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나라 젊은 날의 열정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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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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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첫 실버악단>

지난 27일 오후 광주시 월산동 동신대사회복지회관 지하에서 갑작스레 색소폰 소리를 시작으로 아코디언 소리가 잇따라 울려 퍼졌다. 연주곡은 가수 송대관의 '네박자'.

소리가 흘러나오는 지하실에서는 예닐곱명의 노인들이 색소폰. 키보드, 아코디언 등을 흥겹게 연주하고 있었다. 검게 염색한 머리 때문인지 쉽게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이들은 '실버 하모니악단'의 단원들.

음악에 몸을 내맡긴 채 때론 고개도 흔들고, 허리도 굽혔다 펴면서 연주에 푹 빠져 있는 모습은 결코 60대 중반의 모습이 아니다.

실버하모니악단의 회장 장정목씨(67)는 3년 전 여수고 교장으로 정년퇴임하기까지 교직생활을 해왔다. 현재 순천팔마악단장을 겸하고 있는 장씨는 전자기타, 색소폰, 피아노, 아코디언 등 못 다루는 악기가 없다.

"죽기 전에 가진 재능을 하나라도 나눠주고 가려고 모였지요"

62세부터 72세까지 직장에서 퇴직한 노인들로 구성된 '실버 하모니 악단'은 개인 취미로 시작한 음악을 여가생활과 봉사활동으로 이어보자며 지난 5월부터 모임을 가져왔다. 학교교장, 군악대장, 공무원, 회사원 등 전직 경력들도 다양하다.

개인취미, 음악봉사로 이어보고자 모임
단원 부족으로 아직 창단 못해


광주전남한국노인의 전화(회장 양철호) 도움으로 동신대사회복지회관 지하강의실을 연습실로 얻어 본격 연습을 시작한 건 8월초. 아직 단원수가 부족해 공식 창단까지는 못했지만, 단원확보와 연습이 충분해지는 대로 노인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음악봉사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연습에 임하는 단원들의 열정은 젊은이들 못지 않다.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맹연습이다. 점심 식사시간이 되는 줄 모르고 연습하는 경우도 많단다.

칠판엔 이날 연습할 곡목들이 적혀 있었다.
목포의 눈물, 애수의 소야곡, 눈물젖은 두만강, 하룻밤 풋사랑...
"우리한테는 도롯도(트롯트)가 맞지요. 옛날 생각도 나고 우리또래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음악이지요."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박호섭씨(64). 정년퇴직 후 낚시 등으로 소일하던 중 집안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산 아코디언이 어느덧 연주수준의 경력 5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실버하모니의 최고령자는 양동에서 개인 사업을 하고 있는 심성섭씨(72)다. 허리를 곧게 펴고 키보드를 지긋이 내려다보며 건반을 두드리는 여유로운 모습에 음악경력 10년의 연륜이 묻어난다. 연습이 있는 날은 아예 가게문을 닫고 나올 정도로 열정이 대단하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실버하모니는 이 지역 최초의 노인 악단이라는 의미와 함께 노후여가 활동을 위한 자생적 모임이라는 의미도 함께 가지고 있다.

악단 모습 갖춰지면 어디든 달려가야죠
개인악기 가진 분은 누구나 환영합니다


광주전남노인의 전화 마은주 사무국장은 "타지역에는 자치단체 지원까지 받으면서 구성된 실버악단이 많이 있지만 광주에서는 노인들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상태"라며 "우리지역도 이번 실버하모니 악단을 통해 자치단체가 노인들의 복지와 노후여가활동에 대해 관심갖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버하모니의 공식창단을 위해 이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단원확보. 드럼, 트럼펫, 베이스키타, 아코디언 등을 사용할 줄 아는 사람으로 개인악기(국악기 제외) 소지자를 모집한다.

문의 : 사)광주전남한국노인의 전화 062)362-0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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