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52) 화개화사(花開花謝)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52) 화개화사(花開花謝)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17.11.29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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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 누릴 곳은 평생에 아무 곳도 없다네

맑은 하늘의 구름 모습은 자주 변한다. 먹구름, 흰구름, 뭉게구름 등 모양도 다양하여 이따금 큰 비를 동반하기도 한다. 그렇더라도 산은 묵직하여 만년을 버티어 서서 그 위용을 자랑한다. 자연은 그렇다고 치자. 인간 세상은 어떤가. 매월당은 분명 세조의 왕위 찬탈을 보면서 이를 자연에 빗대어 사람들에게 큰 당부를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평생 즐거움 누릴 곳이 아무 데도 없다고 전제하면서 생육신의 한 사람으로 의분에 찬 나머지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花開花謝(화개화사) / 매월당 김시습

꽃 피고 지는 것을 봄이 어찌 다스리나

구름이야 가건 오건 다투지 않는 산아

평생에 즐거움 누릴 아무 곳도 없어라.

花開花謝春何官       雲去雲來山不爭

화개화사춘하관       운거운래산불쟁

寄語世人須記憶       取歡無處得平生

기어세인수기억       취환무처득평생

 

즐거움 누릴 곳은 평생에 아무 곳도 없다네(花開花謝)로 번역해본 칠언절구다. 작자는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1435~1493)이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봄인들 어찌 다스리겠나 / 구름이 가거나 오거나 산은 다투지를 않는데 // 사람들아 내가 하는 이 말을 부디 기억하시라 / 즐거움을 누릴 곳은 평생에 아무 곳도 없다네]라고 번역된다.

위 시제는 [꽃은 피고 지고]로 번역된다. 매월당이 서강(西江)을 여행하다가 한명회(韓明澮)의 다음 시를 보고 운을 바꾸어 조롱하는 시를 지었다. [젊어서는 사직을 붙잡고(靑春扶社稷) / 늙어서는 강호에 묻힌다.(白首臥江湖)=한명회 ⇔ 젊어서는 나라를 망치고(靑春亡社稷) / 늙어서는 세상을 더럽힌다.(白首汚江湖)=김시습] 매월당의 해학에 지나는 사람들이 배꼽을 잡고 웃었고 한다.

사람은 살면서 무엇을 추구하는가? 쾌락이다. 돈을 벌어 풍족한 의식주를 누리고자 하는 것, 명예와 권력을 추구하여 자기를 과시하는 것, 심지어는 사랑과 우정도 일종의 쾌락으로 여긴다. 시인은 꽃은 봄의 일종의 현상일 뿐이고, 본질은 계절의 순환, 즉 자연의 섭리라고 생각했다. 구름은 바람에 따라 오고 가지만, 산은 그대로 있다고 보았겠다.

화자는 세인들을 향하여 ‘내가 하는 이 말을 부디 기억하시라’고 말하면서, 즐거움을 누릴 곳은 평생에 아무 곳도 없다고 했다. 봄은 하늘의 이치, 즉 천리(天理)요, 산은 땅의 기운, 즉 지기(志氣)다. 사람은 하늘의 뜻인 ‘원형이정’을 따르면 즐거움과 괴로움으로부터 자유를 얻는다고 말했겠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화개 화사 봄이라고 운거 운래 산이라고, 이 말 부디 기억하소 누릴 곳 없는 즐거움은’이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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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1435~1493)으로 조선 전기의 문인이자 학자이다. 두뇌가 탁월해 어려부터 신동으로 이름이 높았고, 5세에는 소문이 세종에게까지 알려져 부름을 받고 궁궐에 들어가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김오세라고도 불렀다.

【한자와 어구】

花開: 꽃이 피다. 花謝: 꽃이 지다. 春: 봄. 何官: 어찌 다스리다. [官]은 ‘다스리다’는 뜻. 雲去: 구름이 가다. 雲來: 구름이 오다. 山不爭: 산은 다투지 않는다. // 寄語: 말을 들으시게. 世人: 사람들. 須記憶: 부디 기억들하시게. 取歡: 즐거움을 누릴 곳. 無處得: 아무 곳도 없다. 平生: 평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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