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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길 고문  |  siminsori@simins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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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27  11:4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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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홍길 고문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여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는 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도 잘나가는 사람들이 있고, 시진한 군상들이 있다.

흙수저, 금수저가 엄연한 현실로 적나라하여 잘 나가는 사람들은 서울하고도 강남에 모여 살고, 광주에서는 봉선동에서 살고 상무지역에서 논다고 한다. 물 좋다는 동네의 네온이 아무리 부럽다 하더라도 삶에 지친 시진한 군상들은 하찮고 작디 작은 물질이언정 감히 엄두를 못 낸다.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은 한국 사람인데도, 시대 시대마다 잘 나가던 사람들이 따로 있었다. 경상도 사투리가 서울의 표준말이 되던 시절, 전라도 개땅쇠들은 청량리 변두리를 서성거리면서도 사투리가 들통 날까 싶어, 그야말로 ‘땅께 땅께 폴시케’를 삼키면서 조심하던 시절이 있었다.

특정패거리들이 정치권력을 장악하다보면 경제권력이 뒤따르게 되어 끼리끼리의 패거리 집단이 독주하던 때가 멀지 않은 과거였고, 그런 세상에서는 다수의 소외 집단들을 산출하여 평등하지 못한 세상을 만들어 버린다.

단일민족이라고 자랑하는 동족끼리 사는 세상에서도 삶의 온도 차가 냉온으로 크게 갈리는데, 이민족이 국가 권력을 오로지할 때에는 피지배 민족의 삶은 어떠했을까를 상상만 해보아도 끔찍한 정치 경제 지형도가 눈에 선하다.

일제36년이 그런 시대였다. 부패의 난맥상이 미만하여 민생이 실종됨에 절망한 인사들이 ‘일제시대가 좋았다’고 시러배 같은 시국담을 농하는 언사들도 있었지만, 영화 ‘밀정’, ‘군함도’에서 실감하는 식민통치는 우리들의 부모세대로 하여금 억압과 배제로 몸서리치는 삶을 영위하게 만들었다. 보편적 소외와 배제 속에 영위해야하는 삶은, 비유하자면 악성 공기 속에 헐떡이는 숨찬 삶이었다. 그런 조건 속에서도 살아남아야 했던 것이 조선 사람들의 삶이었고, 그래서 기약 없는 희망으로 조국 광복을 꿈꾸는 세월들이었다.

일상의 삶에 끈끈하게 매여서 허리 펴지 못하고 고개 쳐들지 못하는 노예의 삶을 살아야 했던 그냥 조선 사람들. 풍문으로 전해 듣기만 할 뿐, 나라의 독립을 위해서 만주 벌판을 내달리고 원수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고 적들의 심장부에 폭탄을 투척하는 호쾌한 투쟁에 함께 일떠서지 못한 채, 일본인들이 농단하는 권력 하에서 그들의 안배에 따라 생존해야 했던, 반도라는 조롱 속에 갇혀 사는 조센징들이었지만 절대적으로 기운 운동장에서일망정 일본인들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서 악전고투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것이 개인으로, 집단으로 유일하게 살아남는 길이었다. 생명과 삶은 스스로 포기할 수 없었다.

2차 세계대전의 종전으로 해방을 맞은 후 서울의 어느 요정에서 임정 요인들과 훗날 한민당계로 분류되는 국내 인사들과의 만찬 회동이 있었다. 서로 위로하며 격려하면서 신 대한의 내일을 기약해야 마땅했던 자리에서 이국땅에서 독립운동을 하느라고 풍찬노숙을 감수했던 삶을 웅변하는 애국자와 일본인들의 눈치코치를 살피면서 질식할 것 같은 삶을 경쟁적으로 토로한 것이 언쟁이 되어 종내는 두 집단의 불화로 발전하여 끝내는 정치적 분열의 갈림길이 되고 말았다. 공감을 공유하지 못하고 자신의 체험과 완장에 집착하여 입장을 바꿔서 역지사지 못한 결과, 춘치자명으로 세계의 사냥꾼들을 불러 모으는 결과가 되었다. 아니 사냥꾼들은 이미 대기하고 있었다.

봄날의 꿩들은 오방색으로 찬란한 외양에 맹수들의 식욕을 돋우는데, 궁상각치우로 신명난 꿩들의 흥겨운 노래 가락은 사냥꾼들에게는 금상첨화의 양념이 되었다.

사드는 우리의 안보 불안을 말끔하게 해소해주는 생명줄, 더욱이 하늘같고 큰 형 같은 미국이 챙겨 주는 기프트박스라고 환호작약하는 신명난 꿩떼들, 반면 다른 한 켠에서는 제법 은밀하게 북핵은 언젠가 통일이 되는 그날, 반만년 타율의 역사를 산산이 조각내고 자주와 주체의 금자탑을 담보해 줄 제우스의 벼락칼이라고 미망 속을 헤매는 까투리의 속삭임과 그리고 장끼의 훤화와 그것들로 가득한 한반도의 금수강산. 엇나가는 꿩떼들의 신명은 어떤 결과를 예비할까가 걱정스러운데, 유령처럼 머흘대는 음산한 전운들은 어떤 까닭일까?

우리의 운명을 우리가 틀어쥐기 위해서는 일단 춘치자명을 벗어나야겠다. 그리고 이웃과 함께 공동체의 삶을, 선인들의 삶을 본받아야겠다. 그런 한사람으로 일제하의 디벨로퍼 건축왕 정세권의 삶을 거듭 함께 음미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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