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안 무섭다?
북핵 안 무섭다?
  • 문틈 시인/시민기자
  • 승인 2017.09.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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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엊그제 여섯 번째 핵실험을 했다. 그 여파로 한중 국경 지방은 물론 경기 북부 지방에까지 지진 현상이 감지되었다. 사람들이 소방당국에 전화까지 하며 놀랐다니 그 규모가 엄청났던 모양이다. 히로시마 원자탄의 서너 배나 되는 규모라고 하니 섬뜩하다.

한데 남쪽 사람들은 별로 두려워하거나 공포를 느끼는 것 같지 않다. 오리혀 바깥 사람들이 호들갑이다. 강 건너 불구경하는 분위기라고나 할까. 지난 70년 동안 남한은 죽자사자 ‘잘 먹고 잘 살자’에 몽땅 걸기를 하고 매진하여 오늘날 세계 10대 무역대국의 부강한 나라로 일어섰다.

북한은 우리가 부자되려고 피땀을 흘리는 동안 배를 곯아가며 핵무기, 미사일 만드는데 몽땅 걸기를 해왔다. 수백 만명의 아사자를 내면서까지. 그 결과 남한은 남부럽지 않은 ‘잘 사는 나라’를 건설했고, 북한은 ‘가난한 핵국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원자탄, 수소탄, 대륙간탄도미사일, 수중 미사일 같은 대량살상무기 강국(?)이 된 것이다.

미사일 발사 성공에 서로 부둥켜 우는 북한 과학자들의 사진을 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그렇게도 핵과 미사일이 국가와 인민의 염원이었다니. 이런 북한을 앞에 놓고 미국, 일본, 중국은 물론 한국도 쩔쩔 매고 있다. 마땅한 대응책이 없어서다.

입으로는 ‘가만 안두겠다’고 으름장을 놓지만 김정은은 눈썹 하나 꿈쩍하지 않고 되레 “미국의 언동을 주시하며” 수 틀리면 계속 핵실험을 할 것이라고 맞장을 뜨고 있다.

걱정이 태산 같아 아는 지인에게 전화를 했다. “이러다 우리가 북한 핵에 무릎 꿇게 되는 거 아닐까” 그랬더니 무슨 소리냐며 “북한은 인민이 굶어죽는 나라야. 우리하고 게임도 안돼, 발 뻗고 잠이나 잘 자.” 하고 일축한다.

정말 북한이 저렇게 미국까지 갈 수 있다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펑, 펑, 하늘에 쏘아대고, 핵폭탄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어가는 데도 우리는 행감 치고 앉아 에헴 하고 있어도 괜찮을까.

이미 핵폭탄을 60개쯤 만들어 놓았을 거라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있다. “우리가 북한의 40배나 더 부자 나라인데 무엇이 걱정인가”라는 그 말이 암만해도 와 닿지 않는다.

김정일이 군 장성들이 있는 자리에서 “권총과 큰돈이 눈앞에 있다면 어느 것을 가지겠는가?”하고 물었을 때 권총을 택하겠다고 한 장성을 편들었다고 한다. 권총이 있으면 아무리 돈을 많이 가진 자라도 위협해 뺏을 수가 있으니 권총을 쥐는 것이 맞다는 무서운 논리다.

지금 남북한의 상황이 딱 그 짝이다. 남한은 돈을 쥐고 있고, 북한은 핵권총을 쥐고 있다. 세상의 누구도 북한의 핵놀음을 못 말리는 상황에 이르렀다. 김정은이 북핵문제에서 ‘운전석’에 앉은 꼴이다. 주변 나라들은 이 운전수가 몰고 가는 대로 실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처럼 보인다.

게다가 북한의 숨통을 쥐고 있는 중국은 겉으로는 북한을 제재하는 것처럼 하면서도 뒤로는 북한을 보초 서주고 있다. 우리는 툭 하면 반미를 외치면서도 한쪽으로는 ‘미군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있고.

한때 우리는 북한은 핵을 만들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말에 안도한 적도 있다. 통일이 되면 북한 핵이 우리 것이 된다고 하는 맹랑한 소설에 공명한 적도 있다. 그리고 대화, 교류, 협력에 일말의 기대도 걸었다. 못 받을 돈도 통 크게 꿔주고 식량도 보내고 잘 지내보려 애썼다. 지금 돌이켜보니 다 너무 순진한 생각들이었다.

북한은 자나깨나 핵강국이 되어서 미군철수, 평화협정, 남북연방제 추진에 주도권을 쥐어 한반도 정세를 자기들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몰고 가는 데 뜻이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런 엄중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어디에 서 있어야 할 것인가. 사실 이 상황에서 해결책이라는 것은 없다고 해야 맞는 말일 것이다. 일이 이 지경이 된 이상 북핵을 인정하고 우리도 전술핵을 들여오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도 있다. 이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되레 남북관계를 일축즉발의 초긴장 상태로 몰고 갈 수 있다.

그것도 안 된다면 다른 해법은 무엇이 있을까. 어느 국제정치학자가 한 말이 뇌리를 때린다. “이웃나라가 핵을 가지고 있고, 다른 나라는 핵이 없다. 전쟁이 났을 때 핵이 없는 다른 나라가 취할 방법은 2가지가 있다. 하나, 싸우다가 죽는 것, 둘, 싸우지 않고 투항하는 것."

핵이라고 하는 비대칭 대량살상 무기를 가진 나라에 아무리 현대식 무기로 대응한다 해도 대적이 안 된다. 북한이 핵을 가졌다고 해서 당장에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전쟁이 나면 결국 남한도 북한도 끝장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리는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 우리는 분단의 고통이 정점에 달하는 순간을 맞고 있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분단된 나라 불쌍한 코리아의 비극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남북이 서로 화평하게 지낼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일까. “잘 사는 형이 못 사는 동생”을 도와주는 정도의 방법 가지고는 이제 어림도 없을 것 같다.

오월동주(吳越同舟)로 알려진 오 나라는 이웃 월 나라에 결국 망하고 말았다. 월 나라가 기근이 들었을 때 오 나라는 식량을 보냈는데, 오 나라가 원조를 청했을 때 월 나라는 벼를 삶아서 보냈다고 한다.

바짝 긴장해야 마땅할 터인데 이 나라는 부어라 마셔라 태평천하 같다. 다들 북핵이 안 무섭다는데 나는 왜 이리 불안한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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