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물가락에 얼쑤…전통문화 전수관 '길동무' 아이들
풍물가락에 얼쑤…전통문화 전수관 '길동무' 아이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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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쑤~ 얼쑤~"
동그랗게 원을 만들어 언니, 오빠들이 맞춰주는 흥겨운 풍물 장단에 다슬(7)이가 조그마한 몸을 좌우로 흔들며 택견 시범을 보이는가 싶더니 이내 북을 잡고 북채로 힘껏 내리치며 언니, 오빠들의 택견 몸짓을 위해 열심히 장단을 맞춰주고 있다. 다슬이의 유치원 방학은 이렇게 풍물과 택견, 그리고 땀이 한 데 어우러진 가운데 지나가고 있었다.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택견 생활체조 설장구 등 함께 배워


광주시 북구 양산동 길동무전수관. 올 여름 내내 이곳은 시끌벅적 거렸다. 다슬이 같은 유치원생부터 중·고등학생에 이르는 서른 여섯명이 '전통문화교실'을 참석, 이곳에서 무더운 여름을 지내고 있으니 북적거릴 수 밖에.
나이의 많고 적음 따윈 상관없다. '우리 것'이 좋아 즐긴다는 데 누가 말리랴. 다들 수강 시간이 끝났는데도 계속해서 풍물을 치고 택견 연습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신나고 재밌어요" 단지 그 뿐이다. 더 이상의 수식어가 붙지 않는다. 그 어떤 컴퓨터 게임보다도 몸으로 직접 뛰는 택견과 풍물이 좋다는 김민철 군(10)은 온 몸이 땀으로 젖었는데도, 수강 시간이 끝났는데도 택견에 푹 빠져 있다. '우리 문화가 뭐냐'고 물어보면 선뜻 말문을 열지 못하는 유치원생들도 택견 시범, 풍물 연습은 어른들 못지 않게 열심이다.

이처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우리 문화. 이는 최영준(35) 관장이 전수관 문을 연 까닭이자, 곧 그의 문화 전수 방법이기도 하다.

마음껏 풍물 할곳 없는 게 안타까워
최영준 관장이 사비털어 설립


88년부터 풍물을 시작해 91년 남원에서 필봉가락을 전수받고 95년 광주로 내려와 중고등학교에서 특기적성 교육으로 풍물을 가르치기 시작한 최관장은 이곳에서 '끼'있는 학생들을 만났다. 동시에 "풍물이 좋아 온 몸으로 즐기는데도 그 '끼'를 발산할 곳이 없는 안타까운 현실"도 접해야 했다. 그는 고민 끝에 광주학생연합풍물패 '흙무디'를 만들고 흩어져 있는 학생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랑스런 제자들이 '우리 것'을 즐기는 데 남의 눈치 봐 가며, 이리저리 전전긍긍해야 한다는 것이 마음 아팠던 그는 지난해 11월 이들을 위해 사비를 털어 전수관을 마련했다.

이후 최 관장은 이곳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장으로 운영해 나가고 있다. 풍물 뿐만 아니라 민족무예인 택견, 예리교육, 생활체조, 호흡법, 설장구 민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나이 어린 아이들도 따로 떼어놓지 않고 중·고등학생 어른들과 한 데 어우러져 '우리 것'을 알아가도록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이제 서로 땀흘리며 모든 것을 잊고 즐기는 사이, 격이 없는 '길동무'가 됐다. "택견이나 풍물이 너무 신나서 좋아요" 이 느낌 하나가 '우리 것'을 이어가는 큰 힘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제법 생각이 깊어진 중·고등학생들은 이곳에서 '우리 것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도 배웠다. 특기적성 교육을 받다가 매료돼 이곳에서 끊임없이 우리 것을 익혀나가고 있다는 김나래(16·송원여중3)양은 외국 것을 선호하는 또래들에게 "우리 것을 알아야 외국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야무지게 호통을 치기도 한다.

땀흘리며 즐기다보면 '길동무' 돼요

이곳은 마치 우리문화를 이어가는 길목과도 같이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찌는 듯 무더웠던 올 여름을 이곳 길동무 전수관에서 보낸 식구들은 예전 마음껏 뛰놀던 방학이 더 이상 그립지 않다. 엄마의 윽박지르는 소리에 겨우 일어나 냅다 뛰어 나가 동네 친구들과 한바탕 질펀하게 놀면서 한 나절을 보낼 때보다 더 큰 즐거움을 택견과 풍물에서 느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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