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것일수록 함께 나누어야…
좋은 것일수록 함께 나누어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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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풍경소리' 발행인 김민해씨의 삶>

#1 풍경소리
절집 마당에 들어서면 들리는 소리가 있다. '풍경소리'. 그 음향이란, 아무나 다 듣는 게 아니다. 듣고자 의도한다고 들리는 게 아니란다. 풍경(風磬)은 바람이 불어야 소리를 낸다. 풍경과 바람은 잘 어울린다. 그 어울림 속에서 소리를 내는 삶이라면…. '풍경소리'라는 이름처럼 살고자 한다. "그래서 늘 '풍경소리'와 함께 삽니다."

#2 책방 주인
"○○책 있습니까." "예. …광고 보고 오셨습니까. 광고, 너무 믿지 마세요."
책방에서, 손님과 주인 사이에 오고 간 말을 곁에서 훔쳐 들었다. 그렇게 해서 책 장사가 될까. 의구심이 앞서는데….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려 합니다." 책방 주인은 의구심을 그렇게 풀어 주었다.


풍경소리의 삶. 현실을 굳이 거부하지 않는다.-두 삶은 서로 통해 있다. 이렇게 사는 방식은 김민해씨(45) 한 개인이 청한 몫이다.

그는 월간지 '풍경소리'를 2년째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전남대 후문 앞에서 '좋은 책방'(광주시 북구 중흥동)도 운영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삶을 실천하고자 하는 수단이면서, 그렇게 살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그는 현재로선 '풍경소리'와 '좋은 책방' 사이에는 어떤 연결고리도 없음을 강조한다.

'풍경소리'에는 앞에서 예시한, 말 그대로 풍경소리의 삶이 담겨 있다. '한 인생'을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보자는 고민을 이 지면을 통해 나누고 털고 하자는 뜻에 동참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좋다. 그런 이야기들이 '풍경소리'로 반향 된다. 이 뜻에 찬동하면 누구나 그 심오한 풍경소리가 들리는 것일까.


풍경소리의 울림, 나눌 수 있으면 모두가 독자

'풍경소리'는 지난 1일 통권 제27호인 8월호가 나왔다. 기획, 제작, 출판까지 혼자 도맡는데 시간이 더할수록 발행 부수가 늘고 있어 힘을 탄다. 8월호도 550부를 찍었다. 소화할 수 있는 물량만 찍는다. 국내는 물론 해외 동포까지 나누어 보고 있는데 매월 130쪽 안팎으로 발행되는 책엔 매긴 값이 없다. 같이 읽고자 희망하면 누구에게나 준다.

원고 청탁은 지금껏 해보지 않았다. 제작비용도 그가 감당하기에 작은 건 아니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십시일반(十匙一飯)이라는 표현이 여기선 가장 들어 맞는다. 책 뒷표지 안쪽엔 책 제작 명세서가 있다. 책 내는 비용과 발행에 도움을 주는 이의 이름이 실려 있다. 성금을 내주는 이른바 후원자다. 그런데 그는 후원자 프로필도 다 알지 못한다.

"투고자가 곧 독자다. 그들이 책도 만들어 준다"가 그의 표현 전부다. "'수행하는' 사람을 독자로 보아 달라"고 주문한다. 풍경소리가 담고 있는 내용도 같다. 교육자, 스님, 목사, 신부, 수녀, 농부…. 얼른 그렇게 꼽는다. 그러나 각계각층 사람들이 다 있다. 550부를 찍는다니.

"좋은 것일수록 나누는데 힘쓰라"는 옛 성현의 가르침을 존중하여 그 뜻이 우리 사회에 실현되길 바라는 것이 그가 '풍경소리'를 엮는 힘이다.


좋은 것일수록 나누는데 힘쓰자…그런 '좋은 책방' 만들 터

이제 '좋은 책방'으로 그의 삶을 옮겨 보자. 그는 좋은 책방을 꾸리는 주인이요, 사장이요, 점원 몫까지 함께 한다. 좋은 책방은 옛날, 황지서점, 빛두레문고의 뒤를 이은 책방이라면 더 긴 표현이 필요없을 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그런 책방을 그가 지난 5월31일부터 인수해 책을 팔고(?) 있다. 책을 판다. 그와 대입시키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이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면 해야죠."

