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 받는 익시온
벌 받는 익시온
  • 김병욱 충남대 명예교수 · 문학평론가
  • 승인 2017.12.0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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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욱 충남대 명예교수 · 문학평론가

그리스 신화는 갖가지 다양한 성격의 신에 대한 향연이기 때문에 우리를 즐겁게 한다. 어린 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그리스 신화를 즐겨 읽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그리스 신화가 재미를 주고 더불어 교훈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신화는 거룩한 이야기이자 거대한 코드이기도 하다. 사실 그리스 신화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이 남의 장단에 맞추어 무비판적으로 그리스 신화를 읽어야 한다고 추천하는 꼴을 보면 가소롭기 짝이 없다. 그러나 그리스 신화를 읽으면 우리의 상상력의 범위를 무한대로 넓혀준다. 그래서 상상력의 개발을 위해서도 그리스 신화는 꼭 읽어 두어야 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익시온( Ixion)은 우리에게 낯선 인물이다. 그는 그리스 테살리아 지방에 살았던 라피타이족의 왕이다. 그의 장인 테이오네우스가 관례적인 결혼 선물을 요구하자 그를 뜨겁게 닳아오른 석탄으로 가득한 불구덩이에 밀어넣어 죽여 버렸다.

그리스 최고의 신인 제우스가 개인적으로 이 살인 죄를 씻어 주었고 심지어는 신이 살고 있는 올림포스 산으로 그를 초대도 했다. 그곳에서 그는 그만 제우스의 아내 헤라 여신에게 반한 나머지 계속 여신의 꽁무니를 따라 다녔고 이를 참다 못한 헤라 여신은 남편 제우스에게 자신의 괴로움을 털어 놓았다.

자신의 피후견인인 익시온의 이 무모한 행동을 믿지 않았던 제우스는 그가 과연 그런지 시험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제우스가 구름으로 헤라와 똑같이 생긴 여신을 만들어놓자 익시온은 즉시 그녀를 겁탈하고는 자신이 헤라 여신을 정복했다고 자랑하고 다녔다. 이에 진노한 제우스가 익시온을 불타는 수레바퀴에 매달아 영원히 돌아가게 만들었다.

이 익시온의 이야기를 각각의 상황에 대입하여 해석하면 다양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우리의 적폐 대상들을 불타는 바퀴에 매달아 돌린다면 얼마나 통쾌하겠는가. 나는 평소 농담으로 ‘서양 귀신이 동양 귀신보다 훨씬 잔인하다’고 말하곤 했다. 그들의 보복은 우리의 상상의 범위를 넘어 선다. 가령 미꾸라지 마냥 요리조리 법망을 빠져나가는 ‘우병우’같은 인간이야 말로 익시온처럼 불타는 바퀴에 매달아 계속 돌린다면 얼마나 통쾌할 것인가.

그 밖에 때려죽여도 시원찮을 놈들을 불타는 바퀴에 매달아 계속 매달리게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통쾌할 것인가. 고통을 한꺼번에 받게 하지 말고 야금야금 계속 받게 하고 싶다는 표출이 그리스 신화에는 여러 군데에 나온다.

잘못을 철저하게 응징하는 것과 관대하게 잘못을 뉘우치는 자를 용서하는 것은 별개의 것일 수도 있고 같을 수도 있다. 우리의 뻔뻔스러운 국기 문란자들과 그들을 가증스럽게 두둔하는 자들을 모두 광장에 내놓고 불타는 바퀴에 매달아 놓는다면 장관일 것이다. 이렇게 상상하는 것이 꼭 과격한 상상이란 말인가.

말도 아닌 말로 정말 말인 것처럼 주저리주저리 지껄이는 자들이 너무나 많다. 그들의 입에 뜨거운 불덩이를 달아 놓는다면 어떨 것인가. 우리는 기본적 도덕마저도 갖추지 못한 자들을 지도자라는 비양심 집단을 양산해냈다. 시시비비를 가릴 줄 모르는 인간을 양산한 죄는 바로 독재 세력이요, 그 추종자 또는 부역자들이다. 그들은 온갖 특혜를 누렸고 그것을 대물림해왔다. 그러니 불의를 정의인 양 착각하고 살고 있는 부류들에겐 익시온의 형벌을 내려야 한다. 나는 증오한다, 불의를 유식하게 변명하는자들을. 불의는 결코 정의가 되지 못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법원에서는 불의를 정의로 둔갑시킨다. 진짜 그런 자들이 사기꾼이다.

우리의 교육은 독재를 정당화하도록 교육해왔다. 그 후유증을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우리는 그 오염 환경에 못이겨 서서히 죽어갈 것이다. 정말 이럴 때 익시온처럼 불타는 수레 바퀴에 매달아 그 사악한 무리들을 징치해야 한다. 악의 고리를 끊어내자면 혼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적폐청산은 일정 시한이 있는 것이 아니다. 시한이 있다고 말하는자들 또한 적폐청산의 대상인 것이고 악의 상속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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