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문화전당, "5월정신 중심 콘텐츠 생성하라"
아시아문화전당, "5월정신 중심 콘텐츠 생성하라"
  • 정선아 기자
  • 승인 2017.08.29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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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 새로운 활성화 방안 모색을 위한 컨퍼런스 열려
5.18 흔적 사라진 옛 전남도청...광주시, 지역 의원 정치적 책임 막중
▲ 옛 전남도청 민원실에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새로운 활성화 방안 모색을 위한 컨퍼런스가 진행됐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의 광주 방문으로 옛 전남도청 건물 원형 복원에 대한 기대담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새로운 활성화 방안 모색을 위한 컨퍼런스가 29일 옛 전남도청 민원실(5.18민주평화기념관 2층)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5월 정신을 중심으로 콘텐츠 제작 ▲아시아문화전당 새로운 정체성 확립 등이 요구됐다.

이날 토론회의 사회자는 박구용 전남대학교 교수가, 발제는 허달용 광주민족예술단체총연합 회장과 김영정 옛 전남도청 보존을 위한 범시도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이 맡았고, 박호재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 이순학 문화콘텐츠그룹 잇다 대표, 임인자 전 변방연극제 예술 감독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먼저 허달용 회장이 ‘아시아문화전당 정상화의 기본 방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다음은 허 회장의 발제 내용이다.

10년 넘게 고통 받은 광주시민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 2008년 6월 착공에 들어간 전당 건립 공사는 2014년 10월 완공되었으나, 옛 전남도청 원형유지와 관련 지역시민사회의 주장에 대한 정부와의 협의로 인해 공사가 4년여간 지연됐다. 현재 옛 전남도청 원형복원에 대한 농성이 이 자리에서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다.

아시아문화전당이 옛 전남도청에 만들어진 것은 5.18정신을 계승하여 문화적으로 확산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는 공감대 안에서 도청 건물을 중심으로 5개원이 배치됐다. 그러나 지난 두 정권을 지나는 동안 사업이 축소 왜곡되면서 수많은 정치인들의 정치적 도구로 전락했고,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광주시민들에게 고통이 됐다.

5월 광주정신을 중심에 세우고 콘텐츠를 생산하자

- 5.18은 제국주의와 군사파쇼의 모순을 극복해낸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우연한 일시적 사건이 아니라 시민전체가 역사의식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나선 인류역사상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항쟁이었다. 이는 나아가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문화를 창조하는 것은 뛰어난 개인이 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전체가 주체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여기저기 5월의 흔적을 지우고 폴리를 세운다고 문화도시가 되는 것이 아니다. 5월의 광주정신을 중심에 세우고 다양한 장르와 관점으로 실험하면서,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생산해가는 과정을 충실히 밟아 나가야 한다.

영화 ‘택시운전사’를 계기로 수많은 사람들이 옛 전남도청을 찾고 있다. 지나간 정권에 의해 훼손된 역사현장을 복원하는 것은 더 이상 전당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것이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화예술인들과 시민사회에서 당면 문제를 분석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이야기할 때이다. 오월 광주정신을 분명하게 세우는 것이 아시아문화전당 활성화의 가장 빠른 길이다.

다음으로 김영정 집행위원장이 ‘옛 전남도청 복원을 통한 아시아문화전당 활성화’를 주제로 발표했다. 다음은 김 위원장의 발제 내용이다.

광주시민들의 참여와 결정권의 부재로 사라진 5.18 흔적

- 옛 전남도청은 5.18의 시작과 끝이며 그 자체다. 하지만 아시아문화전당 측은 물론이고 사업 추진 담당자들은 1980년 5월 시민군의 최후 항쟁지로서 옛 전남 도청을 예술로 승화시킨다는 것에 경도되어 콘텐츠를 위한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고자 했다.

그들이 건물 리모델링을 위해서 의식했던 것은 ‘문화재보호법’이 전부였고, 전시 콘텐츠를 위해 도청 본관 시민군의 상황실, 방송실, 대변인실 등 5.18의 흔적은 리모델링으로 사라져 버렸다. 5.18의 예술적 승화에 대한 집착은 이미 현실 속에서 옛 전남도청이 콘텐츠를 위한 수단으로 되어버렸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아시아문화전당, ‘정체성’ 바로 세우고 새롭게 출발해야

- 옛 전남도청에 민주평화교류원이 들어서는 문제는 광주의 미래와 정체성에 관한 문제였다. 하지만 의견 수렴과정은 상층 인사 중심으로 이뤄졌다. 광주시민과 5월 가족들에게는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못했고 왜곡되기도 했다. 본관이 절단 나고 철강 구조물이 들어선 기이한 모습이 단적인 예이다. 5.18 흔적이 사라진 데는 광주 시민들로부터 권한을 ‘위임’ 받았던 광주시와 지역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책임도 막중하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의 출발은 ‘5.18’이 아니라 ‘광주 문화자원’에 기초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애초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 장소도 옛 전남도청이 아니었다. 즉 아시아문화도시 사업은 ‘문화’로 출발했으며, ‘광주’라는 도시의 정체성인 ‘5.18’을 나중에 결합시킨 것이다.

옛 전남도청을 보존하는 것과 민주평화교류원 구축은 출발에서부터 성격이 다른 사업이었다. 억지로 결합하려 하면서 끊임없는 갈등을 야기시키고 있다. 범시도민대책위원회는 이를 분리해서 추진하자는 입장이다.

토론자로 나선 박호재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은 “이렇게 되기까지 전부 남의 탓이라며 자기 탓은 아니라고 한다. 지역사회, 문화전당, 광주시, 시민사회 모두가 성찰하고 반성해야 될 문제다”면서 “새로운 거버넌스 체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임인자 전 변방연극제 예술 감독은 “전당의 건축물 ‘빛의 숲’은 5.18의 죽음과 희생을 기억하며 역사적 건물을 기념비화하기 위해 기존 지표면보다 낮게 배치했다. 하지만 빛은 있으나 어둠은 없다. 5.18의 슬픔과 고통이 삭제되어 있는 거다”면서 “재구조화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어둠, 고통, 희생을 기억하며 과거와 미래가 함께 대화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시했다.

이순학 잇다 대표는 “광주가 예향의 도시라 불리는 이유는 자생적 문화활동과 ‘시민력’이 높기 때문이다”면서 “그러한 문화적 토양을 갖고 있는 지역 환경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지역문화 ‘공존’을 위해, 광주에서 출발하는 문화 ‘발원’ 생산지로서 원칙적인 철학을 합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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