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푸드 정책의 활성화 방안 모색(8)
로컬푸드 정책의 활성화 방안 모색(8)
  • 문상기, 윤용기 기자
  • 승인 2017.11.1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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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아포프루트(ApoFruit)’
1960년 설립…과일·채소 전문 대형농산물 판매농협
조합원은 100% 책임출하 · 조합은 100% 책임판매
▲ 아포프루트 배송장과 배송차량

아포프루트(Apofruit)라는 단어는 그리스 로마 신화 ‘아폴로(APOLO) 神’과 ‘과일(Fruit)’의 합성어로 과일생산 물류센터의 왕도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아포프루트(Apofruit)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과채류 판매 협동조합이다. 1960년에 협동조합으로 출발한 아포프루트는 1991년에 세 개의 협동조합이 하나로 결합해 재탄생했다. 이는 대형마트 등 소비지 유통이 규모화되면서 고품질, 안정적 물량공급, 적기 납품 등 시장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자구책이자, 시대의 변화에 대처하는 혁신이었다.

아포프루트는 과일·채소의 주산지 권역별 10개 지역에 12개의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와 6개의 하역·저장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협동조합이다. 아포프루트는 일반농산물을 취급하는 아포프루트(Apofruit)와 유기농 과실만을 취급하는 고급과종 물류센터인 캐노바(Canova), 지중해성 과채류만을 취급하는 메디테리안(Mediterraneo)이라는 3개 자회사로 구성되어 있다.

자회사 중에 캐노바(Canova)는 유기농 과채류를 전문으로 신선농산물 외 건조 등 가공품을 취급한다. ‘Almaverde’라는 브랜드를 사용하며 800여 유기농가가 참여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내 3개 물류창고와 2개의 가공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이탈리아 내 생산량은 34,300t(2016년 기준), 매출액은 5,920만유로 수준이며 이탈리아, 스페인, 이집트 지사를 포함 총 매출액은 7,400만 유로 정도다.

메디테리안(Mediterraneo)은 Distasi, Mongolflera 등 9개 전문판매회사들의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지중해 그룹이다. 딸기, 살구, 양배추, 당근, 포도 메론 등 과채류를 주로 취급한다. 그룹의 생산량은 30,700t이며 매출액은 3,300만 유로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

아포프루트에는 이탈리아 전역의 과수농가 4,180여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으며 가입된 조합원의 영농규모는 품목별로 상이하나 조합원 평균 5~6헥타의 가족단위 영농이 주류를 이룬다.

취급물량은 2016년 기준 271,500t이며 연간 매출액은 246만유로(약 3,321억원)이다. 품목별 매출 비중은 복숭아가 35%로 가장 많고, 키위(13%)·배(9%)·양파(6%)·감자(6%)·사과(5%) 등이 뒤를 잇는다. 내수와 수출비중이 7:3으로 내수 위주이며 국내 판매의 경우 소매(60%)·도매(20%)·가공공장(10%)·기타(10%) 등으로 유통된다.

조합원은 농산물의 100% 출하의무를 지고 조합은 이를 100% 책임 판매한다. 조합의 판매수수료는 판매가격과 관계없이 고정비용을 근거로 산출한다. 이탈리아의 농산물 판매협동조합 아포프루트는 이 같은 원칙으로 56년간 이탈리아의 농산물 판매를 책임져 왔다.

조합은 농산물 판매를 위한 실비 수취로 수익개념이 없다. 사업 운영비용을 제외하고 모두 조합원에게 환원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이라 우리나라처럼 배당을 실시하지 않는다. 다만 농산물 판매가격이 아주 높을 땐 다음해의 가격 폭락에 대비해 판매가격의 5~10%를 유보하는 경우는 있다.

▲ 아포프루트 선과장

협동조합 구성 및 조합원 가입

조합은 가입을 희망하는 농업인의 농장을 방문하고 상품성을 체크한 후 조합원 가입여부를 통보한다. 만약 특정 농산물의 과잉생산 우려가 있을 경우 가입을 거절하거나 타 품목으로 전환을 유도한 후 조합원으로 가입시킨다.

여기서 합격통지를 받은 생산자는 영농규모에 관계없이 가입비 1400유로(약 176만원)를 내면 조합원 자격을 얻는다. 가입비는 출자금이 아니라 상징적으로 내는 비용이다. 탈퇴를 하거나 제명 때는 돌려받는다. 조합원의 이중가입은 안 된다. 현재 다른 조합에 몸담고 있으면서 아포프루트에 조합원으로 가입하고 싶다면 다른 조합에서 탈퇴해야 한다.

조합원이 출하의무를 위반할 경우 1단계로 경고가 내려지고, 그래도 위반할 경우 조합에서 제명한다. 또 조합이 제정한 농업기술과 친환경 및 잔류농약 준수 등에 관한 의무사항도 지켜야 한다.

조합이 이렇게 까다롭게 조합원 가입을 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생산·수확 및 APC까지의 운송 책임은 조합원에게 있지만, 그 다음 단계인 선별·포장 및 운송·판매는 조합에서 책임지고 수행하기 때문이다.

