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정권의 어제와 내일을 살핀다
평양정권의 어제와 내일을 살핀다
  • 이홍길 고문
  • 승인 2017.08.17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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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홍길 고문

느닷없이 사드를 성주에 배치하는 미국의 거동도 보통의 한국 사람들에게는 달갑지 않다. 물론 미국이 하는 일은 무조건 옳다고 개거품을 뿜는 습관성 친미파는 보통의 한국 사람에서는 제외다. 친미의 사설이 줄줄이사탕처럼 쏟아져 나오겠지만, 예측할 수 없는 전시에 자신들의 삶의 터전이 공격의 타깃으로 노출된다는 불안을 떨칠 수 없다. 왜 하필 우리 동네냐 하고 불평하다가 왜 우리나라냐 하는데 까지 생각이 미친다.

미국과 정부가 북한의 핵 때문이라고 호들갑을 떨지만 사드로 북한의 공격을 차단할 수 없다는 국내외의 군사전문가들의 귀띔에 이미 우리 모두는 익숙하다. 미·중의 패권다툼에 따른 중국 포위의 미국 미사일전략 때문이라는 사실을 식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상식이다. 아무리 요란한 호들갑일지라도 상식을 뒤엎을 수는 없다. 미국과 한국정부에 의해서 펼쳐지는 사드 소동도 이 땅의 불행이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충격도 한반도 불행의 씨앗임을 간과할 수 없다.

한국전쟁 이후 핵 없는 군사력으로도 휴전체제를 유지해 왔는데, 왜 핵 개발에 집착하게 되었을까 하는 것이 의문이다. 가공할 파괴력의 무기를 갖고 싶은 군비 경쟁집단의 유혹을 유추할 수 있고 재래식 군사 장비를 계속해서 현대화하는 부담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 엄니를 자랑하는 맹수들의 당당한 위용들이 눈에 선하다. 군사경쟁자들이 해마다 코 밑에서 깐죽거리는 군사훈련에서 오는 불안을 해소하고 국민들을 안도케 하는 지도집단의 신뢰감을 확보하는 방법이기도 할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의 가공할 파괴력은 사람들로 하여금 핵 없는 세상을 꿈꾸게 하고, 그래서 우리 모두는 남북한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선언을 환영하고 주변 국가들도 그러했던 것이 얼마 전의 지난 시간이었다. 그런데 북한정권의 핵과 미사일 무장력은 나날이 진전되어 일전불사의 상태에까지 이르고 있다. 꾸준히 진전시켜 온 핵 무장력으로 북한이 미국을 제압하고 경제력이 훨씬 앞선, 더욱이 수차례의 시민혁명을 이룩한 남한의 시민정권을 압도할 수 있을까?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사마귀가 수레에 달려드는 용기는 가상하지만 그 결과는 끔찍하다.

한말 대원군시절, ‘주전측 애국이고 주화측 매국’이라는 돌비를 전국 각지에 세워 쇄국정책을 관철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개방은 막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준비된 개혁도 마련할 수 없어서 망국을 자초한 경험이 오늘의 한반도에까지 그 통증을 유발하고 있다. 핵과 미사일은 밥이 되지 못하고 옷이 되지 못하고 아파트가 되지 못한다. 미사일들이 단계를 높여 발사될 때마다 얼마나 많은 민생이 허공에 무산되고 바다 속에 수장되는지 헤아릴 길이 없다. 열악한 위생시설, 중국 각지에 떠도는 북한 난만들의 생활이 보도될 때마다 섬광을 뿌리면서 국제사회를 놀래키는 북한 미사일이 원망스럽다. 그런데도 평양 대동광장에서 핵실험을, 미사일 발사를 경축하는 평양시민들의 환호성은 드높아 절규에 이르다 못해 열루를 자아내기도 한다. 분명 자해의 몸짓은 아닌데 무엇이 저들을 저렇게 열광하게 했는지 궁금하다. 강성택을 처단하고 김정남을 독살하는 단호한 폭력행사가 가져오는 통제의 미학으로 치부하면서 과거 스탈린이 망명 중인 트로츠키를 멕시코까지 사람을 보내 죽이는 장면까지를 연상해보지만, 그것으로 저 열광을, 저 환호를 다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함경도, 평안도는 조선시대에 들어와서 권력과 위신에서 차별이 적나라한 지역으로 이징옥난, 이시애난, 홍경래난으로 권력의 차별과 배제에 항거했다. 황해도는 중앙정부의 인접지역으로 권력의 수탈이 집중되어 임꺽정, 장길산 등의 대도가 수년 동안 활동할 수 있는 조건이 무르익은 지역이었다. 김일성이 한국전쟁을 일으킬 때, 그와 함께 남침 한 인민군들이 온 북한이 초토화 될 후과를 예상했을 것인가? 자기 체제의 확장에 따른 통일로 손쉽게 그 결과를 예측함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유엔의 깃발을 앞세운 미국의 가공할 초토화 작전은 평양, 원산을 지도상에서 절멸시킨 수준이었다. 미국에 대한 증오와 전후 회복의 지도자에 대한 신뢰가 소위 「백두가족」에 대한 보은감정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을까?

여하튼 현재의 평양정권은 북조선의 역사상 처음 갖게 된 자기 정권이다. 공격 받는 정권은 결속력을 유발한다. 환호와 열루가 까닭이 있었다. 민권을 자각할 수 있는 시민조건의 인민들의 대부분은 월남하고 조선왕조와 일제하에서 억압과 수탈의 경험만을 공유한 인민들이 체험한 정치는 권위주의로 오늘의 북한의 철권통제에 맞닿아 있다.

북한 인민들이 시대적 자각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체제의 긴장이 해소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한반도 비핵화를 전제한 평화협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게 되면 남한의 민주공화국과 이란성 쌍둥이인 인민공화국의 기초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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