" 홈페이지 제작 교육을 진행한 김윤정 씨(26·담양 덕산종합복지관)가 2주 동안 학생들을 지켜보면서 느낀 마음을 대신 전한다. 이들은 오랜만에 장애인이라는 무거운 짐을 털어 버리고 더불어 사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청각장애는 살아가는 데 다소 '불편'한 것일뿐, 남들에게 감추고 싶은 '부끄러운' 것은 아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이 청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스스럼 없이 말하고 있다. 문씨는 자기 소개란에 청각장애인들이 공부하는 인화학교 학생회장이라는 글과 함께 다양한 수화강좌 사이트까지 소개했다.

"내 홈페이지를 통해 청각장애인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높아지길 바라는 마음"이라는 것이 그가 홈페이지를 통해 다른 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또, 다른 장애인들도 이 홈페이지를 통해 소식을 전하고 정보 교환을 할 수 있는 장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 문씨의 작지만 꼭 이루고픈 소망이다.

*덕산종합복지관은 인화학교 학생들과 같은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앞으로도 무료 컴퓨터 교육을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신청 문의 (061)382-4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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