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풍사
추풍사
  • 김병욱 충남대 국문과 명예교수/문학평론가
  • 승인 2017.08.2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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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욱 충남대 국문과 명예교수/문학평론가

8월 23일이 처서니 그 지겹던 더위도 이제 끝이 머지 않았다. 누가 자연의 순환을 막을 수 있겠는가. 이런 시기에 한무제(BC156~87)의 ‘추풍사’를 되새겨 보는 것도 의미가 있으리라.

 

가을 바람 불고 흰구름 나는데

초목은 낙엽 지고 기러기 남으로 돌아간다.

난초 아름답고 국화 향기로워,

그리운 임 잊을 수 없어지네.

누선 띄어 분하를 건너는데

강물 가로지르니 흰 물결 날린다.

퉁소 불고 북치며 뱃노래 부르는데,

즐거움 다하니 애닲은 정 많아진다.

젊은 날 얼마나 되리, 늙어감을 어이하리.

 

한무제는 17세에 제위에 올라 54년간 제위에 있으며 한나라의 문예 증진에 크게 힘을 쓴 황제다. 이 시는 그의 만년의 작품으로 어딘지 인생의 쓸쓸함을 가을바람에 부쳐 노래하고 있다.

누군가는 ‘오동잎 하나가 떨어지면 천하가 가을이 된다’고 말했는데, 가을바람 불면 분명히 가을이 오고 다시 겨울이 오기 마련이다.

작년 10월 29일 광화문 광장에 촛불이 처음 켜졌을 때, 누가 박근혜 정권의 몰락을 예견했겠는가. 그러나 그 촛불은 주말마다 어김없이 켜졌고, 드디어 금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정되어 이명박 박근혜의 반민주적 보수 정권의 종말을 고하게 되었다. 만약 박근혜가 ‘추풍사’의 마지막 “젊은 날 얼마나 되리, 늙어감을 어이하리”라는 구절을 진즉 깨달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소소하게 울어대는 풀벌레 소리가 가을이 왔음을 알려준다. 세월은 거스를 수 없는 것이다. 각종 어용단체들은 물빠진 저수지의 물고기 신세가 될 것이다. 청와대와 국정원의 비호를 받고 날뛰었던 극우 세력들은 이제 물이 말랐으니 뱃바닥을 드러내 놓고 벌렁 뒤집어진 물고기 떼 신세가 될 것이란 말이다.

이제 온갖 유언비어를 조작하여 국민의 귀를 어지럽힌 세력들의 정체를 밝혀내야 한다. 서두를 것 없이 원칙대로 진실을 밝히면 된다. 악의 세력이 발악을 하면 그대로 놔둬라. 악의 세력들은 물고기에 불과하다. 그들에게 물을 공급하지 않으면 서서히 말라 죽을 것이다.

가을은 추수의 계절인데 꿀단지인 정권을 빼앗긴 극우 세력들에겐 허탈의 계절일 것이다. 그대들 말라비틀어진 낙엽의 종말을 아는가. 어느 늦가을 큰 바람 불면 낙엽은 모조리 떨어져 대지위에 나뒹굴 것이다. 그대들에게 아직 늦가을은 닥치지 않았지만 조금만 더 지나면 그 늦가을은 반드시 찾아온다. 그대들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처럼’ 대지를 굴러 다닐 것이다. 우리는 안다, 거짓의 종점이 어디인가를 우리는 안다, 그대들의 온갖 악행을...

악의 편에 편승했던 대다수 언론들은 어떻게 국민들을 볼 것인가. 악의 편의 정치 공작에 순치되었던 언론들은 아직도 자기 정당화를 위해서 안간힘을 쏟고 있다. 가랑잎 같은 언론들이여! 어서 낙엽을 떨쳐버리고 새 순을 준비하라!

시나브로 떨어지는 낙엽을 쓸어내기란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그러니 끈기를 가지고 쓸어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악폐라는 낙엽을 쓸어낼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의 운동장에 지저분한 낙엽이 뒹굴지 않게 해야 한다. 마음 같아서는 바둑판 쓸어버리듯 새로 바둑을 두고 싶겠지만 그것은 순리가 아니다.

가을바람 일어나니 대지에 완연한 가을 색이 채워지겠지. 가을은 삽상한 바람과 함께 우리를 생각하게 한다. 우리 모두는 또 하나의 순환의 고리를 꿰어 맞추고 있다. 가을은 충만의 계절이지만 또한 허허로운 계절이기도 하다. 가을바람이 일어나니 여름의 먹장구름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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