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작은 결혼식을 응원합니다(3)
당신의 작은 결혼식을 응원합니다(3)
  • 정선아 기자
  • 승인 2017.09.26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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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결혼식 반대하는 기성세대, 인식 개선 필요
부모는 결혼식의 들러리, 신랑·신부가 주인공

불필요한 허례허식을 줄이고 절차를 간소화 한 작은결혼식을 선호하는 예비부부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돈을 떠난 다른 이유로 발목을 잡히는 경우가 많다. 바로 시대변화로 찾아온 작은결혼식에 대한 인식 개선이 아직 미흡해 좌절하기 때문이다.

작은결혼식 준비 힘든 상황 1위, ‘주변사람’ 설득하기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20~30대 남녀 2,000명(미혼·기혼 각 1,000명)을 대상으로 결혼문화에 대한 인식과 결혼비용 등을 조사한 결과, 작은 결혼에 대한 인지도와 미혼자의 선호도는 높았으나 실제로 작은 결혼을 한 사람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혼자의 79.6%는 작은 결혼을 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고 주변사람 설득(48.2%)과 적절한 장소 섭외(44.1%) 문제로 작은 결혼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복수응답).

기혼자의 경우 작은 결혼을 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5.4%에 불과했다. 이들의 작은 결혼은 비용을 최소화하고(29.6%) 복잡한 예식 절차를 생략하거나(24.1%) 가족과 지인만을 초대한 소규모 결혼식(24.1%) 형태였다.

또한 작은 결혼식을 한 사람들은 예단을 생략하거나(70.4%) 예물을 생략(59.3%)한 경우가 많았다. 작은 결혼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상황에 대해서는 미혼자의 답변과 유사하게 예식장소 섭외(22.2%)와 주변사람 설득(20.4%)을 꼽았다.

80%가량의 미혼자가 작은결혼식을 올리겠다는 의사가 있었음에도 작은결혼식을 올렸다고 응답하는 기혼자는 5.4%에 불과해 주변사람의 영향이 컸다는 것을 보여준다.

은결혼식을 반대하는 기성세대, 그 이유 또한 ‘돈’과 ‘주변인식’

아직까지는 기성세대가 작은결혼식을 이해하는 경우가 적다고 한다. 그들이 자녀들의 작은결혼식을 반대하는 이유 또한 자기 주변 사람들의 인식과 돈 때문이었다. 자신의 지인, 먼 친척, 친구 등을 초대하지 않았을 때, 그들이 느낄 서운함과 남들이 작은결혼식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지 걱정되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친하지 않은 남의 결혼식에 참석하여 축의금을 내고 시간을 소모했지만, 가까운 지인, 가족 등만 부르는 작은결혼식에선 이를 보상받을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한다는 점과, 인맥을 자랑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등의 인식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

작은결혼식을 반대하는 기성세대 정모 씨(57)는 “집안 어른들에게 소개하고 많은 이들의 축하를 받는 게 결혼식을 하는 이유라 본다”며 “작게 결혼식을 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이처럼 기성세대는 결혼식 자체를 혈연중심의 가족 문화로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자녀세대는 자기들의 결혼식, 나만의 결혼식으로 만들어 나가려 한다. 이러한 기성세대의 굳혀진 결혼문화를 바꾸려면 자녀세대와 충돌되는 부분을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흘러야 작은결혼식이 보편화 될 것으로 보인다.

작은결혼식, 경험 통해 기성세대 인식 바꾸자

돈의 차이를 떠나 작은결혼식을 올리겠다는 미혼, 예비부부는 자신들이 꾸민 소규모 장소에서 식을 열고, 낯선 사람들이 아닌 친한 친구들과 가족 등에게 축하받으며, 먼 길을 온 하객들에게 정성 가득한 대접을 하려는 것을 주목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기성세대는 이러한 목적이 생소하고, 마땅치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예비부부들은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그들의 인식을 변화시켜보려고 발품을 팔기 시작했다.