사람이 삶을 영위하는데 빵을 거부할 수는 없다. 그도 인정한다. 그 연장선에서 다른 철학을 읽어야 한다. 앞에서 본 손님과의 대화가 그렇다. 그 손님은 그래도 그 책을 샀음을 밝혀 둔다.

책방을 인수했을 때 그의 주변에서 한 어른이 "하루 매출 얼마 올렸나 돌아보지 마라. 오늘 하루 책방에 들어온 사람에게 무엇을, 얼마나 주었느냐만 생각해라"고 당부했단다.

'척박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 사회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를 좋은 책방이 보여달라는 주문으로 안다. 자본주의 사회는 경쟁인데, 경쟁만 하다 보면 협력이란 게 없다. 이 책방에서 경쟁이란 없다. "이를 잘 꽃 피우는 것이 내 몫인데 부담스럽기도 하다"

우리는 '물질'세례를 벗어나지 못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돈이 모든 '관계'를 지었다. 그러나 그건 아니다. 물질보다는 '사람'이 우선이다. 책방에 들어온 손님이 모두 책을 살 수는 없다. 책을 팔려고 하기 보다 일단 들어온 손님이 얼마나 편안하게 나가느냐가 중요하다. 그것은 좋은 책을 권하는 주인의 몫이다.

그런데 '풍경소리'의 울림과 '좋은 책방'에는 분명 뭔가 통한다는 느낌이 온다. 잠시 시계바늘을 뒤로 돌려보면 어렴풋이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1980년대 그는 목사 안수를 받고 목회자의 길로 들어섰다. 조직화된 교회 구조에서 한계를 읽는다. 내가 있을 곳이 아니다. 1996년 원불교계인 영광 영산성지고교 교단에 섰다. 목회 하면서 청소년 문제 심각성을 보았다. 그래서 고교 교사를 자청한 것이다. 학교 안에서 내가 해야 할 몫은 더 이상 없다는 생각으로, 2000년 1학기를 마치고 학교를 나왔다.

신흥종교인 원불교에서 불교와 도학을 공부한 그는 '종교란 섬김'으로 이해한다. 목회자의 길을 지나왔기에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하느님을 깊게 바라본 계기였다"고 회고한다.


종교는 섬김…세상과의 교류 깨닫고

한국인에게 유가(儒家)의 선(禪)은 기본이고, 불가(佛家)의 공(空), 도가(道家)의 도(道)사상이 모두 같은 개념이라는 것. 그걸 깨달은 게 그는 지금 "참 편안하다". 제도화된 교회에서 가르침 받지 못한 새로운 사상을 알았다.

그걸 모르고 목회활동을 했다는 게 교인들에게 미안하고 얼마나 문제가 많았냐고 자문한다. 그런 과정에서 '풍경소리'의 삶이 잉태됐다고 봐도 될 것이다. 풍경소리사를 운영하는 것이 때로는 '그런 삶의 실천'이라는 부담도 된다. 한편으론 '기쁜 일'이다. 그러나 부담과 기쁨이 상쇄작용을 일으켜 살아가려고 하는 마음에 힘을 준다.

풍경소리사 운영이 그에게 삶의 활력소가 되고 있는 올해 초 어느 날, 우연한 자리에서 참으로 우연히, 좋은 책방과의 인연도 시작됐다.

기독교에서 원불교로, 현재는 그 틀에서 벗어나 있다. 그렇다고 모두 거부하는 것도 아니다. 그에게 종교의 벽은 없다. 마음 닿는대로 교회도 간다. "종교란 세상으로 나오는 것이다"를 귀결점으로 정리한다.

그래서 "책방에 오는 손님으로보다는 광주사람, 너에게 오는 사람으로 모시고 섬기라"는 세상의 가르침으로 알고 하루하루를 산다. 1980년대 황지서점의 정서가 되살아나는 좋은 책방으로, 책 파는 가게이기 보다 좋은 책 권하는 장소로 만들고 싶다.
그래도 "좋은 책방 때문에 '풍경소리'가 침해당하는 건 싫다"고 단언한다. 아직까지는.

풍경소리사(062)383-5076 / 좋은책방(062)264-7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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