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50) 작 협곡(岝 箧曲)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50) 작 협곡(岝 箧曲)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17.11.14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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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뿌리만은 얼키설키 서로가 서려 있지요

남자가 여심(女心)으로 돌아가 쓴 시문을 가끔 만난다. 송강 정철의 가사나 정지상의 송인(送人), 정몽주의 정부사(征婦詞) 등을 들추어 보면 절절한 사연들이 한 움큼 담겨 있다. 이런 애절함이 아리랑과 흰 옷으로 우리 민족성을 대변했는지도 모르겠다.

대나무의 굳은 마음을 여심으로, 기울었다 다시 차는 달을 남자의 변덕스런 마음에 비유하면서 요리조리 얽히고설켜 있는 대나무뿌리처럼 여자의 변심일랑 있을 수 없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岝 箧曲(작 협곡) / 진일재 성간

제 마음 일편단심 대나무 절개 같고

임의 마음 동산의 둥그런 달과 같아

둥근 달 찼다 기울어 대 뿌리에 서렸네.

妾心如斑竹         郞心如團月

첩심여반죽         랑심여단월

團月有虧盈         竹根千萬結

단월유휴영         죽근천만결

 

대 뿌리만은 얼키설키 서로가 서려 있지요(岝 箧曲)로 제목을 붙여본 오언절구다. 작자는 진일재(眞逸齋) 성간(成侃:1427~1456)이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제 마음은 일편단심 곧기가 대나무와 같고 // 임의 마음은 하늘 높은 둥그런 달과 같지요 // 둥근 달은 가득하게 찼다가도 다시 기울기도 하지만 // 대 뿌리만은 얼키설키 서로가 서려 있지요]라고 번역된다.

위 시제는 [큰 대나무 상자를 보며]로 번역된다. 성간이 강희안에게 준 시 ‘기강 경우(寄姜景愚)’에서는 천고에 신기함을 남길 예술이 어떤 것인가를 물었다. 여기에서 작가의 개성 있는 표현을 모색하면서 문학과 미술이 조화되는 경지를 추구했다. 그가 지은 ‘신설부(新雪賦)’에서도 문학하는 자세에 대하여 상당한 관심을 보인다.

시인은 여성이 사랑하는 임을 못 잊어 울부짖는 한 모습을 시상 주머니에 채우고 있다. 제 마음은 일편단심 곧기가 대나무와 같고, 임의 마음은 하늘 높은 둥그런 달과 같다고 했다. 문학적 재능이 그러했듯이 시인의 마음을 일편단심 대나무 같다고 전제하면서 임의 마음은 동산에 떠오르는 둥그런 달과 같다고 했다. 인고의 아픔을 딛고 버티어왔던 순백의 표출이다.

화자는 시적인 전환이란 멋을 부린다. 보름달이 된 둥근 달은 한 번 가득하게 찼다가도 다시 기울기도 하지만 뒷밭의 대 뿌리만은 얼키설키 서로가 서려 있다고 했다. 곧 우리도 이같이 얽히고설키면서 살았으면 하는 시인의 염원을 담고 있다. 한 차원 넘어서 인간 삶의 모습도 대나무 뿌리와 같았으면 하는 염원이리라.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대나무 같은 곧은 마음 달과 같은 임의 마음, 둥근 달은 기울지만 대 뿌리는 서로 얽혀’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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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진일재(眞逸齋) 성간(成侃:1427∼1456)으로 조선 전기의 문신이자 학자다. 전농직장, 수찬을 거쳐 정언에 임명되었으나 부임하기 전에 병으로 일찍 죽었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조선 초기에 걸쳐 궁중에 설치한 학문 연구기관인 집현전 박사로 문명과 서예에 뛰어나기도 했다.

【한자와 어구】

妾心: 첩의 마음. 내 마음. 여기선 필자 자신을 뜻함. 如: ~같다. 斑竹: 무늬진 대나무. 일편단심을 뜻함. 郞心: 낭군의 마음. 혹은 그대의 마음. 團月: 둥근 달. 꽉 찬 달. // 有: 있다. 그러하다. 虧盈: 찼다가도 이지러지다. 竹根: 대 뿌리. 千萬: 천만 겹으로, 결국 ‘많다’는 뜻. 結: 얽혀져 있다. 맺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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