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로 네 얘기 해봐
카메라로 네 얘기 해봐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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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많은 영화를 '굽고'있다는 지난번 글 이후로 많은 지인들이 나에게 리스트 공개와 복사를 요구해오고 있다. 그러나 '캠버젼'이니, 'DIVX'니, '사사미'니 하는 기술적 용어와 '듀얼헤드' 없이는 자신의 작은 컴퓨터모니터로 감상해야 한다는 '기술적' 설명에 대부분 그들은 더 이상 부탁하지 않았다. 이 자리를 빌어 순순히 포기해준 그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또다시 부탁하려는 이들에게 경종이 되었으면 한다.

영상문법 익숙한 청소년들
뚝닥뚝닥 일주일만에 '영화'제작
영상문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런 생각이 든다. 한편의 영화를 보기 위해서 왜 우리는 그 많은 기술 용어들을 만나야 하는가 말이다. 우리는 늘상 영화란 시간 맞춰 극장에 마냥 앉아 있거나 VCR에 그냥 집어넣으면 되는 것 아닌가 말이다.

사태는 이렇다. 영화는 태생부터 기술의 발전에 기댄 예술이었다. 우리에게 영화예술을 만드는 기술은 그러나 저 높은 곳에 있어 금단의 열매였었다. 이러한 높은 기술적 요구는 당연히 많은 돈을 필요로 한다. 예술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집을 팔'거나, '과부를 꼬시'거나, '사기를 치거'나 해야만 가능한 그 어떤 것이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이진수로 표현되고 슈퍼컴퓨터의 성능이 우리들 책상 위에 오르는 시대가 되니 먼저 기술이 낮아졌다. 기술이 낮아져 희소성이 사라지니 '카메라' 만질 기회가 많아졌다. 1995년 이후 캠코더가 디지털로 화면을 기록하고, WINDOW 95운영체제로 멀티미디어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영화 제작기술이 우리의 손 끝에 닿게 되었다. 즉 영화를 위하여 예전에는 결코 생각해 본 적 없는 기술들이 이제는 영화를 '보기' 위해서도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은 이제 우리가 그동안 영화에 대해 가져왔던 생각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선동적으로 말하자면 이제 우리 모두는 카메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자. 그것은 충분히 가능하고 그렇게 하고 있다.

영상문법이 더 익숙한 청소년들은 뚝딱뚝딱 1주일도 안걸려 영화 한 편을 만들어낸다. 오해하지 마시라, 이것은 그냥 한번 해 본 것이 아니다. 당신이 극장에서 즐겼을 영화 중에도 그들이 사용한 기자재보다 못한 장비로 제작된 영화들이 있다.

'처녀들의 저녁식사'로 유명한 임상수 감독의 최근영화 '눈물'은 300만원정도면 구입가능한 디지털비디오카메라로 촬영되었다. 나는 '눈물'을 촬영한 'PD100'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PD150'을 주로 사용한다. 편집은 'DVRaptor'가 장착된 개인용 컴퓨터를 사용했다.

다행히 나도 그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물론 나는 임상수감독보다 영화공부가 짧으며, 나를 믿고 돈대줄 투자자를 알지 못한다. 그러나 예술적 의욕은 타라코프스키 못지 않으니 관심있는 투자가들 '입질'을 기대한다.

그러므로 이제 쇼파에 몸을 파묻고 영화를 생각하지 말자.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서라! 영화 기술이 저 높은 곳에서 내려온 이제부터가 '진짜 예술'이 가능하다.

또 하나의 '새로운(?)' 국제영화제 소식을 들은 우울한 새벽에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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