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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47) 해운대(海雲臺)건곤만이 가득차서 가슴 속을 파고드네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siminsori@simins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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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04  14:2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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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삼면을 바다로 하고 있다. 바닷가에서 먼 바다를 살펴보면 많은 경치를 볼 수 있다. 멀리 펼쳐지는 바다. 둥실 떠있는 섬, 뭉게뭉게 떠가는 구름, 갈매기 울음소리 등 무엇 하나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자연 환경이다. 시인에게는 모두가 시적인 감흥이요, 주섬주섬 담아두면 한 올 한 올 모두가 시어다.

작가는 부산 해운대에 와 있다. 거울처럼 깨끗한 물, 떠있는 붉은 해, 저 멀리 보이는 대마도를 눈썹으로 비유하고 있는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海雲臺(해운대) / 무진 권반

   
 

거울처럼 맑은 물결 바람도 없는 날에

앉은 채 부상바다 붉은 해를 바라보니

대마도 속 눈썹인양 건곤 가득 파고드네.

波恬鏡面淨無風         坐見扶桑日浴紅

파념경면정무풍         좌견부상일욕홍

馬島如眉靑一抹         乾坤納納入胸中

마도여미청일말         건곤납납입흉중

 

건곤만이 가득차서 가슴 속을 파고드네(海雲臺)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무진(無盡) 권반(權攀:1419~1472)이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거울처럼 깨끗한 물결 위에는 바람도 한 점이 없고 // 앉아 있는 채로 부상 바다의 붉은 해를 바라본다네 // 멀리 보인 대마도가 눈썹인 양 푸른 점 하나 긋고 // 건곤만이 가득차서 가슴 속 파고든다]라고 번역된다.

위 시제는 [해운대에서 바다를 보며]로 번역된다. 동방삭(東方朔)이 지었다는 해내십주지(海內十洲志)에 의하면 “동해 동쪽 푸른 바다 가운데 사방 1만 리 되는 육지가 있는데, 그 위에는 태제궁(太帝宮)이 있고 숲의 나무는 뽕나무와 비슷하며, 큰 것은 높이가 수천 길이요 둘레가 아름이나 된다”고 했다.

시인은 부산에서 드넓은 바다를 보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거울처럼 깨끗한 물결 위에는 바람도 한 점이 없고, 앉아 있는 채로 부상 바다의 붉은 해를 바라본다고 했다. 날씨가 좋으면 해운대에서 눈썹 끝에 점 하나를 그으며 아스라이 보이는 대마도를 본다. 조선에 조공(朝貢)을 바치는 대마도의 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겠다.

그래서 화자는 하늘과 땅이라는 건곤보다는 조선과 부속 도서인 대마도를 비유적으로 칭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날씨가 맑으면 해운대 동남쪽 멀리 지평선 너머 대마도가 눈썹처럼 보이면서 하늘과 땅이라는 건곤(乾坤)이 가슴 속에 가득하게 들어 환하게 비춘다는 자기 심회다. 오늘날 일본이 계속해서 독도 문제를 거론하고 있는 마당이고 보면 우리는 대마도 문제를 거론해야 할 판이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물결 위엔 바람도 없고 부상 바다 붉은 해를, 눈썹 같은 대마도가 건곤 가득 마음속에’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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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무진(無盡) 권반(權攀:1419~1472)으로 조선 전기의 문신이다. 단종 때 형 권람과 함께 계유정난에 가담하여 세조 때 좌익공신 2등에 책록되었다. 요즈음으로 말하면 ‘좌익’이 아닌 ‘우익’의 편에 선 것이다. 이로 인해 전농시소윤, 중추원첨지사 되었다. 가선대부로 승지가 되고 화산군에도 봉해졌다.

【한자와 어구】

恬: 편안하다. 波恬: 깨끗한 파도. 鏡面: 거울 면. 無風: 바람 한 점 없다. 坐見: 앉아서 ~을 보다. 扶桑: 해 뜨는 곳에 있다는 신비한 나무. 日浴紅: 해가 붉다. // 馬島: 대마도. 如眉: 눈썹 같다. 靑一抹: 푸른 점 하나를 긋다. 乾坤: 하늘과 땅. 納納: 가득 차다. 入胸中: 가슴에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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