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와 중국의 마각馬脚
사드와 중국의 마각馬脚
  • 범지훤 호남의병연구소장
  • 승인 2017.10.1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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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지훤 호남의병연구소장

10여 년 전, 중국 광저우에 있을 때의 일이다. 평소에 그렇게 많던 오토바이가 광저우 공안국의 한마디로 규제대상이 되자, 어느 날 아침 한 대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우리는 중국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은 우리가 생각하는 단순한 나라가 아니다. 삼국지의 나라이며 문자대국·공산국이기도하다.

그들에게는 도원결의라는 의리의 역사가 있지만 배신의 역사 또한 많이 자행되어 왔다. 토사구팽이라는 사자성어가 대표적으로 중국문화의 한 단면을 말해주고 있다. 최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한국에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을 하는 진짜 이유는 한국이 중국의 경쟁국이 됐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의미 있는 보도라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한국은 중국의 발전 모델이었지만 중국 경제가 점차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중국정부와 인민들은 이제 한국을 경쟁국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제까지 중국은 한국의 기기부품을 수입해 이를 조립해 파는 형태의 무역을 해왔다. 그러나 중국의 업체들이 급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한국을 롤 모델로 하는 상품이나 중간제품이 필요 없게 된 것이다. 예컨대 휴대폰 분야에서 이제 중국 기업들이 국제무대에서 삼성을 압박하는 등 중국은 이제 한국을 경쟁국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 표출이 바로 경제보복 정책으로 나타난 것이다. 사드 배치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다.

중국인들이 제일 선호하던 제주도는 현재 한산하기만 하다. 한 때 중국인이 제주 관광객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제주도는 중국인이 가장 선호했던 관광지였다. 그런 제주도가 중국인이 없는 지역이 된 것이다. 이것 역시 광주에서 하루아침에 오토바이가 없어진 것처럼 중국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지금 제주도는 한·중간 긴장관계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으로 탈바꿈되어 있다.

필자가 중국 광저우에 체재하고 있던 2010년경에는 우리의 개천절에 광저우 한국총영사관의 많은 이웃나라 외교관들이 축하해주었고, 중국정부도 많은 혜택을 주면서 그야말로 한중밀월의 시대를 보내기도 했다. 그로부터 한중수교 25주년이었던 올해 8월 양국은 별다른 축하의식이 없었다고 한다. 이는 15주년과 20주년을 크게 기념했던 것과는 뚜렷이 대비되고 있는 현실이다.

수교20주년 때는 당시 시진핑 부주석은 베이징에 있는 한국 대사관을 방문해 한중 수교 20주년을 축하했다. 그런데 25주년인 올해는 주중 베이징 대사관이 주최하는 25주년 축하 기념식에 중국 측 고위관료들은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으며 중국 언론도 이에 관한 보도를 거의 하지 않았다. 시진핑 주석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중수교 25주년 축하 메시지만 보낸 것이다.

중국은 단체여행 금지,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에 나가있는 롯데마트가 폐업되는 등 한국을 전 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이로 인해 현대 기아 차의 중국 판매가 위기에 직면 했고, 일부 한국 중소기업은 중국에서 철수하고 있다. 92년 수교이후 사드로 양국의 관계가 수교 이래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돌이켜보면 92년 수교 이후 한국 경제는 미국에서 중국 일변도로 변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중국에게 부품과 장비 등을 판매해 큰 이익을 보았고, 중국 또한 한국의 중간제품을 수입해 이를 조립 수출하는 방식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양국이 서로 윈-윈한 것이다.

이 같은 상호보완적 관계는 지난 2015년 미국에 의존도가 큰 국가 중 유일하게 한국의 전 대통령이 대일 전승 70주년 기념 천안문 열병식에 참석하는 것을 가능케 했던 것이다. 2015년 당시 한중 양국의 무역 규모는 2274억 달러에 달했다. 이 같은 경제협력은 양국의 경제가 상호보완적이고 지리적으로 인접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수많은 중국인들이 한국의 경이로운 경제성장과 문화의 발전을 동경하면서 본받아야할 나라였다. 필자는 당시 중국에 체재하고 있어 그 분위기를 알고 있다. 한국의 전자제품, 패션, 화장품, 영화, K팝 등은 중국내에서 선풍적 인기를 얻었다. 특히 젊은이들에게는 한국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여기에다 2015년 양국은 자유무역협정(FTA)를 맺었다.

돌이켜보면 이때는 한중관계가 정점으로 향하면서 두 나라의 관계가 더욱 가깝게 지속 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이제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 상호보완적인 경제관계가 상호경쟁적인 관계로 뒤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제 중국은 한국에게 기회의 땅이 아니라 도전의 땅이 되어감에 따라 그동안의 사업계획이나 구상에 총체적인 변화와 더불어 다각도의 새로운 시각과 관점이 요구되고 있다.

중국의 업체들이 한국이 점거하고 있던 분야를 침투하기 시작하면서 한국 기업과 중국 기업 간의 경쟁이 시작됐다. 예를 들면 중국의 주요 가전업체인 화웨이와 하이얼은 국제무대에서 삼성과 경쟁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휴대폰 업체들은 삼성의 국제적인 지명도를 위협하고 있을 정도다. 중국의 휴대폰 업체들은 인도 시장 절반 이상을 점유하는 등 국제무대에서 삼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의 도전은 비단 전자제품과 휴대전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자동차에서 조선, 화학 분야까지 전 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이는 한국과 중국의 경제 관계가 상호보완적 관계에서 상호 경쟁적 관계로 변화했음을 한 예로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국제관계속에서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한 사드보복에 대한 마각馬脚, 즉 그동안 감추어졌던 정체가 드러난 거다. 한국정부와 한국기업이 막연한 불안감이나 불평을 넘어 이제 원점에서서 중국의 사드보복정책에 대한 현실의 극복을 위해 배전의 각오를 가져야 할 것이다. 다시 한중관계의 미래에 대해 심각하게 고뇌해야 할 때가 왔음을 자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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