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42) 영일본척촉(詠日本躑躅)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42) 영일본척촉(詠日本躑躅)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17.08.16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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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난날 큰 바다에서 구름 돛을 달고

척촉(躑躅)은 진달래과에 속한 낙엽 관목인데 높이는 2~5미터로, 잎은 어긋나지만 가지 끝에서는 많이 모여 난다. 5월께에 진달래꽃과 비슷한 깔때기 모양의 분홍과 연분홍 꽃이 피고, 열매는 10월에 익는다. 산지에 흔히 자라며 관상용으로 심기도 한다. 흔히 양척촉이라도 하는데 학명은 Rhododendron schlippenbachii이다.

진달래꽃의 방언인 ‘창꽃’에 반하여, 철쭉은 ‘개꽃’이라고도 한다. 산객(山客)으로 불리는 꽃이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詠日本躑躅(영일본척촉) / 희현당 신숙주

외로운 배 부상 바다 구름 돛 높이 달고

그 당시에 여기쯤에 잠시 흥미 붙였는데

지금은 바라만보니 생각마저 아득하네.

我昔雲帆掛大洋 孤舟五月繫扶桑

아석운범괘대양 고주오월계부상

當時暫寄須曳興 今日相看思渺茫

당시잠기수예흥 금일상간사묘망

 

내가 지난날 큰 바다에서 구름 돛을 달고(詠日本躑躅)로 번역해본 칠언절구다. 작자는 희현당(希賢堂) 신숙주(申叔舟:1417∼1475)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내가 지난날 큰 바다에서 구름 돛을 달고서 / 5월에는 외로운 배를 부상에 매어두었네 // 그 당시에는 여기쯤에서 잠시 흥미를 붙였었는데 / 지금은 서로 바라봄에 생각 그저 아득하기만 하여라]라고 번역된다.

위 시제는 [일본 철쭉을 노래하다]로 번역된다. 일본꽃은 ‘사쿠라’라고 부르는 벚나무다. 그 나라에서도 잘 자라지만, 우리나라 곳곳에도 잘 자라는 나무다. 그런 가운데 일본 철쭉이라는 척촉(躑躅)의 꽃을 보면서 시상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 이 작품의 시적 배경이 되고 있다.

시인은 돛을 단 배를 타고 먼 대양을 항해하고 있었다. 일본이었음을 직감하게 된다. 내가 지난날 큰 바다에서 구름 돛을 달고, 5월에는 외로운 배 부상에 매어두었다고 했다. 외로운 배가 해 돋는 부상바다에 그냥 매달려 있으니 자신이 수평선 멀리에 있음을 비유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시상이다. 배를 타고 멀리 나가보았다면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일들이겠다.

화자는 마냥 흥미로웠을 것이다. 멀리서 보이는 진달래꽃인 척촉화도 보았겠지만, 위 작품 표현의 배경이 되지는 못했다. 화자는 상상의 대마도도 머리에 떠올렸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렇지만 지금은 다시 볼 수 없는 그런 정경들을 생각하면서 바다에 몸을 기대고 있으면서 지난날을 상상하게 된다. 과거회상이란 시상 주머니를 조물조물 만지작거리면서 이끌어 낸 시상이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큰 바다 구름 돛 달고 부상 매인 외로운 배, 여기쯤 흥미 붙였는데 바라봄이 아득해라’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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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희현당(希賢堂) 신숙주(申叔舟:1417∼1475)로 조선 전기의 문신이다. 다른 호는 보한재(保閑齋)로 쓰이기도 한다. 1438년(세종 20) 생원·진사에 합격하여 이듬해 친시문과에 급제하여 전농시직장으로 관직생활을 시작하였다. 세종의 신임을 받았고 훈민정음을 창제하는데 기여하였다.

【한자와 어구】

我: 내가. 昔: 옛적. 雲帆掛: 구름 돛을 달고. 大洋: 큰 바다. 孤舟: 외로운 배. 繫: 매다. 扶桑: 부상, 해가 돋는 동쪽 바다를 빗대어 이름. // 當時: 당시. 暫: 잠시. 寄須: 모름지기 의지하다. 曳興: 흥미를 붙이다. 今日: 요즈음엔. 相看: 서로 바라보다. 思: 생각. 渺茫: 그저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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