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GMO도입, 이대로 괜찮나
정부의 GMO도입, 이대로 괜찮나
  • 김다영, 배연지, 장인성 공동 작성
  • 승인 2017.12.08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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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O의 생산성에 대한 의문과 유전적 다양성을 중심으로

지난 여름 전북녹색연합 등 110개 단체는 전북 완주군 이서면의 GM작물 격리 포장(시험 재배지) 앞에서 GMO(유전자조작식품) 반대 농성을 벌였다. 농진청이 2015년 5월부터 마을 주민들에게 사전 통보나 협의 없이 몰래 GM작물 시험 재배를 진행해 온 탓이다. 주민들은 마을 한복판에 GM작물이 재배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알고 반발했던 것.

정부가 GMO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시점은 2011년 농진청 산하에 GMO작물사업개발단을 발족하면서부터였다. 이 사업단은 그 동안 각종 GMO농작물을 개발해 특허출원 해왔으며 GMO농작물의 노지 시험 재배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올해 3월 전북지역 농민과 환경단체들이 농진청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를 한 후에야 그 실상이 알려졌다. 지난 4월 농진청이 내놓은 답변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전국 7개 지역에서 10개 품목의 GMO작물을 시험 재배하고 있거나 예정돼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GMO를 무작정 도입하기 전에 여기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과연 GMO가 식량 생산의 획기적인 증대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다. 최근 지구의 환경변화와 인구증가로 인해 식량난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어 왔고 이에 따라 GMO가 그 대안책으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현재 대다수의 사람들은 ‘GMO는 생산성을 증대시킨다’라는 보편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또한 농산물 회사들도 잡초와 병충해 등에 보다 잘 견디는 유전자를 이용해 GMO 작물의 생산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의 시민단체들이 연합한 ‘GM 동결’이라는 환경 단체의 피트 라일리 국장은 “미국 캔자스대학이 최근 3년간 연구한 결과 GM 작물의 생산성이 일반 작물보다 10% 낮게 나왔다”고 밝혔다. 이 뿐만 아니라 GMO의 종주국이라고 불리는 미국의 GMO 생산성을 살펴보면 GMO의 식량문제 해결 가능성을 더욱 의심할 수밖에 없다. 2013년 국제농업생명공학정보센터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GMO 재배 면적은 전체 재배면적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6927만 ha다. 그러나 유엔식량농업기구가 GMO가 도입된 후로부터 20년간 조사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이렇게 GMO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미국의 곡물 산출량과 GMO 작물 재배가 허용되지 않은 유럽의 곡물 산출량을 비교해 보았을 때 눈에 띄는 차이 없이 거의 비슷한 흐름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오히려 사탕무 생산량은 서유럽이 미국보다 더 가파르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와 같이 GMO작물의 생산성이 사실상 제대로 증명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GMO에 대한 관심이 끊이지 않고 또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몬산토로 대표되는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소수의 거대 종자기업이 그들의 시장 지배력 확보를 위해 정부 로비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에만 700만 달러에 달하는 돈이 로비에 쓰여졌다. 몬산토의 직원들은 식품의약국과 농무부에서 자주 고위직책에 오르고, 농업 정책을 수립하는 의회 위원회를 구성하며, 의회 지도자와 백악관에 자문을 제공한다. 또한 이들은 소형 종자 업체들을 인수하고 그 외의 경쟁 기업에게는 특허권 소송을 벌이면서 시장 지배력을 더욱 확고히 해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몬산토는 현재 세계 유전자 조작 농산물의 87%를 장악하고 있다. 따라서 GMO 작물이 이토록 활발히 개발되고 있는 이유가 거대 기업의 자본주의 논리의 영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그저 과도한 독과점이 아니다. 거대 종자기업은 다양한 종자를 개발하기 보다는 경제성 있는 소수의 종자에만 집중한다. 그 결과, 현재 남아있는 작물의 종자의 수는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세계 주요 작물의 종자의 수를 GMO종자를 도입하기 전인 1990년과 비교해보면 밀은 90%, 쌀은 70%, 옥수수는 60%의 종자가 사라졌다. 우리가 무신경한 사이 이미 종자 단일화가 상당히 진행되어버린 것이다.

이렇게 종자 단일화가 심각해진 상황에서 이것의 위험성을 깨닫지 못하는 것은 무방비로 위험천만한 미래에 우리 스스로를 내던지는 것이다. 오늘날 기후 변화는 점점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으며, 생태계는 그 특성상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아무도 모른다. 충분한 대비를 하지 못한 채, 강력한 질병이 발생한다면 인류는 한 순간에 식량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이러한 미래에 대한 최악의 시나리오는 막연한 예측이나 가정이 아니라 이미 역사 속에서 인류가 겪어왔고 충분히 경고받아온 사실이다. 2004년 미국을 강타했던 대두 녹병에서도, 1845년에 악명 높은 아일랜드 대기근을 일으켰던 주범인 감자마름병에서도 인류는 이미 그 위험성과 파괴력을 경험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1969년 정부의 적극적인 추진 하에 국내에 널리 보급되었던 광교 콩도 3년만에 괴멸되어 큰 피해를 남겼다.

우리는 더 이상 GMO를 운운하며 눈앞의 부질없는 식량 증대와 헛된 희망에 전전긍긍해서는 안 된다. 당장의 효율성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생물다양성에 기반한 미래의 지속성으로 초점을 옮겨야 한다. 생물다양성은 개별 종들의 유전적 다양성에 의해 보호될 수 있으며, 이것으로 인해 각 종들은 예측불허의 변화들에 대응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지구상에서 번성하고 있는 다양한 생태계는 겉보기엔 영원해 보이나 실제로 많은 위험요소들로 위협받고 있다. 특히나 농작물은 우리의 식량과 생존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의 유전적 다양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제는 현재 인류에게 진실로 필요한 것을 제대로 직시해야 할 때가 되었다.

* 이 글은 연세대학교 의류환경학과 김다영, 배연지, 장인성 학생들이 공동으로 작성해 <시민의소리>에 보내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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