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의 멋을 찾아서(37) 지승공예 한경희 광주공예명장
남도의 멋을 찾아서(37) 지승공예 한경희 광주공예명장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7.11.30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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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승공예, 아름다운 한지의 무한 변신
꼬고 엮고…특유의 전통기법 이어가
40여년 한지와 함께 해온 세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것. 지승공예의 과정을 안다면 바로 떠오르는 말이다. 버려진 옛 고서나 전통 한지를 끈처럼 얇게 말아 아무런 접착제 없이 서로 엮어 오로지 손으로만 하나의 작품을 탄생시킨다.

조선후기에 발달한 지승(紙繩)은 한지를 비스듬히 엄지와 검지로 비벼 꼬아 끈으로 만든다. 일반 대중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공예기법이다. 한지를 꼬아 만든 끈들은 변형이 용이해 다양한 생활용품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지승실로 화병, 그릇, 항아리, 세숫대야, 요강, 호리병, 바구니 등 여러 종류를 만들어 낸다. 특히 옛날 지승으로 만든 요강은 가볍고, 소리가 나지 않아 혼례용 가마 안에서 쓰기도 했다.

한지는 얇기 때문에 찢어지기 쉽지만, 한지의 결을 따라 비스듬히 끈으로 꼬아 놓으면 섬유질 성질 때문에 오히려 질겨져 끊어지지 않는다.

여기에 옻칠이나 동백기름을 칠한 지승은 방수가 되면서 변질이 되거나 뒤틀리지 않아 아주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게 된다.

▲ 광주공예명장 한경희 씨

전통 한지와 한 평생 함께해

광주광역시 공예명장 한경희(58) 씨는 현재 남구 빛고을공예창작촌에 입주해 지승공예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다양한 한지 공예품으로 가득차있는 그의 작업실에서 한경희 명장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80년 5.18을 겪은 세대로 대학을 다니던 시절 휴교령이 내려지면서 많은 것을 경험하게 됐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부터 손으로 배우는 일을 좋아했던 그는 80년 당시 공예분야 최고의 공모전이었던 동아공예대전 전시를 보러가서 지승작품을 접하게 됐다고 한다.

이후 손재주가 남달랐던 그는 지승을 배워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충청남도 지승공예 무형문화재 김영복 선생을 찾았고, 고인이 된 김영복 선생의 손자며느리 최영준 선생에게 지승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1980년 우리의 전통공예로 전승해서 내려온 지승공예를 취미로 시작하게 됐다. 지승을 접하고 나서 자신의 리듬과 가장 잘 맞아 줄곧 하게 되고, 1985년 동아공예대전에서 수상을 하게 되면서 작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한경희 명장은 “그렇게 취미로 시작했던 지승은 이제 직업이 되어버렸고, 나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동지 같은 존재가 되었다”며 “평소에 앉아서 TV를 보는 동안에도 손에서 한지를 놓지 않고 계속 손으로 지승실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명장은 “한지는 항상 늘 옆에 있으면서 삶의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며 “스트레스를 풀고, 쌓이고 할 때도 언제나 함께 했다”고 말한다.

▲ 지승공예로 만든 요강. 옛날 시절 지승으로 만든 요강은 가볍고 소리가 나지 않아 혼례용 가마에서 사용하기도 했다.
▲ 한지를 한장씩 꼬아 엮어 만들어낸 지승공예품

접착제 없이 오로지 한지와 손으로만 제작

그렇게 40여년을 가까이 손에서 한지를 놓지 않으며, 지승실을 꼬았다. 오랜 세월동안 한지를 만진 장인의 숨결이 한 명장의 굳은살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빛고을공예창작촌 그의 작업실에는 지승작품과 한지공예 작품들이 한가득 차있다. 버려진 옛 고서를 가져다 만들어 놓은 지승공예 작품 이외에도 닥종이 인형, 전지공예품, 지호공예품 등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지승공예로 유물을 재현해놓은 작품도 눈에 띄었다.

한 명장은 “지승은 풀을 사용하지 않고 만드는 작업이기 때문에 오로지 손으로만 작품을 만들어 낸다”며 “지승은 변형이 굉장히 자유롭기 때문에 지승공예 작품에 여러 가지를 접목해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수차례 공예대전에서 상을 수상하게 되면서 수많은 곳에서 전시회와 평생교육원의 강의를 하게 되었고, 지난 2014년에는 광주광역시 공예명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승공예는 끈기와 인내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숙련도에 따라 작품을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다르지만, 평소에 꾸준하게 지승실을 만들어 놓지 않으면 아주 오래 걸리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한경희 명장은 “지승공예는 오로지 섬유질이 풍부한 우리 전통한지여야만 한다”며 “A4용지로는 전혀 만들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 한지로 만든 닥종이 인형
▲ 한경희 명장은 지승공예의 전통기법으로 현대적인 생활용품을 만들어내어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출품하기도 했다.

특유의 공예기법으로 예술의 꽃 피우길

종이가 귀하던 옛 조선시대에서는 옛 고서들이나 버리는 헌 책을 모아 재활용해 새로운 용도의 공예품으로 만들어 냈다. 그러나 요즘에는 옛 고서들을 구하기 힘들고, 중요한 유물이기도해 고문자를 대량으로 인쇄한 개량한지로 지승공예를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오랫동안 동구 장동로터리 인근에 작업실을 두었던 그는 빛고을공예창작촌으로 작업실을 옮길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 명장은 “공예창작촌은 정말 좋은 공간이다. 작품과정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작가입장으로서 영광스러운 일이다”며 “하지만 차량이 없으면 사람들이 방문하기 어려운 곳에 있어서 시내투어나 관광코스 투어로 공예 창작촌을 연계해 많은 사람들이 보러왔으면 좋을텐데”라고 아쉬워했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전통 고유의 공예기법으로 한 평생을 한지와 함께해온 한경희 명장은 하나의 바람이 있다.

아직 광주에 종목조차 없는 ‘지승공예’로 무형문화재가 되어 우리나라 특유의 전통공예를 이어가고자 하는 바람이다. 물론 종목 신청부터 해야 하는 쉽지 않은 새로운 길을 걷고자 하는 것이다.

한경희 명장이 한평생 이어온 지승공예 작업들이 오래도록 후대에도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한경희 명장은 지승공예를 통해 유물을 재현하기도 한다.
▲ 한경희 씨는 무등산을 바라보며 커피한잔을 즐겼던 김현승 시인을 닥종이 인형으로 재현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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