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정 양립 말고 ‘일·생활 균형’이 중요”
“일·가정 양립 말고 ‘일·생활 균형’이 중요”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7.11.15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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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자치구 광산, 아이키우기 좋은 기업환경 공론화 앞장서
남성 육아휴직 사용시 인센티브 부여해야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지만 정작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성이 일하기 좋은 환경은 마련되지 않아 대한민국이 극복해야할 숙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아이 키우기 좋은 기업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광주의 평균연령이 가장 젊은 자치구 광산구에서 공론의 장을 먼저 마련하고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아이키우기 좋은마을 광산운동본부는 14일 광산구 공익활동지원센터 대강당에서 ‘아이키우기 좋은 일자리 포럼’을 개최했다.

지방자치에서 먼저 나서 지원정책 모색

대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여성들은 비교적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만, 중소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여성들은 출산을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정부차원에서는 여성만 출산·육아를 부담하는 ‘일·가정 양립’ 정책이 아닌 ‘일·생활 균형’으로 방향을 바꿔 남성도 동등하게 육아휴직 등을 의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명 ‘슈퍼우먼’방지법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날 포럼에 앞서 윤난실 광산구공익활동지원센터장은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은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숙제인데 광산이 먼저 시작했다”며 “정부에서 지원정책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는 상황으로 지방자치에서 먼저 해보자는 취지로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포럼은 ‘광주 시민이 아이 키우기 좋은 기업 문화 조성 방안’을 주제로 박주희 광주여성재단 연구원의 주제발표, ‘아이 돌봄지원형 일자리’를 주제로 임선주 광주시직장맘지원센터 센터장의 주제발표 이후 지정토론으로 진행됐다.

먼저 박주희 광주여성재단 연구원은 “한국사회에서 아이키우기 좋은 기업은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과 동일한 의미다”며 “그만큼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육아부담이 크다는 점을 방증한다”고 입을 열었다.

부모권 보장하는 사회적 책임 강화돼야

연령별 경제활동 참가율을 통계별로 살펴보면 여성의 경우 30대를 기점으로 결혼·임신·출산·육아 등의 이유로 경제활동에서 멀어진 뒤 40대를 기점으로 다시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M자형’ 곡선이 눈에 띄게 된다.

박주희 연구원은 “기존 일·가정 양립정책의 경우 여성이 일과 육아를 동시에 수행하는 환경을 전제로 하여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들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며 “그러나 이러한 정책방향은 여성이 남성과 동일한 조건에서 일할 수 없는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에게 이중 부담을 요구해왔고, 결과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성의 육아참여 확대 및 여성의 부담 경감을 통해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를 구현할 수 있도록 ‘부모권’을 보장하기 위해 공공부문의 역할과 민간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남성의 경우 육아휴직을 하는 경우 직장에서 승진기회 박탈이 아닌 인센티브 제도를 만들고, 홍보를 강화해 사용자들이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초과근무를 했을 경우 수당지급이 아닌 ‘근로시간저축 휴가제’를 적용해 근로시간을 단축시키고, 남성도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 함께 돌봄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임선주 광주시직장맘지원센터장은 하남산업단지 여성근로자 현황을 예로 들면서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여성들은 출근하고 한번 들어가면 고립되는 섬 같은 환경에 처해 있다”며 “업무과다에 출퇴근시간 불편에 호소하며 대중버스를 이용하면서 근무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임선주 센터장은 “광주 직장맘의 현실은 멀티, 기획자의 경우 늘 일만하고, 경력단절 여성의 경우 일하고 싶어도 못하고, 시간제, 저소득 환경의 여성근로자는 가끔 일한다는 현실에 처해 있다”며 “직장맘 현실에 맞는 아이돌봄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육아, 양육 분야 공공성 확대한 일자리 창출 필요 

주제발표 이후 김호영 (주)랩웍스 대표, 주경미 광주여성노동자회 정책위원장, 장은미 지역아동센터광주지원단장, 이명선 광주여성회 사무국장 등이 지정토론을 이어갔다.

김호영 대표는 “기업입장에서 바라볼 때 저성장, 저출산 시대에서 누가 해결해주기 보다 내 사정을 이해시키고, 자기 역할을 잘 해야 한다고 본다”며 “누구만 노력해서 선진국이 되는 것이 아니다. 다 같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경미 정책위원장은 “출산휴가, 유아휴직에 대해 기업의 인식은 어디에 있는가 살펴보기로 했다”며 “인터뷰를 거절하는 경우가 많았고, 제도는 있으나 법을 잘 이해하지 못한 채 ‘그림의 떡’처럼 인지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무엇보다 기업 환경을 바꾸기 위해서 ‘일·생활 균형’의 삶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명선 사무국장은 “보육정책이 확대되어가고 있으나 아직도 만족이 되지 않고 부족하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만큼 육아, 양육의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며 “국가가 공공성을 확대해 부모의 삶을 높이고 아이의 만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서비스를 제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장은미 지역아동센터 광주지원단장은 “양육과 직장이 함께 맞물리는 조건이 필요하다”며 “‘아이를 한 마을이 키워야 한다’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한편, 아이키우기 좋은마을 광산운동본부는 올해 11월부터 아이의 탄생을 축하하고, 함께 키우겠다는 의미로 임신·출산 가정에 출산용품을 담은 ‘잼잼꾸러미’를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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