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든 사과
독이 든 사과
  • 문틈 시인/시민기자
  • 승인 2017.08.22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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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은 완전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어렸을 때 달걀은 고급 식품에 속했다. 도시락에 달걀 후라이를 넣어가지고 학교에 오는 아이는 부잣집 아이로 통했다. 그만큼 달걀은 귀한 식품이었다.

그랬던 것이 닭 사육 공장에서 달걀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와 누구나 즐겨 먹는 일반 식품이 된 지 오래다. 누가 달걀을 먹는다고 해서 대단할 것도 없다. 그런 달걀이 자칫 기피 식품이 될 우려에 직면해 있다. 달걀에 피프로닐인가 하는 살충제 성분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닭을 노지에 놓아먹이는 것이 아니라 비좁은 공간에서 대량으로 사육한다. 그러다 보니 각종 질병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 속에서 닭들은 자라고 알을 낳는다. 그래서 AI 같은 닭병이 한 번 돌기 시작하면 수만 마리를 살처분하는 무시무시한 일이 자주 일어난다.

닭공장의 환경 관리에 쓰이는 약품, 닭 진드기를 제거하느라 쓰는 독성 화학물질 같은 것들이 닭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어 그 달걀을 먹는 사람한테까지 피해를 주게 된다. 이번에 말썽이 되는 피프로닐이라는 화학물질은 미국에서는 발암물질로 지정이 되어 있어 사용불가 물질이다.

하루에 달걀을 200개 넘게 먹어야 해로운 정도의 미미한 독성이라고는 하지만 독이 든 달걀임을 알고서야 먹기가 찜찜하다. 나주의 어느 닭공장에서는 인체에 허용하는 양의 21배에 달할 정도로 독성물질이 검출되었다고도 한다. 신문을 보고 당장에 달걀 먹는 것을 그만두었다. 정부당국이 닭 사육농가를 전수 조사해서 조치한다고 하니 기다려볼 참이다.

그런데 내가 주목하는 것은 달걀만이 아니다. 따져보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품이 과연 있을까싶을 정도로 식품의 안전성이 의심스러운 것들 천지다. 농약을 친 쌀은 수은 성분이 들어 있다. 배나 사과, 딸기 같은 것도 잔류 농약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내가 즐겨 먹는 열무김치는 농약을 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채소다. 사람들이 바다에 내다버린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을 새우나 멸치가 먹는다는 기막힌 사실, 그리고 중금속에 오염된 조개류는 또 어떤가? 열거하자면 의심이 가는 식품이 한이 없을 정도다.

대체 우리가 먹는 식품들 중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것이 있기나 한 것일까? 쌀보다 더 많이 먹는 밀가루는 어떨까. 먼 나라에서 배에 실려 오는 밀가루는 죄다 식용 방부제를 섞은 것이다.

값이 비싸서 큰 맘 먹어야 먹는 쇠고기에는 항생제 성분이 들어 있지 않을까? 달걀 파문은 한국만의 문제도 아니다. 선진 유럽의 벨기에라는 나라에서도 같은 난리가 났다. 지구는 동식물 할 것 없이 모든 생명체가 인간이 주인노릇 하느라고 만들어낸 온갖 약품, 화학물질에 오염되었다.

레이첼 카슨이 오래 전에 쓴 <침묵의 봄>이라는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6.25 때 피난민들에게 이나 빈대를 없애려고 밀가루처럼 살포한 그 DDT가 생물의 생태계를 어떻게 오염시켜 결국에는 사람에게까지 해를 끼치는지 그 내용이 무섭도록 기록되어 있다. 잡초를 제거하는 제초제의 해독이 우리 입으로 들어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곧잘 잊어먹는다.

세계를 제패한 로마인들의 평균 나이는 40대 중반이었다. 그들이 날마다 부어라 마셔라 하던 술잔이 납으로 만든 것이었는데 납독이 수명을 단축시킨 것이다. 달걀 파문은 냉정히 보면 모든 식품, 생물, 환경에 연결되어 있는 문제다. 달걀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우리가 수돗물을 마시지 않고 생수를 따로 구입해 마시는 것은 이제 정상적인 일로 되어 버렸다. 수돗물은 허드렛물로 사용하는 가정이 많다.

그렇다면 땅은 그렇다 치고 하늘은 안전한가? 구름은 산성비를 뿌리고, 대기는 화학물질 범벅인 미세먼지를 품고 흐른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답이 안 나온다. 환경의 막장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이 일을 어찌 해야 할 것인가? 백설공주는 독이 든 사과를 먹고 나중에 토해서 다시 살아나기라도 했지만….

독성 화학물질이 든 물과 공기와 식품을 섭취하면서 자라나는 우리의 후손들은 과연 어찌 될 것인가. 삼천리금수강산을 자랑삼는 우리나라는 안타깝게도 환경오염 천국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인간은 자신들이 저지른 환경오염의 과오를 돌려놓기에는 이제 시간이 너무 지나가버렸다.

지하 2천 미터에서 우라늄이 내뿜는 방사능을 먹고 산다는 희귀 미생물처럼 인간도 자신의 유전자를 변형시켜 온갖 오염물질을 되레 먹이로 삼도록 하는 것이 환경오염에 대처하는 빠른 방법일지도 모른다.

오염식품은 우리나라의 문제만이 아니다. 인류가 직면한 최대의 문제는 안전한 식품을 생산하는 것인데, 자본의 논리는 그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말은 환경 문제를 두고도 옳은 말이다. 지금 우리는 ‘낙원’으로부터 추방된 벌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환경 문제를 걱정스레 이야기하면 “몇 천 년 살 것도 아닌데 대충 먹고 살다가 가지 뭐 그리 까탈스럽게 그런가?”라는 비아냥이 돌아온다. 이렇게 먹을거리가 불안한 시대에는 안전불감증이 차라리 눈 딱 감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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