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남 갈등 누가 부추기나
남-남 갈등 누가 부추기나
  • 이광재 기자
  • 승인 2001.08.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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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통일축전이 남긴 과제들 -

   
▲ 반세기 냉전이라는 과제를 해결하면 "통일의 미소"가 비춰질까
"부분적인 문제를 침소봉대해 행사의 의미를 완전히 부정하고 남남 갈등을 부채질하는 일부 언론의 보도 행태와 이에 편승한 당국의 강경일변도 대응이 문제다."

8.15민족통일대축전의 뒤끝에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대해 평양현지에서 취재활동을 했던 일부 기자단(월간 말, 오마이뉴스 등 8명)은 사태의 본질을 이렇게 분석했다.

분단 반세기만에 대규모 민간차원의 8.15민족공동 행사가 열렸지만, 이번 행사는 강정구 교수의 이른바 '만경대 서명파동'으로 시작해 축전 참가단 7명이 구속되기까지 통일로 가는 남북의 쉽지 않은 여정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는 여론이다.

이 지역 방북단으로 참가했던 한 관계자는 "본격적인 남북간의 교류는 지난해 6.15남북공동선언 이후 이제 걸음마 단계이므로 모든 것이 순조로울 수만은 없다"며 "돌발적인 사안을 가지고 통일의 대세마저 가로막으려는 우리사회내의 상황은 민족의 이익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반세기만의 민족 공동행사
돌출파동에서 구속자까지 만들어
남한 언론의 '침소봉대'태도 지적


이러한 지적의 배경에는 일부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와 야당의 자극적인 대여공세, 그리고 늘 긴장이 사라지지 않는 남북관계가 자리잡고 있다.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양태는 조선·중앙을 통해 선명히 드러난다. 이들 신문은 23일자 1면에 방북자 중에 '묘향산에서의 김일성 인형 앞 큰 절'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가 '인터넷신문 통일뉴스'를 통해 과장된 오보로 밝혀졌다. 또 이들 신문은 "향후 대북정책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정부의 책임 있는 설명과 대책이 제시돼야"(중앙 8월21일자)한다며 이번 사건을 대북 햇볕정책마저 바꿔야할 중대한 사안으로 간주하고 있다.

일부 언론의 강성 발언들은 시기상으로도 '언론사 세무조사'에 의해 주요 언론사 사주들이 구속된 상황에서 언제든 대정부 공세를 취할 빌미를 찾고 있었다는 일부의 해석도 있다.

야당의 대여공세 역시 이번 파동에 한 몫을 했다. 한나라당 권철현 대변인의 '평양광란극' 발언으로 야당의 공세는 정점에 달했다. 하지만 이는 평양현지를 다녀온 일부 취재진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주노총 등 시민사회단체들에 의해 '남측 언론의 광란극'이라는 반발을 사고 있다. 야당은 또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을 물어 임동원 통일부장관의 해임을 요구하기도 했다.

'평양광란극'은 남측 언론과 야당의 합작품

하지만 이번 사태가 이렇게까지 확산된 근본적인 이유는 물론 남북의 긴장관계다.

방북참가단은 물론 현지 취재진들도 '해프닝' 쯤으로 생각했던 일들이 휴전선을 넘어 남쪽으로 내려오면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로 변질되는 남북의 대치상황이 남한 사회를 순식간에 메카시즘 바람으로 몰아갔다는 것이다.

이밖에 당국간의 교류와 달리 민간교류가 갖는 다양성 및 자유로움이라는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는 점과,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기도 전에 언론보도에 편승해 "사법처리방침"을 공공연히 발표했던 공안당국의 강경대응도 지적되고 있다.

그리고 남북관계라는 민감한 사안 속에서 참석자들의 행동이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하지만 일부 돌출적인 사안들로 인해 8.15 민족통일 대축전의 서울·평양 동시개최와 북측대표단의 서울방문을 비롯한 5개항의 공동합의라는 성과가 가려져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점차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도 24일 민족통일대축전 방북단 사태와 관련해 유감을 표하면서도 "평가할 것은 평가해야 한다는 이성적 여론도 있다"며 "햇볕정책의 기조는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DJ, 성과도 평가해야, 햇볕정책기조 유지
반세기 냉전 갈등 봉합하는 지혜가 필요


반세기동안 사회 곳곳에 영향을 미친 냉전구도는 한번의 남북정상회담과 몇 차례의 민간교류로 쉽사리 깨지지는 않는다. 이번 통일대축전을 둘러싼 국내의 갈등은 통일로 가는 길에 나타날 수 있는 모든 과제들을 한꺼번에 보여주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은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다.

이러한 갈등들을 봉합하고 해결해가는 민족적 지혜가 모아져야 한다는 각계 의견은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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