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돌림노래] 역사
비극의 [돌림노래] 역사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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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풍
참 언론을 위하여

   
▲ 잘못된 과거에 철저한 단죄는 "남 탓"이 아니다. 반성하지 않는 잘못된 과거를 안고는 밝은 미래를 보장받지 못한다.
2001년 8월 13일 고이즈미 일본 '내각총리대신' 은 야스쿠니신사의 마루에 스스로 찍어놓은 50 여 개의 발자국으로 인해 2000만 명의 태평양전쟁 유족과 전 세계인의 손가락질을 감당해야 하는 비극의 세계사를 쓰고 말았다.
군사작전을 펴듯 전격적으로 신사참배를 마친 고이즈미 일본 총리를 두고 국내 일간지들은 사설이나 칼럼 등을 통해서 일제히 규탄했고 한국과 중국정부는 강력하게 항의했다.

대부분의 국민들 또한 울분을 삭이지 못하여 여름밤의 악몽에 시달렸다. 또, 그 보다 앞서 일본 내 수구 보수세력의 지원을 받고 있는 단체에서는 왜곡된 역사의식으로 일본 사를 다시 써 자국내의 어린 학생들에게 '전쟁미학'을 가르치려는 우둔하고 극히 위험한 행위를 자행했다. 이러한 일본의 일련의 행위는 예정된 것이었고 앞으로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 분명하다. 이 문제는 '행위의 옳고 그름'의 문제도 '분별력'의 문제도 아니다.

그릇된 행위 단죄해야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그릇된 행위에 대한 단죄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시아를 시작으로 세계를 누비며 만행을 저질렀던 일본이 항복을 하고 난 후에 전쟁범죄에 대한 어떤 대가를 받았었나? 전범 13명을 교수형 시킨 것과 맥아더 앞에 불려간 히로히토의 인간선언 곧, "나는 신이 아니고 인간이다"라고 복창한 것이 전부다. 그리고 끝이다. 너무도 쉽게 용서해 주어버렸던 것이다. 단죄 없는 오욕의 역사는 돌림노래(Canon)로 불려질 것이다.

일본이 저지르고 있는 일련의 만행적 행위를 보면서 한국의 모습을 되 비쳐볼 필요가 있다.
고이즈미의 신사참배를 규탄했던 8월 13일자 조선일보 사설의 정리부분을 옮겨본다. [역사란 사실은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에 관한 문제다. 젊은이들은 국가 지도자의 행동을 통해 역사를 현장에서 학습한다]

음습한 모함과 자기 최면에 걸린 일갈이다. 역사란 사실은 자기의 발을 어디에 담궜었는가 하는 엄연한 현실개념이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다. 어떻게 걸어왔는가 하는 족적이 찍힌 과거의 문제이다. 잘못된 과거를 철저히 반성하고 난 후에야 비로소 미래를 논할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 또, 젊은이들에게 역사 현장을 학습시킬 사람은 국가 지도자가 아니다.

조선일보가 고이즈미 신사참배에 갑자기 국가 지도자론을 들고 나온 진짜 이유는 알 듯 하지만 국가 지도자는 역사 속에 소재이지 누구를 가르칠 자리에 있지 않다. 다만, 국가 지도자 자격의 문제로 접근하여 그 지도자가 과거와 현재가 청렴했는가? 선을 이루려는 노력과 '원칙 있는 소신을 가진 사람인가? 라는 가치에서는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동서고금에 귀감이 되는 지도자. 그런 지도자에게 미래를 맡겨서 국가와 인류에게 희망
을 주어야 바람직한 것이다.

역사현장 학습하는 곳은 정직한 언론


그러나 정작 젊은이들이 역사현장을 학습해야하는 곳은 정직한 언론이다. 국가 지도자의 일언일행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고 지도자의 공과를 합리적이면서 바른 역사인식으로 피력하는 정직한 언론에게 그 사명이 주어져 있다. 그러므로, 유.불리를 계산하며 카멜레온처럼 변하는 역사인식을 가진 언론들은 강준만 교수 의 말대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사기 극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내탓이오 내 큰 죄 탓이로소이다]

기독교의 종교관은 매우 단순하다. 네가 지었던 과거의 죄와 앞으로 지을 미래의 죄까지 예수그리스도가 죽음으로 도말(용서)했다. 그 사실을 믿느냐? 그 사실을 믿는다면 그렇게 되리라. 교회에서 사용하는 "내 탓"이란 극히 종교적인 신앙고백이다. "내 탓이오 내 큰 죄 탓이로소이다"라는 고백은 내 과거의 죄와 미래의 지을 죄까지 안고 죽으신 예수그리스도에 대한 '신앙고백'이다.

우리는 흔히 이 종교적인 신앙고백을 교묘히 인용하여 잘잘못을 따져야하는 당연한 사건들이 묻혀져버리거나 사건의 본말이 뒤집히는 경우를 수 없이 보게 된다. "남 탓 말라"로 호도하며 연막을 친 뒤에 죄의 경중을 따지지 못하게 하는 세력들이 누구인가? "남의 탓 말라"라는 종교적 신앙고백 뒤에 숨어서 '남 탓'을 실컷 즐겼던 세력들이 오늘날까지 역사를 뒤집어놓았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모든 것은 '남 탓'이라며 먹물로 볼륨높이고 있는 것이다. 잘못을 저지른 자에게는 그 잘못만큼의 '탓'을 분명히 해야한다. 그 '탓'을 제대로 하지 못한 역사는 반드시 돌림노래 되어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어떤 판사가 살인을 저지른 자에게 내리는 형량과 구멍가게에서 껌 한 통을 훔치다 잡힌 도둑에게 같은 형량으로 판결을 내렸다면 그 판사의 판결을 긍정하는 사람이 있을까?

