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강경진압 거부한 故안병하, 37년만에 경찰서 복귀
5.18 강경진압 거부한 故안병하, 37년만에 경찰서 복귀
  • 류승희 시민기자
  • 승인 2017.11.23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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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지방경찰청, 올해의 경찰영웅 선정 추모 흉상세워
▲ 전남지방경찰청에서 열린 ‘올해의 경찰영웅’ 故안병하 경무관 추모흉상 제막식에서 유족대표로 인사말을 하는 아들 안호재 씨

“37년 만에 아버님이 마지막 근무지였던 경찰청에 복귀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벅찹니다.”

지난 22일 전남지방경찰청에서 열린 ‘올해의 경찰영웅’ 故안병하 경무관 추모흉상 제막식에 참석한 아들 안호재 씨는 “이제 다시는 우리 가족 같은 역사의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故안병하 경무관은 지난 1980년 5월 전라남도 경찰국장 시절, 시민을 강경 진압하라는 신군부의 지시를 거부했다가 직위해제를 당했고, 이후 보안사에 끌려가 당한 고문 후유증으로 지난 1988년 10월에 숨졌다.

안 씨는 “80년 당시 아버님이 광주에 근무한 것은 광주시민으로선 다행이지만 가족에는 불행의 시작이었다”면서 “보안사에 끌려갔다 오신 이후 내색은 안하셨지만, 몸이 안 좋으셨고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비참하게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님은 모진고문 끝에 8년간 혈액투석을 받을 정도였지만 ‘잘못이 없으니 치안본부에서 복귀명령이 올 것’이라며 장롱 깊숙이 경찰정복을 보관해두셨다”고 전해 안타까움이 더해졌다.

안호재 씨는 “88년 10월 아버님 사망 후 각지에 탄원서를 내고 명예회복을 간청했지만 모두 외면했고, 광주시도 유족을 버렸다”며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는 우리 가족까지 괴롭히니 ‘이제 명예회복은 불가능하구나’고 믿었었다”고 말했다.

수차례 언론인터뷰에서 안 씨는 “가족을 정부에서 힘들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순탄치 않았을 가족사를 엿보게 했다.

그는 “아버님은 해직 25년 만에 순직에 의한 국가유공자로 등록되고, 37년 만에 마지막 근무지인 전남경찰청에 복귀하셨다”면서 “매일 출퇴근하는 경찰직원들을 1980년 당시처럼 애민(愛民)의 마음으로 미소 지으며 바라보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남지방경찰청은 5·18 당시 전라남도 경찰 국장이던 故안 경무관이 신군부의 강경 진압 지시를 거부해 인권 경찰의 표상이 됐다며, 그 숭고한 뜻을 기리는 흉상을 청사 1층에 세웠다.

故안병하 경무관은 올해의 경찰 영웅으로 뽑혔고, 전남지방경찰청은 5·18 현장인 광주 옛 전남도청이 복원되면, 전라남도 경찰국 자리로 흉상을 옮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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