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가는 길, 시민이 함께 간다
통일로 가는 길, 시민이 함께 간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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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단체 상근자 '2001 민족통일 대축전' 참가기>

2001년 8월 15일. 올해도 어김없이 서울에서는 통일행사가 열렸다. 작년 6·15 남북정상회담 후 '통일'이란 이름과 연관된 사회 각계각층의 변화가 놀라울 정도임으로, 마음속 불안감 따윈 전혀 없이 버스에 몸을 실었다.

불과 몇 년 전 대학 학보사·과학생회장 시절만 해도 8월이 다가오면 마음 깊이 큰 각오를 해야 했다. 쏟아지는 최루탄과 검문, 연행을 감수한 채 기차에 몸을 싣는 경우가 대부분 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평양 '2001 민족통일대축전 공동행사'에 남쪽대표단이 참가할 상황이니 누구든 맘만 먹으면 수월하게 통일행사에 참가하게 된 것이다. 그만큼 수월해진 까닭은 정부의 통일정책과 그 동안 피와 땀을 흘려온 통일단체들의 노력으로 보여졌다. 또한 1년 사이에 엄청나게 변화된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의식과 열망에서 기인된 것이겠다.

어쨌든 부담 없이 시민단체 소속으로 서울 행사장(연세대)에 도착했지만, 행사를 방해한 것은 뜻밖에도 굵은 빗방울이었다. 행사에 다소 차질은 있었지만, 8월초부터 전국 각 지역에서 펼쳐왔던 통일행사와 통일대행진단의 활동을 전국차원에서 보고하고 마무리한다는 '민족통일 대축전'의 의미를 공유하기에는 충분했다. 8월을 맞아 광주에서도 구청별 행사까지 최소 5번 이상 진행된 크고 작은 통일행사를 전국에서 모여 성과를 보고하고 통일 노래 자작곡 경연을 벌이는 게 행사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여의도 한강 둔치공원으로 장소를 옮겨 기념식과 통일한마당, 통일 대행진을 진행할 때까지 시민들의 참여가 많지 않았던 것은 또다른 과제로 남았다. 상경하는 참가단도 대부분 과거 학생운동 출신이거나 통일관련 사회단체 소속 회원이었다.

서울 행사가 우천과 지역적 조건 때문에 많은 시민참여가 어려웠겠지만,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과 단체 소속 회원들이 대부분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은 못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전국민적으로 확산된 통일의식에 비해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 프로그램이 부족했던 것이다.

언제나 서울 행사 후에는 지역으로 내려오는 버스 안에서 많은 것을 생각해 본다. 평양에 311명의 대표단이 방북할 정도로 분위기가 고조된 통일의 물결에 비해 그 물결의 실천적 행동으로 내세운 '2001 민족통일 대축전'에 시민들의 실질적인 움직임은 어떠했는지. 지나가는 시민의 입에서는 '통일'에 대한 당위성이 쉽게 터져 나오지만, 참여와 행진을 함께 할 때면 '많이 보던 사람만' 보게 되는 게 현실적 상황이었다.

시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시민단체 상근자로써 민족적 문제인 통일을 시민들에게 어떻게 이야기하고 어떤 태도와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해 본다. 광주로 내려오는 버스 안에서 말이다.

박정민 기자는 참여자치21 간사로 활동하는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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