[양비론]

초등학교 시절의 일이다. 전학을 온지 얼마 되지 않은 내성적인 성격인 나는 도시학교생활에 적응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했다. 게다가 담임선생님은 무섭기로 소문이 자자했었고 실제로 무서운 분이셨다. 2~3주가 지나서야 새로운 친구들을 하나 둘 사귀게 되었고 70여명의 학급 아이들의 습성을 대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그 중에는 힘이 약한 아이들만 골라서 괴롭히는 아이가 하나 있었는데 그 아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좋은 옷과 신발과 가방을 가지고 다녔고 점심시간엔 우유와 빵을 급식하는 부유한 아이였다.

쉬는 시간만 되면 어슬렁거리며 재밋거리를 찾아다니는 그 아이는 생일선물로 받았다는 어떤 친구의 '퍼즐 맞추기'판을 강제로 빼앗았으며 뺏기지 않으려는 그 친구를 흠씬 두둘겨 팼다. 시작종이 울린지도 모른 채 다투던 두 아이는 호랑이 선생님께 붙잡혔고 나는 그 때 담임선생님의 이상한 판결을 보게되었다. 그 선생님은 두 아이와 학급의 아이들에게 싸우게된 동기를 비교적 자세히 듣고 난 후에 가해학생보다 피해학생에게 더 많은 매를 때렸다. 이유인즉 학교에 필요 없는 물건을 가지고 와서 싸움의 동기를 제공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참으로 부당한 판결이라 생각했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가해자였던 그 아이가 '스마일배지'를 가지고 노는 것을 본 나는 '스마일배지'를 한번 만져보자며 시비를 걸었고 싸움이 시작되었다. 이 싸움 역시 선생님이 알게 되었고 붙들려간 우리는 수사(?)과정은 똑같이 되풀이되었으나 판결의 결과는 정 반대였다. 그 아이는 단 한대도 맞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위로해 주었고 시비를 걸었던 나의 볼기짝엔 불이 났었다. 나는 두 번째로 부당한 판결이라 생각했었다.

그 후로도 자주 그 아이의 잘못이 뚜렷한 사건은 "두 놈 다 나빠"라는 [양비론]으로 처리되었고 그 반대의 경우에 상대 아이는 심한 후유증을 낳곤 했었는데 그 아이가 그 선생님의 친 조카였다는 사실을 알게된 것은 그 이듬해인 졸업식장에서였다.

잣대를 쥐고 있는 자들의 눈금을 믿지 못하게되는 사회는 불행한 사회이다. 프로크라테스의 침대이야기를 읽으면서 불평등한 잣대가 인간에게 미치는 소름끼치는 결과에 대해서 한번만이라도 되새겨보기 바란다. 그 괴물의 말로도 함께 기억하기 바란다.


[반성 없는 자들의 공통점]

고이즈미의 신사참배에 불이라도 토해낼 듯 성낸 모습을 보였던 조선일보의 과거를 보면 고이즈미의 신사참배를 오히려 찬양해야 마땅할 듯하다. 일제 앞에 무릎을 꿇고 천황의 만수무강을 '극존칭' 용어를 골라 아부하고 조국의 젊은이들에겐 일본제국의 용감한 '가미가제'가 되라며 선동했던 신문이 아닌가! 공정보도. 사실보도가 생명인 언론으로서의 역할은 수행하지 않은 채 누구의 손을 들어주어야 오래 살아 남는가에만 온통 관심이니 언론으로서의 자격이 있는가 말이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 기사에 대해서도 '아니면 말고' 로 끝이다. 오죽했으면 노무현 민주당 고문이 "조선일보는 신문도 아니다" 라고 했을까.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엄청난 세금 도둑질을 하고도 사과 한 마디 하기는커녕 언론탄압이니 언론말살정책이니 하며 사실을 호도 하려는 조선일보에게 그토록 금과옥조로 여기는 '언론의 자유'를 북한의 노동신문이나 중국의 인민일보에게도 적용해야 하나? 라고 물어보면 무어라고 대답할까 궁금하다.

도둑질했던 세금을 내 놓고 잘못을 사과하라는 국민들의 노도와 같은 질책을 음습한 편가르기를 부추겨 희석시켜 빠져나가는 모습이 흡사 능사와도 같고 정권과 정부도 구별하지 못하고 이성을 잃은 기사들로 가득 차 있는 신문이 과연 대한민국의 신문인지 적국의 신문인지 헷갈린다.

[비극의 돌림노래에 종지부를 찍어야]

김 대중 정부는 비판을 받아 마땅한 몇 가지의 사안들이 있음에 분명하지만 높이 평가하고 싶은 두 가지가 있다. 대한민국도 정권이 바뀔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 과 적어도 지금까지는 일관되게 진행되는 불의 한 언론과 타협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환자의 환부를 만지는 의사의 손길은 아프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환부가 아프다는 이유로 의사의 손을 거두어 수술을 하지 말아야 할까?

개혁을 국민이 피로해 한다는 논지로 김대중 정권의 지지도를 들먹인다. 지지도를 계산하는 정권은 개혁할 자격이 없는 정권이다. 지지도 '0' 에 도전하는 정권만이 역사에 올바른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썩어 문드러진 환부를 그냥 덮어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 환부를 헤집고 다니는 의사의 손을 미워했다가 도 훗날 건강을 되찾은 환자는 그 의사에게 감사해 할 것이기 때문이다. 잘못된 과거에 철저한 단죄는 '남 탓'이 아니다. 반성하지 않는 잘못된 과거를 안고는 밝은 미래를 보장받지 못한다. 이제 이 비극의 돌림노래에 종지부를 찍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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