조합은 APC에서 엄격한 품질검사를 통해 상위 50% 농산물은 1등급, 40%는 2등급, 10%는 3등급으로 구분한다. 가격이 폭락했을 때나 처리과정에서 품질이 떨어졌을 때는 주스 가공공장, 소규모 유통회사 등을 통해서 모두 판매한다.

▲ 아포프루트 선과장 옆에 위치한 직매장 체세나 시민들을 위해 개설한 직매장은 가격이 저렴해 손님이 많다.


아포프루트는 매년 생산량을 예측하고 지난해 가격에다 올해 생산비 변동분을 합해 기준가격을 산정한다. 조합의 판매수수료는 일정 금액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조합원 수취가격은 출하된 농산물의 판매가격에 의해 결정된다. 출하한 농산물의 품질이 높을수록 조합원이 더 많은 금액을 손에 쥐는 구조다.

조직구성은 조합장 1인과 부조합장 2인, 사업본부로 이루어지며, 조합장은 지역별 대의원이 선출하는 구조이다. 출하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생산자 회원이 동일한 투표권을 가지며 조합장과 임원은 외부영입보다는 내부 전문가를 선호한다.

조합은 생산물량의 절반가량은 수출하는데, 사업성과에 따라 매년 10% 정도의 조합원이 새로 가입하거나 탈퇴한다.

아포프루트는 판매사업 수행을 위한 실비만을 수수료로 받기 때문에 순이익은 따로 없다. 이탈리아에서는 사업 운영비용을 제외하고 모두 조합원에게 환원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 직매장에 진열된 유럽산 배들 한국산배에 비해 굉장히 작다.

아포프루트(Apofruit)의 성공비결

먼저 주산지별로 전문화된 생산시설과 안정적인 생산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알테르 지역은 ‘배’, 체세나 지역은 ‘사과’, 시칠리아 지역은 온실채소와 유기농채소 등으로 특화시켰다. 이들 지역에 품목별로 생산기법을 전문화해 효율성을 높였다.

특히 아포프루트 기술위원회는 연도별·품목별 판매량을 예측하고, 이를 토대로 생산량을 계획한 후 품목전환과 생산지도를 한다.

판매대금은 봄·여름·가을·겨울 등 사계절에 걸쳐 선불지급 4회, 잔금지급 4회 등 모두 8회로 나눠 지급된다. 특히 잔금을 지급할 때는 조합원 회의를 열어 시장상황과 가격형성 등 판매와 관련된 내용을 설명하고 조합원들의 의견을 듣는 구조를 가추고 있다.

판매가격 결정은 전년 기준가격에 금년의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생산비를 더해 산정한다. 판매가격이 생산비 수준에 불과해 농가수익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 조합원과 상의해 출하여부를 조합원 스스로 결정하도록 돕는다.

생산비 이하로 판매가격이 형성되면 출하를 포기하고 농산물을 폐기하는 경우도 있다. 아포프루트는 이 같은 구조를 활용, 수급조절을 위해 영농기술 담당자들이 수시로 상의해 생산물량을 조절하고, 과잉생산이 우려될 경우 조합원들에게 품목전환을 유도한다.

두 번째는 차별화된 마케팅 능력이다. 아포프루트는 설립 초기부터 산지에 있는 생산자들을 모아 전국의 산지유통센터 10여 곳에서 다양한 품목의 과일을 연중 출하하는 시스템을 정립해 시장교섭력을 확보했다. 다양한 과일 품목을 갖추었음에도 시장 변화에 발맞춰 신품종을 도입하고 유기농 상품 라인도 구축했다.

아포프루트는 물류센터 운영의 효율성 도모하기 위해 다양한 소포장 라인을 오프라인으로 구성하고 있다. 이는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구색상품의 포장출하가 가능해 연중가동률 또한 높아졌다. 딸기, 포도, 수박 등 출하농가는 물류센터의 기술 덕택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높였고, 유통체인은 믿을 수 있는 안전농산물을 편리하게 연중공급 받는 상생의 이점이 있다.

세 번째로 사회적 책임 마케팅에 정성을 다한다. 아포프루트는 유기농산물 전문 브랜드 ‘카노바’로 틈새 판매 수익을 올리면서 협동조합의 환경보전 이미지도 높인다. 또 학교에 과일도 무상 공급한다.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견학 및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좋은 먹을거리에 대한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는 활동도 펼친다. 모두 아포프루트의 잠재적인 소비자 확보를 위한 사회적 마케팅이다. 아포프루트가 이탈리아 최대의 과일 판매협동조합으로 자리를 잡은 이유이다.

아포프루트의 또 다른 성공비결은 효율적인 조직운영에 있다. 의사결정 단계가 단순해 의사결정이 신속하고 그에 따른 실행도 빠른 것이 장점이다. 판매사업을 총괄하는 전문 경영인은 조합장이 임명하지만,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해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더불어 농협과 조합원간의 끝임 없는 소통으로 상호간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도 아포프루트가 이탈리아 최대 판매농협으로 자리 잡은 비결로 보인다.

▲ 아포푸루트 직매장에 진열된 채소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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