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지역 중소기업을 살리는 길이다
지역화폐, 지역 중소기업을 살리는 길이다
  • 김영록 시민의소리 감사
  • 승인 2017.11.02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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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지방세무사회 회장/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정책위부의장

2016년 6월 기준 10대 그룹 상장사의 사내 유보금은 550조 원대로 알려졌다. 사내 유보금 개념이 모호하긴 하지만, 이 돈이 돌지 않고 있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돈이 돌지 않으니 중앙정부는 국채를 발행해 또 돈을 찍거나 기업에 돈을 풀라고 말해야 한다. 아니면 적정 유보금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수정권 9년 동안 대기업 감세 금액은 수십조원이나 된다.

낙수효과는 대기업을 위한 경제 용어이고, 그들이 존재하기에 가능한 이론이다. 대만처럼 중소기업이 강한 나라는 이런 이론 자체가 없다. 허리가 두텁기 때문이다. 일본도 유사하지만, 중소기업의 강세는 아시아에서 대만을 따를 나라가 없다. 유럽 역시 중소기업이 강하다. 국가적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위원장 이형석) 중소기업특별위원장으로서 강조하는 말이지만, 중소기업이 강하다는 뜻은 지역이 강해진다는 뜻이다. 중소기업은 수도권에만 편중되지 않는다. 지역별로 자리를 잡고 그 환경에 맞춰 성장한다. 당연히 큰 대기업 하나보다 튼튼한 중소기업 10개가 지역에서는 더욱 도움이 된다. 지역에서 만들어지고 지역 사람을 고용하게 되고 지역에 발생된 이득을 환원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지구적 자본주의에 편승하여 탈국가주의와 탈민족을 선언하고 앞다퉈 외국에서 ‘우리는 한국기업이 아니다’고 선언하는 것에 비한다면 중소기업은 정말 국가를 위해서나 지역을 위해서 절실한 성장동력인 셈이다.

실제로 경제개혁연구소가 지난 2013년 발표한 기업들이 고용한 고용인원들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에 비해 더 많은 성장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중소기업의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점진됨에 따라 훨씬 더 높은 고용률 상승추세를 보였다고 한다.

지난 2000년부터 12년 동안 소기업이 중기업으로 성장할 때 4.2배, 이후 중견기업이 되었을 때는 15.7배, 대기업이 되면 33.0배로 고용률이 증가한 것이다. 또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현재 우리나라는 제조업 사업체 중 99.9%가 중소기업이며 거기서 생산된 제품을 나머지 0.1%의 대기업중심으로 유통되고 있다. 심하게 말해서 한마디로 대기업은 가만히 앉아서 고리 뜯어먹는 형국이다.

반면, 지난 과거의 기업쇠퇴과정을 보면 기업 규모별 소멸률은 소기업 60%, 중기업 37.1%, 중견기업 2.3%, 대기업 0.5%다. 정부가 대기업 위주로 펼치는 정책들이 중소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일자리 창출 효과를 반감시킨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경우 특정기업이 국가에 행사하는 영향력이 큰 편이다.

독과점을 통해 가격을 인상하는 일이 발생해 다른 제품을 구매하고자 해도 그 수가 너무 적고, 소비자들의 다양한 구매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해 결국 특정 대기업들의 가격인상에도 불구하고 제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약자의 입장에 처하게 되는 경우가 상당하다.

이런 문제점은 과거 IMF를 통해서도 충분히 경험했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다. 이처럼 소수의 대기업들에 국가의 경제를 의존하게 된다면 위기의 상황에 봉착했을 때 차선책이 없다는 것을 전 국민이 깨달았는데도 말이다. 대기업 위주의 경제구조를 중화시켜 주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중소기업밖에 없다. 중소기업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기초를 뒷받침해주고 국내의 자본이 대기업에만 몰리는 것을 방지한다.

즉, 중소기업이 99%에 육박하는 한국사회 속에서 국민들의 소득을 새로이 창출하고 배분하는 과정을 통해 건전한 시장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이다. 당연히 중소기업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질수록 ‘소득 재분배 효과’를 이끌어 냄으로써 안정적이고 건전한 시장경제가 조성된다.

이뿐일까. 중소기업의 성장과 지원은 더 많은 잠재적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기존의 제품이나 혹은 제품이 진화된 형태에 안주하는 대기업들과 달리 새로운 신생 중소기업들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물건을 가지고 시장에 진출하려 하기 때문이다. 능동적인 중소기업들의 자세는 기존의 기업들과 경쟁구도를 만들게 됨으로써 서로 더 발전할 수 있는 시너지효과를 연상시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또 하나의 발판을 제공해 주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이 대기업에 대한 차선책 정도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런 중소기업은 지방정부에서도 아주 좋은 파트너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신음 속에서 산다. 가까운 근교에 소재하는 샬롬이라는 소기업이 있다. 이 기업은 우리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축수산물을 이용하여 동결건조 식품을 만드는 기업이다. 그동안 20년 가까운 시간동안 사재를 팔아 식품제조업을 했지만 생산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대기업 하청구조와 우리나라 대기업 지배적 유통구조 상황에서 최근 법인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이러한 구조적 상황은 계속 되어야 할까?

한편,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가 한다면 어떨까? 지역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온 돈을 중앙으로 송금하는 것이 아닌 온전히 지방에서 소화한다면? 더 이상 지방자치단체장이 대기업을 찾아 허리를 숙이고 “제발 우리 지역으로 와주십시오”라고 할 필요가 없어질지 모른다. 그런 방법은 정말 없을까? 바로 지역에서 발행하고 지역에서 사용하는 지역화폐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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