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소녀상을 부끄럽게 하는 이름들
평화의 소녀상을 부끄럽게 하는 이름들
  • 정선아 기자
  • 승인 2017.09.12 10: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취지와 달리 소녀상 기림문비에 구청장, 구의회 의장 등 특정인물 강조
남구 소녀상 기림문비는 전면 수정 될 예정
▲ 양림동에 위치한 남구 평화의소녀상 비문에 구청장, 의장 등 정치인 이름이 새겨져있다.

평화의 소녀상 기림문비에 특정 인물들의 이름이 함께 새겨져 있어 소녀상을 건립한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광주 5개구에는 각 구의 소녀상 건립 추진위원회가 여러 달에 걸쳐 회의와 기금모금 끝에 건립한 평화의 소녀상이 있다.

하지만 함께 세워진 기림문비에는 구청장, 구의회 의장, 추진위 대표 등의 이름이 도드라지게 새겨져 있어 비난이 일고 있는 것. 

구청장과 의장의 이름이 새겨진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위한 선전용이 아니냐”는 의혹 담긴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서구민 일동'으로 동일시 한 서구 소녀상 기림비문 

서구청사 앞에 세워져 있는 소녀상은 소녀상 건립 선언 동판에 ‘서구민 일동’으로 새겨 올바른 표기라는 평을 받고 있다. 또한 모든 기부자들의 이름을 동일한 크기로 기재하여 특정인물을 강조하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북구청사 앞의 소녀상 기림문비은 아직 제작되지 않았다. 오는 추석 전까지 2천여 명의 개인, 단체 등 참여한 모든 사람의 이름을 올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동구 소녀상 기림문비에 구청장, 의장, 추진위 대표 등 이름이 함께 새겨져있다.
▲ 광산구 평화의소녀상 기림비문에 명예추진위원장으로 광산구청장의 이름이 음각됐다.

반면에 동구 소녀상의 기림문비에는 동구청장, 동구의회 의장, 추진위 공동대표 등의 이름이 큼지막하게 강조되어 새겨져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그 옆의 동판에 건립 기부금 기부자, 건립 추진위원 등이 모두 적혀 있었지만, ‘치적비’가 되어버린 ‘기림문비’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양림동에 세워진 남구 소녀상 역시 기림문비에 문구를 짓고 새긴 사람, 소녀상을 제작한 작가, 그리고 남구청장, 남구의회 의장, 추진위 위원장의 이름이 새겨졌다. 기부에 참여한 70여개의 단체와 주민 500여명의 이름이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여러 곳에서 이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남구 추진위는 빠르게 지난달 21일 회의를 열고, 기림문비를 전면 수정하여 표기할 거라고 밝혔다.

남구 추진위는 소녀상을 세운 취지가 담긴 배경을 넣고, 특정인물의 이름을 빼 ‘구민 일동’으로 수정하기로 했다. 또한 참여주민 전체 이름과 외국인 방문객이 많은 양림동이라 일어·중국어·영어로 번역문을 추가하기로 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다신 이런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할 것이다. 기림문비 공사는 정산보고가 끝나자마자 바로 시작할 거다”고 밝혔다.

광산구 소녀상 또한 기부자들의 이름은 어디에도 없었다. 소녀상 옆 기림문비에는 명예추진위원장으로 광산구청장의 이름이 음각됐다. 그 옆 ‘못다핀 꽃을 피우리라’라고 적힌 석판 뒤에는 추진위원과 발기인, 협력단체 등이 작게 적혔다.

이에 대해 한 시민은 “기부자들의 이름이 들어간 건 이해되지만 구청장, 구의회 의장의 이름을 새긴 건 치적 쌓기, 보여주기 식이다”며 “‘구민들의 성금으로 만들어졌다’고 쓰면 되는데 자기 이름까지 구질구질하게 넣은 건 이해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