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장사가 아니다
문화는 장사가 아니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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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거의 모든 지자체가 '문화상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각종 언론이 덩달아 장단을 맞추고 일반 시민들도 이제는 이 말을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문화를 관광, 유흥, 오락의 대상으로만 생각할 때 그 문화가 어떤 것이 될지 한번 짚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과연 '문화'와 '상품'이 어울릴 수 있는 말일까? 본말이 전도되어 문화는 간 곳이 없고 상품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닐까?


민중의 삶 오롯이 녹아있지 않는
팔기 위해 급조된 이벤트성 문화
얼마나 오래 갈 것인가


문화는 결코 단시간 내에 축적되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문화는 어떤 공동체의 전통적 삶의 양식이기 때문이다. 오직 팔기 위해 급조된 이벤트성 문화가 오래 갈리 없는 것은 거기에는 그 민중의 삶이 녹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먹는 것, 입는 것, 노는 것, 자기를 표현하는 것(예술이나 종교) 등 문화는 우리 주위에 늘 가까이 오래 전부터 있어 왔던 것이다. 물론 문화도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이고 우리는 새로운 문화를 창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보다 나은 문화적 삶의 양식을 위해 노력하는 것과 그것을 돈벌이에 이용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안동 하회마을의 탈춤이 그저 광고와 홍보를 잘해서, 멋진 호텔과 음식점이 많아서 그 지방의 대표문화가 되었고 많은 관광객을 끌어 모았을까?

우리 지방의 문화 행정을 이끌어 가는 분들께 몇 가지 제언을 드리고 싶다.

하나, 문화는 보호와 육성의 대상이지 장사의 대상이 아니다. 문화를 보호, 육성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부수적인 이익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이지만 처음부터 경영 마인드니 해서 수익만을 노리다 보면 문화는 없어지고 상술만 남는 것이다.

둘, 문화는 공동체 성원들의 참여와 지지가 없이는 결코 지속적인 것이 될 수 없다. 문화는 사람들의 생활과 정서를 반영하고 그 속에 녹아 들어가지 않으면 문화로 성립되지도 않는다. 나는 광주의 문화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를 지금으로서는 주민자치센터와 폐선부지의 활용에서 단적으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엄청난 돈을 들여 이벤트성 문화행사를 벌일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생활 속에서 그들의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살아있는 문화를 육성해야 한다. 시민들을 위한 녹색문화공간을 만들기로 한 폐선부지가 지지부진하여 차도가 생기는 것을 보면 답답할 따름이다.

셋, 문화정책을 전체적으로 기획, 입안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문화는 복합적인 것이기 때문에 한두 방면의 전문가만 가지고는 문화를 이끌어 나갈 수 없다. 도대체 문화가 무엇이고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나름대로의 철학이 없다면 그 문화는 절름발이 문화가 될 것이다.

오늘날은 누구나 어디서든지 문화를 말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말뿐이 아니라 정작 우리의 문화수준은 어디에 있고 앞으로 무엇을 지향해야할 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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