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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배낭
문틈 시인/시민기자  |  siminsori@simins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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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11  09:2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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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는 핵전쟁에 대비해서 생존배낭을 세 개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나는 집에, 따른 하나는 차에, 또 다른 하나는 회사에 두기 위해서. 이런 생존 배낭을 준비하는 사람이 한두 사람이 아닌 듯하다. 생존배낭에는 핵전쟁이 났을 때 며칠간 지하 대피처에서 지낼 수 있는 필요한 식량, 물, 라디오, 라이터, 상비약, 옷을 포함해 대략 30가지 정도의 필수품들이라고 한다.

북한의 핵무기 실전배치가 올해나 내년쯤이면 끝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있다. 6.25전쟁만으로도 우리는 감당할 수 없는 고난을 겪었다. 문재인 대통령 말대로 전쟁 재발은 무슨 수를 써서도 막아야 한다. 우리의 바람은 그렇지만 북한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지 않는가하는 의구심이 든다. 북한이 핵폭탄을 실전배치한다면 우리가 무슨 대화를 해서 핵을 내려놓도록 할 수 있을지 난감하다.

북한은 지난 수십 년간 전쟁을 해서라도 적화통일을 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국가경영을 해오지 않았던가. 북핵 문제에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해온 사람들처럼 나도 그닥 신경을 쓰지 않고 살아온 것이 사실이다. 생존배낭 이야기는 우리에게 전쟁이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실감케 한다. 아내한테 우리도 생존배낭을 꾸려야 하지 않겠느냐 했더니 ‘전쟁 나면 어디 도망갈 데라도 있어요? 그냥 사는 대로 살아요. 전쟁이 난들 어쩔 수가 없잖아요.’하고 대답한다.

무어라 말을 못하고 있다가 일본은 500킬로 상공으로 북한 미사일이 지나갈 때 홋카이도 주민들에게 대피명령을 내렸다는데, 하와이는 핵전쟁 대비훈련을 했다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우리도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다시 걱정을 했지만 공감을 얻지 못했다.

대체로 사람들이 아내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을 보내고 있다. 나도 지금까지 그랬다. 평화로운 일상. 잘 이해가 안 되지만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일어난들 별 수가 없지 않느냐는 근거 없는 믿음과 막연한 운명론으로 살아왔다. 그 결과 오늘 북한의 핵 앞에 갑자기 벌거숭이로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북한은 초등학교에도 대피호가 있고, 관공서, 마을마다 피난시설이 마련되어 있다고 한다. 만일 지금 전쟁이 난다면 난 피할 곳이 없다. 핵폭탄이 터질 때 빛을 보면 안 된다니까 아파트 지하가 어느 정도는 지켜줄지도 모르겠다. 차제에 아파트 단지별로 핵전쟁을 상정하고 대피훈련을 정기적으로 해보는 것은 어떨까싶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우리나라는 참 기이한 나라다. 이제 어쩔 것인가. 북한이 핵을 가졌다는데 북한이 한 방 터뜨리면 아무리 좋은 현대무기도 다 소용없게 될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데 대화로 살살 어르기만 할 것인가. 그것이 과연 대책이 되겠느냐 이 말이다.

더욱이 나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한미동맹을 해체했으면 했지 전쟁은 안 된다는 논리다. 그렇다면 한미동맹을 폐기하면 전쟁이 안 일어난다는 보장이 있을까. 한미동맹이 폐기되면 되레 평화가 위협받는다고 보아야 맞지 않을까. 북한 입장에서 볼 때 바로 그런 때를 지난 60여 년 넘게 기다려왔는데 그들에게 호기를 주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거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북한은 굶어 죽는 나라다, 전쟁할 능력이 못된다, 설마 동족의 머리 위에 핵을 터뜨리겠느냐, 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말 나를 죽여주는 말들이다. 나는 고백하건대 전쟁이 일어난다면 전선에 나가 총이라도 들고 싶다. 직장 은퇴자를 받아줄 지는 모르지만. 지난 50년 가까이 우리가 피땀 흘려 이룩한 부와 자유와 문명을 자칫 전쟁의 잿더미로 날려 보내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작고하신 조부는 6.25전란 때 피난을 다니면서 품속에 태극기와 인공기를 함께 가지고 다니다가 국군을 만나면 태극기를 꺼내고, 인민군을 마주치면 인공기를 꺼내들었다고 한다. 이제 전쟁이 나면 아내의 말대로 어디로 피난 갈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무조건 전쟁이 나면 안된다고만 하지만 말고 우리도 대비를 해야 할 때다.

많은 사람들에게 생존배낭은 너무 나간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겠다. 최근 외국 바이어들이나 투자자들이 한국에 오는 것을 머뭇거린다고 한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불참을 선언한 선진국도 있다. 정작 한국인들은 조용한데 왜 일본이나 미국, 그리고 다른 나라 사람들이 되레 호들갑을 떠는 것일까. 이번 추석 연휴 때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려 1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떠났다. 피난 간 것이 아니라 구경 나간 것이다.

최근 개봉된 영화 ‘남한산성’에서 조정의 두 충신은 청의 취후통첩을 받고 각기 ‘화친’(항복)과 ‘척화’(항전)를 주장한다. 서로 다른 두 주장 사이에서 인조대왕은 쉽사리 판단을 못 내린다. 결국 조선은 청에 무릎을 꿇는 치욕을 겪는다. 지금의 우리에게 시사 하는 바가 크다. ‘평화를 바라거든 전쟁에 대비하라’는 말이 있다. 대화를 할 때는 하더라도 핵전쟁에 대비하는 국민적 각오가 필요한 순간이다. 생존배낭 한 개를 마련하는데 1만원 정도면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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