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맷돌이 '건강' 만들어요
이 맷돌이 '건강' 만들어요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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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두유' 만드는 정용임씨>

새벽 4시. 동이 트려면 1시간 이상은 족히 기다려야 할 듯 싶다.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산수2동은 고요하기만 하다.
그런 적막을 깨고 아침을 알리듯 오늘도 어김없이 맷돌을 돌리며 하루를 시작하는 이가 있다. 광주시 동구 산수2동 장원초등학교 앞에서 '영양두유'를 만드는 정용임(48)씨.

매일 새벽 등산객 맞이 21년째
맷돌 갈아 싱싱한 두유 대접


정씨가 맷돌로 두유를 만드는 이유는 오직 하나. 아침마다 무등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을 위해서다. "처음엔 애 아빠를 위해서 아침에 한잔씩 만들었는데, 콩이 사람 몸에 좋다는 것을 실감하고 나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만들어 주고 싶어 이 일을 시작한지 벌써 21년이 됐다."

정씨는 그동안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등산객들을 맞이했다. "우리 아줌마요? 내 건강을 책임지시는 고마운 분이시죠" 이 두유를 마셔야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사람들에게 정씨는 꼬박 꼬박 아침을 챙겨주는 어머니와도 같은 존재다. 콩만 갈면 두유 한잔이 금방 만들어지지만 그 속엔 예전에 정씨가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듬뿍 쏟았던 정성이 그대로 배어있기 때문에 그 맛은 더욱 진하다.

어느새 단골만 100여명 넘어
"내 가족 아침 챙기듯 즐거워요"


그래서 사람들은 이곳에 한번 발을 딛기 시작하면 발길을 끊을 수가 없다. 이렇게 생긴 단골이 100명 정도. 이들은 영양두유와 10년이 넘은 인연을 만들어 가고 있다.

등산객을 위한 일인 만큼 새벽 4시에 시작한 정씨의 일은 아침 9시가 다 되어서야 끝날 수가 있다. 한 가정의 아내로써, 어머니로써 집안 살림 꾸려가며 이 일을 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다. 하지만 정씨는 자신이 만든 두유를 먹기 위해 먼 곳에서도 날마다 오는 사람들을 마다할 수 없어 매일 두유를 간다.

"날마다 힘들어서 가족들이 그만 했으면 좋겠다고 해도, 사람 만나시는 게 즐거워서 그만 두실 생각을 안하세요" 가족들도 이런 정씨의 마음을 알기에 더이상 일을 말릴 수가 없다. 오히려 옆에서 거들며 함께 아침을 시작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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