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영방송과 독일의 가짜 뉴스
한국 공영방송과 독일의 가짜 뉴스
  • 윤장렬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언론학
  • 승인 2017.11.06 09: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윤장렬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언론학

KBS와 MBC 소속 언론인들이 파업을 하고 있다. 무너진 공영방송의 신뢰를 찾고, 파행적인 회사 운영을 바로잡기 위한 방송사 직원들의 고된 싸움이다. 50여 일 넘게 진행되는 이번 파업은 지난 2009년과 2012년 이후 계속되는 장기 파업의 연속이다. 그런데 이들의 파업에는 기대와 아쉬움이 함께 엿보인다.

우리는 방송사 사장이 바뀌면 관영방송이던 KBS와 MBC가 공영방송이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마치 대통령 한 명 바뀌면 세상이 변한다고 확신했던, 순진한 우리의 문화적 양식이 지난 촛불 집회에서도 그리고 이번 파업에서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 물론 좀 더 도덕적인 대통령과 방송사 사장이 국가 운영과 방송사 관리를 한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근본적인 사회 구조는 결코 이들의 교체로는 변할 수 없다.

관영방송사가 공영방송사로 순화되려면 결국 우리 사회의 정치, 경제적 구조가 변해야 가능하다. 문재인 정부가 KBS, MBC 파업을 방관하는 모습에서 순진한 민심이 촛불을 통해 교체시킨 새 정부의 본성이 결국 언론을 장악하려는 이명박근혜와 다를 바 없음을 확인함과 동시에 대통령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의 정치, 경제적 구조는 돈과 권력을 탐하는 지배자들에게 우호적이며, 사회 작동 방식은 여전히 바뀌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기관장 한 사람의 교체가 아닌 정치, 경제적 구조가 바뀌려면, 사회 구성원들의 비판적인 정치적 참여가 있어야 한다. 지난 독일의 9월 총선에서 나타난 온라인 공간의 가짜 뉴스 이슈를 살펴보면,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얼마나 비판적 그리고 합리적 판단을 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선거기간 나타나는 정치적 공방은 독일에서도 가짜 뉴스를 통해 진행되었다. 그런데 가짜 뉴스를 인식, 대처하는 독일 사회의 방법은 가짜 뉴스를 온라인 공간에서 어떻게 걸러내고 처벌할 것인가에 혈안이 아닌, 가짜 뉴스가 판치는 세상이란 진짜가 부족하거나 재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 가능한 현상으로 판단하는 모습이다.

다시 말해, 문제가 발생하면 문제의 발생 원인을 본질에서 찾고자 노력해야 한다. 고대영 사장이 KBS의 저널리즘을 200만 원에 거래했다고, 고씨의 성품과 자질을 질타하고 그를 사장직에서 끌어내리는 이번 파업은 문제의 본질을 축소, 외면하는 파업이다. 두 개의 관영방송사가 공영방송이 되려면, 우리 사회에 공영이란 개념부터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뉴스 제작보다 드라마, 예능에 집중하며, 결국 한 사회의 여론 형성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즉, 사회적 문제의식을 전달하거나 중심 뉴스 의제를 설정하지 못하는 매체의 부재는 방문진 이사회나 사장 개인의 교체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독일 사회가 가짜 뉴스의 기승을 해결하기 위해 진짜 뉴스를 더욱 확대하고자 하는 노력은 결국, 한 사회가 닥친 문제를 이해하는 정도와 해결하는 능력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이는 사례이다. 

우리는 가짜가 등장하면 가짜를 제거하려고만 노력한다. 그런데 정작 진짜가 없기에 가짜만 판을 치는 것이다. 독일 사회는 가짜를 처벌하기보다 진짜를 더 많이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수많은 언론인들의 파업이 방문진 이사회와 KBS 이사회 그리고 두 공영방송사의 사장 교체를 넘어, 우리 사회의 구조를 비판하고 더 나아가 변화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