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뜨로쉬까 파는 러시아 여학생
마뜨로쉬까 파는 러시아 여학생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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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시민의 소리 편집실에 제법 큰 가방을 둘러맨 러시아 여학생이 찾아왔다.

잠시 머뭇거리던 이 아가씨가 가방을 열고 보여준 것은 '마뜨로쉬까'라는 러시아 전통 공예품이었다. 배가 볼록한 오뚜기 모양의 나무인형을 열면 똑같은 모양의 인형이 나타나고 그 인형을 또 열면 그보다 작은 인형이 계속 나오는...

예전에 비해 사회가 훨씬 개방적이 되고 외국인을 접할 기회도 그다지 어렵지 않기는 하지만 러시아 아가씨를 지근거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아 호기심이 발동했다.

벽안의 아가씨는 마뜨로쉬까를 하나씩 열어보며 "이건 할아버지, 이건 할머니, 엄마, 아빠, 누나..."라면서 마뜨로시까를 설명했다.

"한국어 잘 하시네요"

"연세대학교 한국어과에 5개월째 다니고 있습니다"

한국어를 배운지 5개월 된, 이름과 나이를 밝히기 꺼려하는 이 아가씨가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가며 자신의 생활을 소개했다.

연세대학교에서는 한국어를 배우고 있지만 원래 전공은 심리학이라는 것. 성 페테르스부르크가 고향이고 현재 모스크바에 아버지가 살고 있으며 가방에 담고 다니는 마뜨로쉬까는 아티스트인 아버지가 만든 작품들이다.

"방학중에 전국을 돌아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2학기 등록금을 마련할 목적이기도 하고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한국사람들의 생활도 알아볼 겸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지요"

유럽에서도 심리학 공부를 했다는 러시아 유학생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도 자신의 전공 공부를 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에 러시아인들이 얼마나 있는지' 물어보는 질문에 '잘 모른다. 한국에서 지금까지 러시아인을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러시아 여성이라 하면 괜히 다시한번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시각이 부담스러웠는지도 모를 일이다.

마뜨로쉬까를 하나 사자 '고맙습니다'라며 한국식 인사까지 자연스럽게 건네는 이 벽안의 아가씨와의 명랑한 인터뷰로 시민의 소리 편집실이 30여분동안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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