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사업본부·노동부, 유가족·대책위 요구 ‘묵살’
우정사업본부·노동부, 유가족·대책위 요구 ‘묵살’
  • 정선아 기자
  • 승인 2017.09.1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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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및 합의할 수 있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요구
서광주우체국, 유가족에게 취직시켜주겠다는 제안 건네기도

故 이길연 서광주우체국 집배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지 2주가 지난 19일, 유가족과 대책위가 서광주우체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가족의 뜻대로 우정사업본부 진상조사위원회 즉각 구성 ▲우정사업본부에 대한 특별감독 실시 ▲사회적 타살에 대해 우정사업본부장 책임 사과 등을 촉구했다.

故 이길연 집배원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명예회복을 위한 광주지역 대책위와 집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이하 대책위)는 지난주 서광주우체국과 전남지방우정청, 우정사업본부,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 우정사업본부장(직무대행)의 책임 있는 사과와 유가족이 합의할 수 있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는 요구안을 담아 공문을 발송했다.

그 결과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 18일 ‘우정사업본부 특별근로감독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대책위에 보내왔고, 산재은폐 자료를 ‘구체적’으로 제출하라고 대책위와 유가족에게 요구했다.

우정사업본부 역시 유가족이 원하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인원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대해 대책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반복되는 집배원 사망사고와 관련하여 우정사업본부가 밝힌 ‘안타깝고 송구하다’는 입장은 거짓이며 ‘문제가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는 고용노동부의 발언 역시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면피성 발언임이 드러났다”고 개탄했다.

이어 대책위는 “고용노동부가 진정으로 유가족과 대책위의 아픔을 살핀다면 산재은폐에 대한 구체적 증거를 찾아오라고 명령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조사해야 할 것이다”면서 “우정사업본부는 사회적 타살의 책임을 인정해 유가족이 원하는 구성안대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는 게 맞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 故 이길연 씨의 아들 이동호 씨

이 씨의 아들 이동하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광주우체국에서도 이 일을 빨리 끝내고 싶은지 발인 예정일인 9월 7일날 아침, 유가족의 동의 없이 장례식 비용을 결제하려 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인가”라면서 “그 이후 사촌누나에게 자녀 중 한 명을 비정규직으로 취직시켜주겠다고 했다. 집배원을 죽여 놓고 고인의 자녀로 그 자리를 채우려는 게 말이나 되는 얘기인가”라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유가족 앞에서는 그저 ‘죄송하다’는 말뿐 언론 앞에서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며 이중성을 띄고 있다”면서 “저희 아버지를 언제까지 저 차가운 관 속에 둘 수 없다. 사측에서는 빨리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 책임자를 발견하고 유족에게 서면 사과를 즉시 하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유가족과 대책위는 서광주우체국장과 면담을 요구했지만, 서광주우체국은 유가족과 대표자 몇 명만이 참여할 것을 원하여 30분가량 지체됐다.

끝내 갖게 된 면담에서 서면을 통한 사과는 양측의 의견이 같았으나 대책위와 유가족이 원하는 진상조사위 구성, 우정사업본부에 대한 특별감독 실시 등에 관련한 문제는 전남지방우정청의 소관으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한편, 서광주우체국의 집배원으로 15년간 근무해온 이 씨는 지난 8월 10일, 업무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는 승용차에 치이고 오토바이에 깔리며 왼쪽 허벅지가 눌려 걸을 때마다 통증이 심한 타박상을 입었다.

대책위의 말에 따르면 그는 2주간의 진단이 나와 그 기간 동안 치료를 받았고, 통증이 호전되지 않자 이틀 더 병가를 썼다. 하지만 우체국은 더 이상 안 된다며 출근하라 압박했고, 그렇게 이 씨는 “두렵다. 이 아픈 몸을 끌고 출근을 하라네. 사람 취급 안 하네. 가족들 미안해”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9월 8일 전남지방우정청 사업국장이 고인의 시신이 있는 광주기독병원 영안실로 찾아와 공상처리를 위해 서류를 들고 유족에게 대신 싸인 해 달라 부탁했다. 사측은 “일반적으로 일반 병가 처리한 이후에 산재처리 한다”고 말했으나, 이는 그동안 산재처리가 아닌 병가처리로 되어있다는 게 확인됐다.

서광주우체국장은 해당 집배원의 죽음이 있었을 당시 유럽 여행 중이었다. 사망통보를 받고서도 장례절차가 모두 끝이 났을 시점까지 조문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우정사업본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평소에 우리는 배려 할 만큼 했다’는 내용으로 평소 고인이 업무에 미진했다는 내용을 홈페이지에 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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