2018년에 작은결혼식을 계획 중인 천모 씨(25)의 부모님은 작은결혼식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다. 기자가 그에게 어떻게 하면 부모님의 인식이 바뀔 수 있을 것 같냐고 묻자 그는 “내 결혼식보다 먼저 부모님께 리마인드웨딩을 작은결혼식으로 시켜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서 “먼저 겪어보게 해드리면 작은결혼식에 대한 걱정을 떨쳐버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얼굴도 모르는 부모의 지인이나 먼 친척 등에게 주말 시간을 쪼개어 축의금과 축하를 해달라며 불러내는 것은 민폐의 끝이다”면서 “딱딱한 일반결혼식보다 우리 마음대로 꾸며 지루하지 않게 파티형식으로 진행해보고 ‘내가 원하는 결혼식’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처럼 부모에게 직접 작은결혼식을 경험하게 하거나, 주변의 작은결혼식에 참석하게 하여 작은결혼식에 대한 좋은 인식을 갖게 해주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다.

“너네 딸·아들은 예물·패물 얼마나 받았어?”

“너네 딸·아들은 예물·패물 얼마나 받았어?” 이는 곧 결혼할 자녀를 두고 있는 기성세대 김모 씨(56)가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들은 얘기다. 김모 씨의 자녀는 작은결혼식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주변에서 말리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자기들이 좋아서 하는 결혼에 김모 씨는 참견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날 김 씨는 친구들에게 자기 자녀가 작은결혼식을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자기도 생소했던 단어라 그의 친구들은 몇 번이나 그게 무엇이냐 캐물었다. 예물·패물은 안 받는 것인지, 축의금은 걷지 않는 것인지, 자기는 결혼식장에 불러줄 것인지.

자식의 작은결혼식을 찬성하는 김 씨는 “내 나이 대에 사람들이 가장 결혼식을 많이 쫒아 다닐 거라 예상 된다”며 “자녀가 모두 결혼할 시기이니 여기저기서 받는 청첩장에 미래의 결혼할 내 자녀를 위해 가야될지 말아야 될지 참 고민 된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유명 연예인의 시작으로 작은결혼식의 인기가 전파되고 있다는데, 하루빨리 기성세대들도 불필요한 허례허식을 깨고 자녀들의 작은결혼식에 대해 찬성하고 도움을 주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부모는 결혼식의 들러리, 신랑·신부가 주인공

미국의 경우 아주 부유하지 않는 한 대부분의 신혼부부들은 아파트를 구한다고 한다. 대부분이 월세로 살아가기 때문에 결혼을 위한 집에 들이는 비용이 크지 않는 편이다. 결혼비용때문에 결혼식 자체가 꺼려지는 한국과는 차이가 큰 대목이다.

미국에 거주하는 50대 후반 한국인 교포 기모 씨는 며칠 전 가까운 친인척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그날 골프장에서 열린 결혼식은 자유로운 분위기로 신부와 신랑이 가족과 가까운 지인들에게 자신들을 소개하면서 간단히 마쳤다고 한다.

기모 씨는 “외국의 경우 결혼식은 가까운 친인척만 불러 아주 간단히 하며 부모들은 들러리일 뿐이다. 신랑 신부가 주인공이기 때문이다”면서 “결혼식이 끝나고 피로연에는 신랑 신부가 자기 친구들을 모아 거대하게 놀기도 한다. 결혼식보다 피로연에서 비용이 더 드는 경우가 더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돈 많은 곳이나 그러겠지만 대부분 외국은 부모들끼리 예물·패물도 주고받지 않는다. 결혼을 부모들이 하는 게 아니기도 하고, 예물·패물로 인해 자녀들의 결혼 살림이 더욱 빠듯해지기 때문이다”면서 “한국의 기성세대들도 이를 깨닫고 작은결혼식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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