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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 삼대록
김병욱 충남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  |  siminsori@simins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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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10  18:4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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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나 삼대에 걸친 이야기는 보편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삼대담은 고구려 건국 신화, 조선 왕조의 태조, 태종, 세종에 이르는 삼대담을 비롯하여 조선시대 고소설의 한 지류를 형성한 삼대록 계열의 대하소설, 염상섭의 대표적 소설인 「삼대」에 이르기까지 삼대담은 흔하게 볼 수 있는 스토리 텔링의 한 전형이다.

만약 누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삼대담을 「김씨삼대록」이란 제목으로 소설화한다면 퍽 재미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북한 정권의 향방에 따라 서술태도가 달라질 것이다. 지금 서양에서는 김정은을 ‘로켓맨’이라는 별명을 붙여 좀 야유조로 부른다.

김정은의 머리 스타일이 로케트를 연상시키고, 국제사회의 혹독한 경제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핵실험과 유도탄 실험을 계속 해대니 그런 별명을 붙여 준 모양이다.

조, 부, 손으로 이어지는 삼대담은 서사의 초점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그 스토리 텔링의 성격이 달라진다. 고구려 건국 신화는 해모수, 동명왕, 유리왕의 삼대담인데 서사의 초점은 동명왕에 놓인다.

그러나 조선 창건의 삼대담은 그 초점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 태조 이성계에 놓일 수 도 있고, 태종 방원에게, 또는 세종에게 둘 수도 있다 ‘김씨 삼대록’을 지금 쓴다면 그 초점은 할아버지인 김일성에게 찍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국제 사회의 압력에 평화적으로 대처하여 핵무기 폐기와 각종 유도탄을 폐기하고 한반도 평화의 길로 나간다면 그 서사의 초점은 손자인 김정은에 놓이게 될 것이다. 그래서 「김씨 삼대록」은 아직 쓸 수없는 제재인 것이다.

현대의 소설 이론 중에서 그 핵심 부문은 어떻게 서술하느냐에 달려 있다. 서사물의 시점 이론이야말로 서사물에 관한 이론 중에서 제일 핵심 부분이다. 한 때 우리는 시점이라면 서술자의 인칭에만 몰두한 적이 있다. 그래서 일인칭 시점이냐 아니면 삼인칭 시점에만 논의의 중심이 놓였었다.

러시아의 기호학자이자 문예 이론가인 보리스 우스펜스키는 「구성의 시학」(1970)에서 시점 이론의 획기적 전환점을 마련했다. 그 이론에 따르면 시점을 어법적 국면, 심리적 국면, 시공간적 국면, 이념적 국면으로 나누어 살폈는데 서술의 시학의 역사에서 보면 획기적인 것이다.

가령 서술자가 어떠한 이데올로기를 가졌는가에 따라 서술 태도가 전혀 달라질 것이다. 북한의 소설과 남한의 소설의 서술 태도가 확연히 구별 되는 것도 이 이념 때문이다. 만약 남한의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으로 「김씨 삼대록」을 창작한다면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삼대담은 부정적으로 서술될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에 의해서 교육받은 독자들 역시 세습제로 권력이 승계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같은 맥락으로 군사 독재에 맞서 싸웠던 민주 투사들이 북한의 반인권과 권력의 세습에 대하여 비판하지 않는다면 표리부동이고, 이것이 극우 세력이 종북좌파 운운하는 빌미를 주는 것이다. 서사물이란 어떤 것이나 가치 중립적일 수 없다. 서술의 핵심인 시점에서부터 이념적이기 때문이다.

아마 먼 훗날 통일된 후에 「김씨 삼대록」이 쓰여진다면 시공간적 배려 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국면, 이념적 국면이 서술의 시간과 서술된 시간 안에서 어떤 작용을 할까 생각해 본다. 지금 한반도는 전쟁이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김정은과 트럼프는 둘 다 비정상적 지도자다. 초강대국 미국의 지도자가 이렇게 비이성적인 선례가 없다. 만약 한반도에서 전쟁이 터진다면 이제까지 피와 눈물을 흘려가며 이룩한 경제 문화적 모든 기반이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릴 것이다.

이런 걸 뻔히 알면서 ‘나 죽고 너 죽자’란 결기가 무슨 소용인가. 궁한 쥐를 너무 몰면 고양이를 물려 든다는 말이 있다. 섶위에 서 화로를 쳐들고 벌을 서라면 언젠가는 그 화로를 떨어 트리기 마련이다.

섶을 치우고 화로를 치우는 지혜가 보이지 않는한 우리는 불안할 수 밖에 없다. 먼 훗날 우리는 여유롭게 「김씨 삼대록」을 읽을 것인가 아니면 불안한 예언서처럼 읽을 것인가. 분명 오늘을 사는 남쪽의 우리는 「김씨 삼대록」이 해피엔딩으로 결말을 맺기를 바랄 뿐이다. 왕따가 된 김정은의 참담한 심정을 우리는 배려하는 여유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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