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과 아픔이 현실을 치유한다
슬픔과 아픔이 현실을 치유한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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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흠 시집 '상처가 나를 살린다' 출간>

작은 상처에 아파했던 것은/죄스러운 일이다 혼자인 밤이면/상처입은 짐승들이/주위를 가득 채운다//따뜻하다('상처가 나를 살린다' 중).

전라도 장흥 출신의 이대흠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상처가 나를 살린다'(현대문학북스 간)를 펴냈다.

시집의 표제작이 말해주듯 이번 시집 속엔 '상처'란 단어가 많이 등장한다. 육체적, 정신적 상처 모두를 아우른다. 바로 내가, 우리가, 사는, 속해있는 지금 현실 그대로다.

우리는 어쩌면 상처투성이의 현실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인의 시를 통해서 확인된다. 희생, 그리움, 유년의 기억들, 불순한 사랑, 소통의 불가능성, 남성 시인이 본 여성에 대한 이해까지 담은 시들은 생명의 소중함으로 귀결된다.

(희생만큼 지독한 종교/ 어디 있겠는가)//다 닳아 빵구나서 아무데나 버려지는/낯빛이 저리 검고 딱딱한 것은/퍼내지 못한 평생의 속울음/쌓이고 쌓였기 때문이다//모난 데 다 버리고/둥글다는 것은 얼마나/아픈가(첫 시편-'바퀴는 슬프다' 중).

타의에 의한 바퀴의 굴림은 자기 응시요, 자기 희생이다. 2부의 지나 공주 연작 10편은 여성성을 새롭게 사유한다. 어머니에서부터 성의 상대로까지 여러 계층의 여성이 등장하는 시편들은 사물의 의인화로, 신화적인 색채를 띤다.

시인은 "내 시가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이는 주로 현실을 상징화하는 신화시에 치중하기 때문이란다. '지나 공주' 연작시도 그런 맥락이다. 아직도 여성은 억압받고 상처받는 현실인데 지금 우리 시대에서 극복돼야 하는 현실임을 고민하고 있다.

시인은 첫 시집을 내고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를 맞았다. 두 번째 시집은 그때 받은 상처로부터 오늘의 내가 있는 현실의 연장선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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