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스필버그의 최고 걸작'은 거짓말
A.I.-'스필버그의 최고 걸작'은 거짓말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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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아이]는‘스필버그의 최고 걸작’이 결코 아니다.

[에이 아이]는 [로보캅]이나 [터미네이터]처럼 비정하게 묵직한 로봇 영화가 아니다. [에이 아이]는 밑바탕 흐름이 [이티]를 닮았다. 공포감이 주로 강조된 외계인과의 만남을 휴머너티로 우리를 가슴 뭉클하게 하였듯이, 기계적인 괴력과 초능력이 주로 강조된 로봇과의 만남을 휴머너티로 또 다른 이티의 감동을 만들어 보려 한 것 같다.

[이티]는 스토리의 짜임새와 흐름이 실제로 일어난 일처럼 자연스럽기도 하였지만, 이티라는 외계인이 보여준 캐릭터가 강렬한 호소력을 가졌다. 그런데 [에이 아이]는 그렇지 못했다. 얼마쯤 가슴이 찡하기도 하고, 물에 잠기고 얼음에 뒤덮인 뉴욕 맨하탄의 장대함 그리고 잠깐씩 등장하는 기이한 로봇들의 톡 쏘는 자극이 있기는 하지만, 스토리의 짜임새와 흐름이 빈틈이 많고 축 늘어지며 상투적이다. 주인공과 조연들의 캐릭터도 평범하다.( 곰돌이 로봇이 허를 찌르는 맛이 있기는 하다. )

영화관이 매진이었다. 그러나 일부러 맘먹고 볼만 한 영화는 아니다. 돈 좀 들인 흔한 미국영화에 지나지 않는다. 만약 이런 영화가 100만 200만을 넘어선다면, 이 영화 자체의 역량이 아니라, 스필버그가 그 동안 쌓은 이름값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유명인의 자자한 이름값에 덩달아 춤을 추면서, 자기가 '작품과 사람 보는 안목'이 있음을 증명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폼 깨나 잡는 사람은 이걸로 항상 노심초사한다. 나도 두렵다. 그러나 나는 "홍보물이 앞세운 '스필버그의 생애 최고 걸작'은 거짓말이다"고 말하겠다.

언제부턴지 잘 모르겠으나, 우리는'사랑'이라는 낱말이 '진실'이라는 낱말과 함께 뒤덮인 세상에서 살고 있다. 무던히도 사랑하고프고 진실 하고픈 모양이다. 그 안달복달하는 분위기가 그리 미덥지 않다.

[에이 아이]에서 어린이 로봇이 인간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갖게 됨으로써 나타나는 갈등을 보여준다. 그런데 그 로봇의 사랑이 꺼림칙하다. 삶의 애환에서 묵히고 묵혀서 은은하게 배어 나오는 정겨운 사랑이 아니라, 이미 로봇에게 입력된 주인을 향한 '맹목적인 충성심'으로 그래서 '섬짓한 집착'으로 보였다. 그래서 [이티]에서 보았던 휴머너티의 따뜻한 정겨움을 느끼지 못했다.

나는 냉혹한 이 세상에 넘치는 '사랑타령'에서 너무도 이기적인 집착을 본다. 그래서 나는 이 세상이 말하는 사랑을 별로 미더워하지 않을뿐더러, 광기 어린 집착이 느껴질 때면 섬짓 두렵기까지 하다. 나는 그 로봇의 사랑에서 그걸 느꼈다. 서양 사람들은 예수교적 사랑이 배어서인지, 그런 사랑을 '진실한 사랑'으로 찬양한다. 나는 그게 단순히 싫은 게 아니라, 사삭스럽게 간지러우면서 세뇌된 억지를 느끼며, 때때로 섬짓한 잔혹을 본다.

인조인간이 인간이라는 문제로 고민하는 모습은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가 훨씬 낫다. 아스라한 신음처럼 들리는 배경음악이 우리를 더욱 스산하게 만든다. 밑그림과 색감에 담긴 개성 있는 화면도 돋보이고, 화면포착과 액션도 차암 좋다. 스토리가 비비꼬이고 꼬여 어려운 게 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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